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인터넷을 항해 하다보면 멋진 블로그나 좋은 내용을 이따금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 선별한 기준이지만, 차후 이런 글을 종종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불문학자 이찬규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 입니다.
이글은 <불온한 문화, 프랑스 시인을 찾아서 : 랭보에서 키냐르까지 >에 들어 있는 글입니다.
프랑스 유학을 통해 현지에서 경험했던 포도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매우 정감있게 들립니다.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쓸 수없는 깊은 이야기와
와인에 대한 애정이 찬란한 햇살처럼 묻어나는 글입니다.
저는 이글을 바탕으로 그림과 이미지를 곁드려 예쁘게 치장을 해 보았지요.
그럼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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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예찬론
"언제나 포도주"
이찬규/불문학자
기원전 약 삼천오백년 즈음의 포도주...
그이는 부재중이었다. 그 여자가 갈 곳이라고는 없는 시간에 전화 응답기는 그렇게 부재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이사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이에게 나중에야 부재의 목소리를 남겨야 하는 까닭 두 가지를 들을 수가 있었다. 첫번째는 정말 그이가 집에 없을 때이고, 두번째는 치즈 몇 조각과 함께 혼자서 포도주 잔을 기울일 때이다. 세월이 지나, 나는 이사벨의 두번째 까닭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 또한 두번째의 시간에 부재를 알리는 목소리를 응답기에 남겨 놓게 되었으니까. 처음에는 소주가 없는 그 땅,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이 고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주에 익숙했던 내 혀에 감겨 오는 포도주가 주는 닉닉한 맛 때문에, 하루 지난 핏자국에서 풍겨오는 옅은 피비린내 같은 것 때문에, 나는 귀하게 담가 놓은 김치를 안주로 해서 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겼었다. 김치가 없을 때는 오징어를 고추장에 찍어 같이 들었다. 그렇게 뭘 모른 채 프랑스의 문화가 장구하게 담겨져 발효하고 있는 포도주를 마시거나 목구멍으로 넘겼었다. 유년의 어느 날,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소주 병에 담긴 포도주를 그 달디단 맛 때문에 훔쳐 마시고 쓰러져 자던 시간처럼. 나중에 알았지만, 포도주 안주의 기본 원칙은 자극적인 맛을 주는 것과 식초를 넣은 것은 무조건 피하라는 것이다. 그 가장 확실한 예가 김치다.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가 한해 내내 매일 종류를 바꾸어 먹고도 남을 만큼 여러 가지 종류의 치즈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다 까닭이 있어서다. 그렇게 많은 종류의 포도주가 프랑스에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치즈의 종류도 결코 없었을 것이다.
알자스산 백포도주와 야나체크의 피아노 곡
괜찮다면 다시 이사벨에게 돌아가자. 핏빛 포도주를 살빛 치즈와 함께 들고 있는 그이를 생각하면, 부재중인 그이의 분홍빛 혀에 감겨 들어오고 있을 그 조화된 맛을 생각하며 떨고 있자면, 나는 약 만년 전 처음으로 포도주를 마셨던 신석기인들의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흑해 연안의 신석기인들이 발견해 낸 포도주는 그이들과 더불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서 이집트를 지나, 그리스로 이른다. 로마 제국이 번성하게 될 무렵에 프랑스에 포도주가 들어오게 되었고, 마침내 그 술은 이제 그이의 입술에 다다르는 것이다.
백포도주를 청포도로만 만드는 것은...
