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딘에 올리 리뷰(리더스가이드에도...)입니다.

언론매체를 통해 왕따와 관련된 기사나 글을 종종 접할 때면 그 심각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하는데,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이다 보니 나 역시 왕따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이 책은 아이에게 친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거나 왕따를 당하게 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해 준다. 아이들도 왠지 끌리거나 마음에 들어서, 또는 인기가 많은 아이라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특별히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정화가 이번 학년에서 친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못하는 것이 없는데다가 사람을 끄는 매력을 지닌 미희라는 여자 아이다. 미희의 성을 따서 지은 ‘양파’모임은 집도 잘 살고, 특기도 하나씩은 있는 소수 엘리트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양파’는 정화네 반 여자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데, 그 모임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게 되는 여러 가지 혜택-부탁을 들어주거나, 수돗가 등을 양보 받는 등-을 보면 반 아이들이 그들을 선택된 집단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신들도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열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양파의 리더인 미희는 자신의 말에 힘을 실어 줄 권력을 지니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행동하며, 양파에 속한 아이들에게는 미희의 말은 곧 지키고 따라야 할 법이 되는 것이다. 미희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거슬리는 아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받고, 미희의 말에 따라 가까이 지내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따돌림 시키기도 한다. 정화는 병원에서 미희를 만난 뒤에 가입 제의를 받고 마침내 양파의 일원이 되어 색다른 경험들을 하면서 무척이나 기뻐하는데, 마음에 담아 두었던 친구와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겠는가.
그러나 양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정화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지출이 늘어나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게 되고, 미희가 싫어하는 음식을 대신 먹기도 해야 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비방하는 일을 하라는 지시까지 받는다. 좋아하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화도 왕따 당하는 친구의 고통, 공포, 괴로움 등을 짐작하고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공감이 가는 것이 그랬다가는 정화가 짐작하는 것처럼 그 자신이 왕따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희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선이에 대한 나쁜 말을 올리는 것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아이들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자신이 접한 것 자체만을 통해서 선, 악의 판단을 내리고, 그들의 공격을 받게 된 당사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거나 괴로움을 겪게 되지 않던가!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 부분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발사인 아빠에 대한 정화의 마음이다. 정화는 주말마다 의료봉사를 가시는 아빠가 밉기만 하다.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러 올만큼 사회적으로는 칭찬받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자식의 입장에서는 주말에 함께 놀러 갈 여가도 없이 봉사를 하러 다니는 아빠가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주말에도 거르지 않고 출근하느라 놀아 줄 시간이 없는 아빠에게 서운한 마음이 가득하다. 가까운 공원에 놀러 가거나 하다못해 집 안에서라도 함께 놀고 싶은 마음에 아빠를 기다리지만 그런 날은 일 년에 이십여 일도 되지 않는지라 속상해 하는 정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화는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나온 일을 기화로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한 것을 반성하는데, 아빠가 TV나 신문 같은 곳에 나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
정화가 아빠의 직업이 이발사
가 아닌 의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양파에 가입할 수 있게 된 동기가 병원에서 미희와 마주치면서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같은 흰 가운을 입더라도 의사와 이발사를 대하는 사회와 사람들의 시선이 크게 다른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부모의 직업이나 사는 형편, 집 평수를 봐가면서 친구를 사귄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에서조차 차별을 두고, 친구의 눈치를 보아 가며 지내야 하는 세상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면서 그저 이런 세태를 개탄하기만 할 뿐이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것은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우리 아이가 정화처럼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닐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왕따'가 없는 세상을 위해 ‘양정화’같은 아이들이 많이, 아주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