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교사이자 독립 투사, 의사이자 동정녀….
아동문학가 박재형(프란치스코, 제주교구 중앙본당)씨가 제주 여성교육의 선구자인 최정숙(베아트리체, 1902~1977) 교육감의 일대기를 펴냈다.
「최정숙」은 제주 근대 여성교육의 효시인 신성학교 초대교장을 지낸 최 교육감의 신앙으로 물든 삶을 풀어냈다.
저자는 최 교육감의 삶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학창시절의 최정숙은 가난하게 살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일제강점기, 학생 신분으로 소녀결사대를 조직해 대한독립을 외치다 일본 헌병대로 잡혀간다. 따귀를 맞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온갖 고문을 받는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육체적 고통을 통해 순교자들의 박해와 고문을 떠올리며 기도로 이겨낸다.
8개월간 형무소에서 지낸 최정숙은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랑 그만 시집이나 가라."(어머니)
"난 이미 예수님에게 시집을 갔습니다."(최정숙)
"아이고, 이 노릇을 어떵허민 좋으코?"(어머니)
그는 나라를 되찾으려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여수원(1922년)을 열어 여성들을 불러다 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밤낮없이 학생들을 모으러 다니고 지역 유지들과 천주교 신자들에겐 여학교 설립 기금을 부탁하는데….
당시 제주에는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허송세월을 하는 가난한 집 아들들이 많았다. 최정숙은 남학생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명신학교를 설립한다. 몸을 아끼지 않은 그는 결국 건강을 잃고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그가 병원에 있는 동안 명신학교는 1924년 일제의 간섭으로 제주공립보통학교에 흡수 통합되고만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목포 소화학교와 전주 혜성학교를 옮겨다니며 교편을 잡은 그는 또 한 차례 시련을 겪는다. 혜성학교 예술제에서 어린이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는 노래를 가르친 것. 그런데 예술제가 끝나고 일본순사가 그를 찾았고, 그는 경찰서로 끌려간다.
그리고 찾아온 해방. 제주고등여학교의 간판이 걸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일제 탄압으로 폐교된 모교 신성여학교를 다시 세우기 위해 또 자신을 내던진다. 결국 그의 노력으로 신성여학교는 문을 닫은 지 29년 만인 1946년 신성여자중학원으로 재개교 한다. 신성학원은 제주지역 여성교육의 효시로 100돌의 역사를 굳건히 이어오고 있다.
제주교구 신성학원은 지난 10월 25일 경축미사를 봉헌하고 창립 100주년을 축하했다. 최정숙 교육감의 공로를 잘 알고 있던 저자는 100돌에 맞춰 책을 펴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제주여성을 무지에서 몰아내기 위해, 제주교육의 기초를 닦기 위해 노력한 행적은 한두 사람만 알아서 될 일이 아니며 그 분의 업적을 알고 나면 더 열심히 삶을 영위해 나가리라 믿는다"면서 "신성 졸업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신자와 제주도민, 전 국민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양성언씨는 추천사에서 "3ㆍ1만세 운동에 참가해 옥고를 치른 독립 운동가이자 박애의 정신을 실천한 의사, 후세 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로서 제주여성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대내외에 알린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고 말했다.(도서출판 각/비매품)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한라일보
21세기를 두고 '여성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모성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뜻이다. 제주여성은 거친 땅을 일구고 물질을 하며 세상의 거친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왔다. 그 저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주여성 특유의 강인함은 한국사회 전반에 커다란 표징으로 남아 국가발전에 큰 자양분을 이루고 있다. 제주여성 표상으로 부끄럽지 않은 제주교육의 선구자 최정숙(1902~1977) 초대 교육감의 전기가 나왔다.
아동문학가 박재형(58)씨가 자료를 바탕으로 전기로 재구성했다. 최 교육감은 3·1만세운동에 참가해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자 박애의 정신을 실천한 의사, 후세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로서 제주여성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대내외에 알린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그동안 최정숙 교육감의 일생을 재조명하는 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전기발간은 제주여성의 진정한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의 기쁨이다.
글을 쓴 박재형 아동문학가는 "몇년전에 최정숙 교육감 전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쓰겠다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생각에만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중 2009년이 '신성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말을 듣고 더 머뭇거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책을 신성졸업생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 신자들, 제주도민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평생을 천주님과 이웃, 제주교육을 위해 바친 그는 수도자가 되지 않고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릇이 되었으니 수도성소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 천주님의 뜻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사진으로 만나는 최정숙의 삶'을 시작으로 호기심이 많고 작지만 똑똑했던 유년 시절부터 3·1만세운동 참가 등 독립운동시절, 의사로서 '경천애인'을 실천했던 모습, 신성여학교 교장시절과 제주도 교육감으로 활동했던 교육자의 생애 등이 빼곡히 들어있다. 특히 이책은 구한말 개화역사로부터 제주교안(이재수난), 일제강점기, 4·3사건, 6·25 전쟁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남승택 신성여중 교장은 "신성학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상에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사셨던 선생님의 삶의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 발간됐다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서출판 각. 비매품.
첫댓글 의미있는 작업 하셨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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