포도주를 사랑하던(포도주, 곧 프랑스어로 "벵"은 산스크리트어로 "사랑받는"이라는 뜻을 가진 "베나"에서 온 것이다) 그이와 함께, 포도주를 마실 때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여러번 실험을 해 보았고 음악과 그림에도 포도주의 안주처럼 취사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부재중임을 알리고 홀로 포도주 잔을 기울일 때이다. 먼저 적은 양의 포도주를 마시면서도 오랫동안 포도주의 맛을 혀 안에 남게 해 주는 음악은 말러의 교향곡 제오번이다. 특히 마지막 잔이 남겨져 있을 때는 제사악장을 되풀이해서 들어도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음악은 같은 작곡가인 말러의 <대지의 노래>이다. 이 곡은 포도주가 "우리에게 내놓은 마지막 신의 선물"이라는 것을 고즈넉이 회상하게 해 준다. <대지의 노래>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주가 단연 으뜸이다. 부르고뉴의 괜찮은 적포도주라면 과일 향에 뒤이어 코와 목 사이에서 번져 오는 흙냄새에, 조금씩 음악과 함께 취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부르고뉴 위에 자리잡고 있는 알자스 지방의 백포도주를 위해서라면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곡가 야나체크가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독주들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그 지방의 백포도주를 담고 있는 독특한 병의 모양이 피아노 곡과 썩 잘 어울린다. 푸르스름한 빛깔의 병은 다른 지방의 포도주 병과는 달리 길쭉하고 날씬하게 빠져 있다. 그 병을 기울이면 옅은 미색의 포도주가 흘러나온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야나체크의 말년 피아노 곡은 저녁의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고 있는 두멧길에서 빠져 나오는 저녁 안개와 같다고 했던 그 느낌이 알자스의 포도주 병과 마주하고 있으면 다시금 전해져 온다. 특히 게뷔르츠트라미네라는 상표의 알자스산 백포도주를 마시게 된다면 입 안 가득히 차 오르는 저녁 안개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야나체크의 피아노 곡과 함께 드는 그 안개의 맛을 위해서라면 천구백팔십구년과 천구백구십년산 백포도주를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다. 알자스의 광대한 포도밭에서 수확되는 포도 가운데 구십삼 퍼센트가 백포도주로 그 모습이 바뀐다. 이따금, 백포도주는 청포도로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백포도주는 거의 무색에 가까운 포도즙만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포도의 색은 상관이 없다. 씨와 껍질 속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과 붉은 색소가 걸러진 백포도주는 적포도주의 텁텁한 맛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싱그럽고 가벼운 느낌을 입 안에 줄 수 있다. 그리고 백포도주는 마실 때의 시원한 온도가 중요하다. 여름날 공기 온도로 놓아두었다가 마신다면 야나체크의 피아노 곡도, 저녁의 서늘한 안개도 다 그만두어야 한다. 사람의 기호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오월의 저녁 산길에서 감도는 안개의 온도인 팔도에서 십사도 선이 적당하다.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의 색채 사이에는 로제 와인이라는 분홍빛을 띠고 있는 포도주가 있다. 프랑스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또는 아직 포도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분홍빛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선물로 사 오는 수가 많다.
클림트의 <입맞춤>
보르도산 적포도주와 클림트의 <입맞춤>
분홍빛의 포도주는 적포도로 만들지만 발효 과정에서 붉은 포도 껍질과 포도즙 사이의 접촉 시간이 짧아져 분홍빛이 생겨나는 것이다. 프랑스의 남쪽지방인 프로방스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숙성 기간이 짧아 도리어 소주 맛이 난다고 좋아하는 프랑스의 한국 동포들도 있다. 이 분홍빛 포도주는 홀로 음악을 들으며 고즈넉이 앉아 있기에는 적당치 않은 술이다. 오히려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프로방스의 선술집 테라스에서 벗들과 어울려 마시기에 그만이다. 나뭇가지에 머무는 바람 소리와 벗들의 목소리가 프로방스외 분홍빛 포도주를 마실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이 음악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고 느껴지면 가능한 한 포도주를 마시는 것을 멈추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를 많이 아프게 하는 포도주이기도 하니까.
