태풍 같은 폭풍이 온 날의 교훈
태국 치앙마이는 해발 300미터의 고지이지만 널리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이다. 그러기 에 지금까지 수년 동안 태풍이나 강풍이 거의 없었다. 그런 자연 재해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나 현상들이 요즘은 하나 둘씩 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까지 거의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많은 나무며 풀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낮 기온은 40-42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 아홉시에도 34-5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더위 가 절정에 달하였다. 보통은 3월이 가장 더웠고 4월이 덜 더웠는데 수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바뀌고 있다. 3월에는 거의 평년 기온을 유지하고 4월에는 더위의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게다가 산에서 화전을 위하여 연일 불을 피우기에 미세 먼지는 세계 최고라고 연일 톱을 장식하고 있었다. 근처의 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 먼지는 많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가하여 산을 쳐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이럴 때 비라도 내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이럴때는 치앙마이를 탈출하고픈 마음이 든다. 지속되는 더위에 공기까지 최악이니…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습한 더위가 밀려오더니 비가 올 것 같다.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바람과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비는 위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치고 들어왔다. 나뭇가지들은 부러지기 시작했고 온갖 쓰레기들은 비와 함께 섞여 날라 다닌다.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 강풍을 멈춰주십시요. 간절히 기도했다. 인적이 끊긴 길거리에는 비와 쓰레기로 범벅이 되었다. 강풍은 속도를 더하더니 태풍급으로 격상하였다. 주변의 나뭇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부분의 집들이 기와로 지붕을 만들었는데 기와 지붕의 기와를 빼내었다. 이곳 저곳에서 기왓장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빠져나간 기왓장 사이로 비가 쏟아져 들어와 방안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어서 양동이를 가지고 와 물을 받아도 계속 물은 넘처 났다. 30분이나 지났을까? 바람도 그치고 비도 멈추었다. 길가로 나갔더니 길가는 폭탄을 맞은 듯 아우성이 다. 부러진 나뭇가지는 뒹글고 있었고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참담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새의 둥지마저 떨어져 나와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동네로 들어가니 높은 건물의 지붕들이 듬성 듬성 기왓장을 날려 보내고 물벼락을 맞은 집들이 많았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맛있게 식탁에 올라야할 과일들이 길바닥에 내동댕이 처지고 있었다. 촘푸는 아직 너무 작아 먹을 수 없었지만 망고는 그나마 먹을 수 있어 아이들은 한 대야에 담아 가지고 왔다.
아직은 떫은 망고인데 아이들은 망고를 설탕에, 고춧 가루에 찍어 잘도 먹었다. 다시 날씨가 어두워진다. 비가 오면 어쩌나 하며 가슴을 졸인다. 많은 사람들이 비에, 강풍에 일그러진 마음이다. 치앙마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믿음들이 하나, 둘씩 깨졌다. 공기도 참 좋은 곳이라고 수년간 믿었던 믿음도 이젠 사라졌다.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변해간다. 우리도 많이 변했다. 우리의 겉모습도 많이 변했고 생각도 많이 변했다.
이번 태풍을 통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의 고정된 생각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고 우리의 생각이 항상 옳지 않음을 되새기게 하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존재할까? 말씀에서처럼 이 세상도 사람도 모두 가고 남는 것은 말씀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