분홍빛 포도주는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어느 날 인문대학 교정에서 이사벨은 나에게 클림트의 화집을 빌려 주었다. 좋은 도르도산 적포도주가 있으면 그 화집에 들어 있는 <입맞춤>이라는 그림과 함께 하라는 말과 함께. 그날 저녁, 보르도 지방에서 나는 "메도크"라는 포도주를 들기 시작하였다. 맛이 비교적 무겁고 텁텁한 "메도크"를 음미하면서 나는 그림 속의 진실 하나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개인적인 것이니까. 그림 속에서 뒷머리만 보인 채, 눈을 감고 있는 여인에게 막 입맞춤을 하려고 무겁게 머리를 떨구고 있는 사내가 입 안 가득 포도주를 물고 있음이 느껴졌다. 입맞춤을 기다리는 여인의 긴 옷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완벽한 포도줏빛 원형 무늬들이 밑으로 흘러서 피어난 포두줏빛 꽃들은 여인의 하얀 두발을 욕망처럼 뒤덥고 있었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나와 같이 보르도산 포도주의 빛깔에 매혹된 분이 있으면 꼭 클림트의 화집과 함께 술잔을 기울여 보시기를 권한다. 이사벨과 마지막 만나는 날, 나는 파리에서 어렵게 구한 깡통 안에 든 막걸리 몇 통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총각김치도 안주로 준비해 두었고 그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치즈도 사 놓았었다. 그이는 막걸리를 다 마시면서 결국 치즈를 한 조각만 입에 대었을 뿐이었다. 젓가락질을 열심히 하는 그이의 하얀 블라우스에 묻은 주황빛 김칫 국물 자국이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다. 그리고 그이가 좋아했던 심 수봉의 "사랑보다 더 괴로운 것은 정이라는" 애절한 노랫 가락도.
아르튀르 랭보
나를 프랑스로 떠나게 한 가장 큰 까닭 가운데 하나가 되었던 시인이 있었다.
<지옥에서의 한철>이라는 시를 쓴 아르튀르 랭보였는테 그 시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포도주들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프랑스에 이르러 나를 견디기 힘들게 하였던 것 가운데 하나가 그 나라 원주민들의 저녁 초대였다.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저녁 식사는, 되도록 말을 삼간 채 빨리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술을 즐기는 나에게 있어서 마치 하나의 지옥 같았다. 풍성한 음식과 함께 하는 포도주이기에 사람들이 끝까지 취하지 않는 것이 또한 견딜 수가 없었다. 자리도 남자, 여자 서로 엇갈려 앉아 낮게 웃어대고 모두들 포도주의 향기와 맛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서 노래하겠다고 나오는 사람 하나 없는 그 저녁 시간에 나는 주눅이 꽤 들었었다.
독일의 한 포도주 공장의 저장실
옛날 유럽으로 처음 포도주가 들어왔을 때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리스 시대에는 "심포지움"이라는 포도주를 마시는 저녁 모임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의 학술 차원의 심포지엄과는 완연히 다른 포도주가 디오니소스적인 해방과 광기의 밤을 열어 주는 것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처럼 그리고 랭보가 기억했던 것처럼,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시고 "심포지움"이라는 "온갖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포도주들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연간 약 이백오십억병이 생산되는 포도주에 대한 기록은 매우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가장 오래 된 문서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주벽이 나쁜 자에게는 포도주를 팔아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이 있었고, 성서에는 창세기부터 나오기 시작한 포도주에 대한 언급이 무려 백예순다섯번에 이른다. 그 가운데에서도 대홍수에서 인류를 구원한 노아는 포도주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 등장한다.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다. 하루는 포두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마침 가나안의 조상 함이 아버지가 벗은 것을 보고 밖에 나가 두 형제에게 그 이야기를 고하였다. 형제는 셈과 야벳은 겉옷을 집어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 드렸다. 그이들은 얼굴을 돌린 채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지 않았다.
노아는 술이 깨어 함이 한 일을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형제들에게 천대받는 종이 되어라."
포도주에 얽힌 노아의 일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주도 하나를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곧 술에 만취해서 한 이야기나 일을 가지고 구설수에 올리지 말라는 뜻도 된다.
여자를 유흑하는 카사노바의 술-샹파뉴
샹파뉴는 갑자기 만취하게 하는 포도주로서는 으뜸이다. 그래서 십팔 세기 최고의 한량이었던 카사노바는 여자들을 유혹할 때 샹파뉴를 지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물론 공공칠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도. 영어식으로는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이 발포성 포도주는 생일날, 크리스마스의 성찬, 혼례식 들 하여 프랑스의 크고 작은 축제에 언제나 등장한다. 축제에는 언제나 만취한 사람들과 그이들의 사랑이 필요하니까. 한 가지 유의하여야 할 것은 거품이 나는 포도주라고 해서 모두 다 샴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샴페인, 곧 샹파뉴는 프랑스의 내륙 지방에 위치한 샹파뉴라는 고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만을 일컫는다. 백포도주가 발포성 포도주로 바뀌는 까닭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용기 속에 가두어 둠으로써 이산화탄소가 포도주 속으로 녹아 들어가기 때문이다. 입 안을 묘하게 간지럽히며 춤추듯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오늘날의 샹파뉴를 탄생시켰던 사람은 십칠세기 베네딕트 수도원의 장님 수도사 돔 페리뇽이었다. 그리고 이 수도사의 이름을 붙인 샹파뉴는 아주 비싼 값으로 지금, 프랑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샹파뉴를 마시게 되는 기회가 생기면 프랑스에서 철도지기를 하고 있는 나의 친구 피에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 많지 않은 월급을 힘겹게 절약하여서 망년회 날 이 돔 페리뇽을 터트리는데, 그이는 튀어 오르는 코르크 마개가 천장에 붙어 있는 전구를 망가뜨릴까봐 나에게 해마다 껄껄 웃으며 주의를 주고는 했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샹파뉴의 코르크 마개들이 날아오르면 어이없게도 한해 동안 애써 모은 저축금들이 같이 날라가 버리는 것이다. 축제는 그렇게 어이없이 시작하여야만 한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뒤 몸도 움직일 수 없는 허탈감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 전날의 축제는 제대로 된 축제가 아니다. 피에르가 껄껄 웃으며 샹파뉴를 위해 같이 내놓았던 거위 간 요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십팔 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의 선봉장인 볼테르는 샹파뉴를 위해서 노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치 한 줄기 빛이 병마개를 날아가게 하는 것처럼 병마개는 튀어 오르고, 사람들은 웃음을 빛처럼 터뜨린 병마개는 천장을 때린다. 거품이 솟아오르는 이 싱그러운 포도주에는 프랑스인들의 수려한 영상이 스며 있다.
영혼까지 생기 있게 해 주는 오래 전부터 포도주는 소화 촉진...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각종 포도주는 우울증 치료와 소화 촉진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여져졌다. 따뜻하게 데워 계핏가루를 넣은 포도주는 기원전 구 세기부터 수면제와 안정제로 사용되어 왔다. 감기에 걸렸을 때 거기다가 레몬즙을 듬뿍 넣어 마시며 감기를 이겨 나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프랑스에는 많다. 프랑스의 스키장에 가 보면 어디서나 이렇게 만든 포도주를 보온병에 넣어서 팔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수까지 도와 준다는 포도주의 효과는 백이십살이 된 프랑스의 최고령 할머니가 식사 때마다 포도주를 사분의 일 병씩 무조건 마셨다는 일화로 오늘날 더욱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성서의 기록에는 포도주가 외상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나서 거의 죽게 된 것을 사마리아 사람이 보고 그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서 치료를 하였다." 디모데 전서에서는 사도 바울이 시름시름 앓는 디보데에게 물만 마시지 말고 포도주를 조금씩 마시라고 촉구 한다. 포도주는 천개가 넘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포도주에 신맛을 불러일으키는 유기산은 위의 소화액과 아주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적 자료가 있기 훨씬 오래 전에 프랑스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늘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 포도주가 위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것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 시대의 줄리어스 시저는 그이가 거느리고 있는 병사들에게 하루에 일 리터씩의 포도주를 의무적으로 마시게 했다. 출병할 때에는 그 양을 배로 늘렸는데, 타지에서 병사들이 물을 먹거나 열악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신기하게 장 질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디오니소스(소년), 귀도 레니 작
개인적인 체험을 잠시 적자면, 포도주를 마실 때 특히 나는 포도당 주사를 맞을 때처럼 화장실 출입을 자주 하게 된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 포도당 주사를 맞는 것이 제일이라는 이야기와 관련이 될 수 있는 로마 시대의 기록이며 체험이다. 포도주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인 포타슘, 곧 칼슘은 중년의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 주는 구실을 한다. 몇 년 전에는 포도주가 난치병 가운데 하나인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뛰어난 음료라는 의학적 보고가 나오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해마다 오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귀중한 생명들을 앗아 가고 있는 암에 있어서도 포도주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요즈음 들어 미국의 과학 전문 잡지인 <사이언스>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다.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포도주의 한 성분이 항암 효과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포도주의 천개가 넘는 구성 물질 가운데 아주 부분적인 성분들에 대해서만 그 효능이 밝혀졌을 뿐이다. 어쩌면 매스컴을 통해 당뇨, 심장 질환, 학생들의 머리 좋아지는 효과까지 발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잔 칼망이라는 프랑스의 최고령 할머니는 사실 이러한 포도주의 효능에 대해서 까맣게 모른 채, 오직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즐거워서 정기적으로 마셨다. 어디 몸에 좋은 것이 포도주뿐이랴. 신문에 매일 광고가 나는 홍화 씨가 있고, 자라 피도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앞에서 말한 효과들을 생각하며 기분이 나쁠 때라도 억지로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은 반드시 암에 걸릴 것이라는 노파심이다. 현실의 걱정거리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포도주를 마시면서까지, 건강 걱정을 하는 사람은 지금 위험하다. 그냥 모든 것을 잊고 포도주를 마시면 포도주의 그 많은 효능들이 당신의 피 속에 돌아, 당신의 영혼까지 생기있게 하여 줄 것이다. 잔 칼망 할머니는 그이가 가장 아름다웠을 시절, 소년 랭보의 이 시 한 구절을 꽃 그늘 아래서 읽으며 웃음 지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것은, 잘 취해, 해변예서 자는 것이다.
물론, 포도주에 있어서 "잘 취한다"는 것은 만취해서 정신을 잃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포도주의 향기와 그 빛깔 그리고 혀를 부드럽게 감싸 주는 미각을 즐기는 사람은 이미 대지의 선물에 "잘 취해" 있는 것이다.
장대한 성과 성주 딸을 떠올리며
드디어 때가 왔다. 초여름에 포도 따기를 신청했던 보졸레 지방의 한 성에서 가을에 일하러 오라는 회신을 받았던 것이다. 먼저 가게에서 그 성이 생산하는 포도주를 한병 사서 자축을 하였다.
이렇게 확실한 목적이 있어 포도주를 사는 것말고는, 좋은 포도주를 고르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첫째, 오래 된 포도주일수록 다 귀하고 좋은 포도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들을 해가 오래 지나면 입 안에 상큼하게 감도는 발랄한 맛을 잃어버리게 되어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포도를 수확하는 각 해의 지역적인 자연 조건에 따라 포도주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까닭에 천구백구십이년 보르도산 포도주보다는 오히려 천구백구십오년 보르도산의 맛과 빛깔이 뛰어날 때가 있다. 샹파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천구백팔십사년산은 가치 면에서 최하위 판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다음해인 천구백팔십오년은 샹파뉴에 있어서 최고의 해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백년이 넘어가 일억원이 매겨진 오래 된 포도주도 아직 있는데, 맛보다는 당연히 희소성의 가치에 의한 값이다. 포도주를 사기 위해서 가게로 들어섰을 때는 포도주의 병에 붙어 있는 꼬리표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산지를 확인한 다음에 적힌 연도를 보아야 한다. 거개의 포도주 가게에는 각 산지별 포도주의 좋은 해와 나쁜 해를 적어 놓은 책자가 있는데, 값에 합당한 좋은 포도주를 사기 위해서는 이 책자(밀레짐 표)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때때로 연도 표시가 없는 포도주도 발견할 수 있는데. 아주 대중적일 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번째는, 같이 먹을 음식과의 궁합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옆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프랑스의 벗들은 먼저 그날 먹을 음식 종류를 정한 다음 포도주를 고르기 시작할 정도로 음식은 포도주를 고르는 데 있어서 필수조건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육류 요리는 적포도주, 생선 요리는 백포도주라는 등식은 기본이다. 나는 이 기본만 믿고 닭고기에 백포도주를 내놓은 친구를 핀잔 주었다가 도리어 핀잔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도 사실 기본 상식인데……. 어느 날인가는 돼지고기와 햄 그리고 삶은 양배추를 곁들인 "슈크루트"라는 요리와 함께 친구가 알자스산 백포도주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한번 당한 경험이 있어서, 가만히 정세를 살피며 식사를 하였는데 그 두 가지의 궁합이 가히 일품이었다. 공식적인 것을 따르는 사람은 어디서고 무난하게 있을 수 있지만, 공식을 넘어가는 사람은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을 가질 수 있다. 다시 성에서 포도 따기 회신을 받아 기뻐하던 시간으로 돌아가자. 먼저 간 경험자의 충고대로 고추장을 한통 싸들고 나를 불러 준 성으로 친구와 함께 향하였다 포도주 병의 꼬리표에 푸른색으로 그려진 성의 장대함과 거기에서 무료하게 지내고 있을 성주의 딸들을 떠올리며. 그런데 성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인가 약간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꼬리표에 "성(프랑스어로는 샤토)"이라고 씌어 있었는데 막상 현실 속에 놓여져 있는 성은 제법 크고 허름한 농가일 뿐이었다. 프랑스어의 "샤토"는 본래 베르사이유 궁전 같은 성을 가리키지만 꼬리표에 씌어져 있을 때는 포도주를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르도 포도주 산지에 위치하고 있는 "샤토"들 가운데 몇 개는 그야말로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것들이 있었다. 독일의 시인 횔덜린도 그이의 기나긴 유랑 속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샤토들―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마르고, 샤토 오브리옹…….
농장에(이제부터 농장이라고 부른다) 도착한 우리는 수확의 일이 끝나는 밤마다 기다리고 있는 포도주의 축제에 참가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폴란드에서 온 친구, 오스트리아에서 물 건너온 친구, 파리에서 거지 생활을 하다 온 친구들과 어울려 춤추며 뛰고 껴안았다. 아침이면 포도주의 술기운을 깨기 위하여 포도밭으로 내려가 포도 송이를 따 통째로 깨물어 먹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마친 뒤에는 포도밭에 한줄로 늘어서서 포도 따기가 시작되는데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으면 꽤나 평화롭고 한가한 노동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포도나무가 낮아서 어정쩡하게 구부리고 있는 다리와 허리가 지독하게 아파왔다. 그리고 구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는 하루 종일 아픈 몸에 비를 맞게 했다. 저녁이면 다시 축제가 시작되고 우리는 아프고 고단한 몸을 잊었다. 나보다 팔뚝이 굵은 농장의 딸들이 가끔씩 술통을 메고 합숙소로 찾아왔다. 그때마다 같이 있던 친구가 태권도 시범을 보여 주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물었다. 동양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무술을 잘하느냐고. 그게 다 식사 때마다 우리만 먹는 고추장 덕분이라고 말해 주고 나서부터는, 그이들이 고추장을 조금씩 얻어 갔다. 그 다음날부터 포도주를 마실 때 치즈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그이들의 경건한 표정 때문에 우리는 말릴 수도 없었다. 드디어 보름 동안의 포도 따기 일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 왔다. 농장의 부엌에서는 오전부터 양고기와 이름 모를 음식들을 농장의 여주인과 딸들이 준비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흥에 겨워 목소리를 높여 갔다. 그런데 마지막 축제가 시작되고 있을 무렵 같이 일하던 처녀들이 슬글슬금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들 눈에 보였다. 청년들이 갑자기 "젊은 여자, 젊은 여자!"를 외치며 미처 숨지 못한 한 처녀를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서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수확한 포도 송이들을 담아 놓은 커다란 방만한 크기의 통에다가 집어 넣는 것이었다. 포도 송이들과 포도즙의 세례에 파묻혀 허우적거린 젊은 처녀는 반 시간이나 지나서야 온몸에 그 상큼한 포도 향기를 간직한 채 통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젊은 여자의 몸이 들어갔던 포도주는 더욱 향기로워지고 더욱 혀 안에서 부드러워진다는 미신이 그때는 결코 미신 같지 않았다. 온몸에 포도즙을 묻히고 걸어 나오는 여인을 축제의 마지막 날에 바라보라! 누가 그 이야기를 미신이라고 하겠는가. 동양의 여인들이 이곳으로 포도 따기를 하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축제의 수난을 당한다. 동양의 젊은 여인의 몸은 구월의 마지막 햇볕보다 더 포도주를 향기롭게 한다고 그이들이 오래 전부터 믿어 왔음을 농장 주인으로부터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징적인 축제 의식이 아니라 기계화가 덜 되었던 시대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알몸으로 포도를 담은 통으로 들어갔었다. 포도 수확 기간이 늦어져 대기의 기온이 떨어지면 포도즙의 온도 또한 낮아져서 효모의 활동이 늦어지게 된다. 이때 삼십육도 오부의 체온으로 가진 농장의 살아있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알몸으로 들어가 통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포도즙의 온도를 높여 준다. 한번 발효가 시작되면 스스로 효모는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 촉매의 불꽃이 사람의 따뜻한 몸이었던 시대가 정말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적포도주를 만들 때 밑으로 가라앉는 씨와 위로 뜨는 포도 껍질을 잘 섞어 주기 위해서 통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물론 요즈음에는 기계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주고 있다.
프랑스의 동쪽에 위치한 보졸레 지방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날짜가 있다. 십일월 셋째 주 목요일. 그날 자정을 기해서, 같은 시각에 세계 각국에서 그 해의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가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한두달 동안의 짧은 기간에 포도주를 숙성시켜 출하하는데 그 시간부터 마콩에서 리옹까지의 론 강 주변에 있는 보졸레 지방은 완전히 축제의 도가니가 된다. 리옹에서 축제가 시작된 다음날 저녁때쯤 보졸레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좋은데,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은 농가가 눈에 띄면 그리로 들어가면 된다. 주인은 전날의 숙취로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에 나와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보졸레의 햇포도주와 안주들 그리고 술잔들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적당히 마시고 나오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라고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았으니까. 몇 번 마을을 돌다, 어느덧 기운을 차린 주인도 만나 술을 같이하고 이러다 보면 서로들 술에 취하게 마련이다. 어느 해인가는 술에 취한 친구들과 겁도 없이 보졸레 마을을 차로 빠져 나오다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교통 경찰에게 검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참으로 난감하였다. 경찰관들이 뜨거운 커피와 담요를 건네 주면서 술이 깰 때까지 차 안에서 자고 가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벌써 한쪽 공터에 얌전히 세워져 있는 차량들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프랑스를 가을에 방문할 기회가 생기게 되면 개선문이 있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좋지만 보졸레 마을을 잊지 마시라. 그리고 경찰관이 마을의 입구에 지키고 서서 타 주는 그윽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가을날의 축제를 느껴 보시라. 알라 신을 믿었던 수피 교도 가운데 한 위대한 시인인 에드덴 루미는 이렇게 포도주를 노래하였다. 이 글의 끝을 위하여 인용하기로 한다. 이 세상에 생기기 전에 정원이 하나 있었다. 그 곳에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나무에는 포도가 달려 있었다―
이찬규/프랑스에 머물다가 지난해 겨울 돌아온 그이는 아직 한국에서 포도주를 한번도 마셔 보지 못했다. 아무도 그이에게 소주말고는 권하지 않았다. 올해 오월에 창립된 "프랑스문화예술학회"의 회원이며, 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 현대 시와 프랑스 페미니즘에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첫댓글 프랑스에서 십이년 동안 공부하고 지난해 겨울 돌아온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도 소주만 권했군요. 브루고뉴 지방의 와인을 최고로 치던데...와인은 역시 잘 취해야 제대로 마실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동의합니다. 헌법재판소 뒤편에 로마네꽁띠라는 와인 전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주 밖에 모르던 선배가 프랑스 드나들더니 어느날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술집으로 장안의 명소로 꼽힐 정도는 됩니다. 이곳 역시 성한 정신에 간 적은 없고 대체로 만취 상태에 가서 와인도 소주나 맥주 마시듯 들이켰으니...ㅊㅊ...한 가지 분명한 건 소주보다 엄청 비싼 값 때문에 제정신에 로마네꽁띠 간 적이 거의 없다는 아스라한기억..
와인 , 마셔 보니그럭저럭 괜찮기도 한데...아직도 조선 촌놈인 나는 마실 때마다 "된장남"이 된듯한 기분에 빠지게 되더군요.^^술을 받을 때에 술잔을 잡지 않고, 한손으로 따르는등..와인만의 주법도 불편하고~~ .그래도 경춘선에 항상 와인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많이들 마시러 오세요 ㅎ ㅎ ~ 말러 5번,잘~들었습니다.
와인은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마시게 되는 술이죠. 15년쯤 전에 일본에 갔더니 2차 입가심으로 고급스러운 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게 직장인들의 음주문화로 자리잡았더군요. 한국 백화점에서 보졸레 누보가 인기를 끄는 것도 몇 년 안된 일입니다. 비싼 프랑스산 와인보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산 와인도 손색이 없습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캘리포니아산도...일본만 해도 와인 매니아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병에 사오백만원씩 하는 로마네꽁띠가 다 팔리면 서울에 재고가 있다는 걸 귀신같이 확인하고는 몰려오기도 한답니다. 와인은 역시 돈이 많아야 즐길 수 있는 술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ㅊㅊ 가난한 술꾼에게는 역시 소주가 최고 아닌가요?
확실히 우리에겐 와인은 비싸고 고급스런 술입니다.유럽에선 물처럼 마시는 술인데...술은 비싸고 싸고간에 어디서 누구랑 마시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급스런 와인 바에서 젓가락들끼리 마실 순 없죠. 작업할 때 한 두번 폼나게 마셔야 제맛이죠~ 뭐니뭐니해도 분위기 좋은 경춘선 와인이 최고입디다.
위 저자는 확실히 와인 매니아인것 같습니다....클림트의 <입맞춤>에서 포도주를 연상하고...그러고 보니 입맞춤하는 연인의 모습이 마치 한병의 적색 포도주병 같군요. 그러므로 말하노니, 적색 와인 한병은 연인들의 '진한 포옹'이고 '기나긴 입맞춤'이다.
회사 송년회, 회장님 생신날, 여러 해 동안을 일년에 두 번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와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드럽게 달콤한 향이 처음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느 순간 모두의 손에는 소주잔이거나, 맥주잔들을 들고 또 그것을 부어라 마셔라 하고들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