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서녘 끝(고산)에서 중산간에 위치한 저지에는 저지분재예술원과 예술인마을이 있고 미술관도 있어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입니다..올레14코스는 저지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한림항까지 19.5킬로, 5시간이상 걸리는 코스입니다...이 코스를 2-3 번 걸은 적이 있습니다..숲이 많고 월령 앞바다를 따라 금능,협재해수욕장 그리고 한림항까지 이어지면서 비양도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오늘 물빛은 옥색이고 파도가 살아 있습니다..
저지에서 밭길을 따라 숲길을 만나고 다시 다른 숲길로 이어집니다..우리보다 조금 앞서 걷는 사람들이 원색자켓을 입어 정답게 보입니다..바람이 심하여 저도 얼굴 가리개를 하고 눈만 내놓고 걷고 있습니다...
숲은 메마르고 거칠었습니다..모두 아궁이로 직행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잡풀입니다...이런 지푸라기에 피가 돌아 회생할 계절이 되었다 생각하니 신기하기만 합니다...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몸을 세우지 못하고 땅에 누워버리는 날이 곧 죽는 날인 것 같습니다...모든 잎은 위로 향합니다...그런데 맥이 풀려 아래로 꺾였다면 저절로 흙에 다가가고 흙으로 돌아가 버릴 뿐입니다...중심에선 새줄기가 다시 자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양베추가 탐스럽게 탄탄한 무게를 자랑하며 밭을 떠나려하고 있습니다..맨 아래 잎사귀를 태반처럼 잘라내고 동그랗게 말린 속덩이를 농부의 손에 안겨줍니다...아줌마 셋이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양배추를 망에 넣고 있습니다...밭 입구에 한 아주머니는 가스통까지 가지고 와 밥을 하면서 커피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밭에서 일하다 마시는 커피 한잔~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월령마을이 가까워지자 선인장 숲길이 나타났습니다...손바닥 선인장이 얼었다 젖었다하면서 겨울을 이겨내었네요...자주색 열매가 몸에 좋다해서 주스도 만들고 식용색소도 만든다지요...물김치에도 저 액기스를 조금 넣으면 아주 맛갈스럽습니다..
3.1절이라 거리는 매우 한산합니다...우리는 중산간에서 일주도로까지 내려왔습니다..다시 더 바닷가로 내려가 해안도로로 동쪽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월령마을은 선인장마을로 유명합니다..집 둣뜰에도 선인장이요...바닷가에도... 선인장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월령 바닷가입니다...여기서 한림항까지는 정말 좋은 산책길입니다...옥색 바다에 파도가 참 멋지게 놀고 있습니다..돌담 하나 밖과 안의 차이는 매우 커서 바닷가 돌에 자란 손바닥선인장은 많이 죽어 있는데 돌담 안에는 싱싱합니다...
지난 번에는 안보이던 찻집이 생겼네요...위치가 끝내줍니다...우리는 창문의 호박죽이 별미라 여기고 들어갔습니다..
창가엔 파도를 감상하며 대화 중인 사람들이 보기가 좋습니다...이들도 우리처럼 올레를 걷다 들어와 쉬나봅니다...이 곳의 호박죽은 팥과 우유를 넣어 만들었네요..고소합니다..3,000원이라 가격도 괜찮구요...잠시 쉴 수 있는 이런 찻집이 생겨 좋습니다..
찻집 안의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합니다...
조개껍질에 눈 하나 붙이니 고기가 되었네요...창밖풍경을 볼 수 있는 작은 소품이 어울립니다...테이블이 다섯 정도...
나와서 보니 '쉴만한 물가'라는 간판이네요...물가는 바닷가라는 뜻입니다...바닷가쪽 공간과 반대편에도 공간이 있습니다...
금능 해수욕장으로 다가오니 비양도가 가까이 보입니다..비양도의 서녘편이죠...이쪽에서보니 분화구가 뚜렷이 보이네요...저 비양도에 가면 보말죽을 맛있게 하는 식당이 해변에 있습니다..전복죽보다 더 고소하더군요...한림항에 가면 비양도가는 배가 있습니다..타기만하면 10분정도면 갈 수 있지요...비양도를 한바퀴 도는 것은 한 시간이면 됩니다..참 아름다운 섬입니다...최근엔 조용해졌지만 한동안 저기에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한림항에서 오가게 한다고 나섰던 건설업자가 있었습니다...많이 시끄러웠지요...
저도 결사반대팀에 머릿띠 두르고 나서고 싶었답니다...ㅎㅎ
해변에 동그란 돌덩이가 군데군데 무더기로 쌓여있었습니다...뭐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양식업자들이 경계를 치기 위해 부기를 바다에 띄우고 저 돌덩이를 넣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는 협재헤수욕장입니다..이 겨울날 두 사람이 행글라이더 같은 것를 연처럼 띄우고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10여분간 관찰했습니다..그들이 비양도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다가 착지를 바다에 했나 싶었죠...그런데 모래사장에 그들의 것으로 보이는 뒷트렁크가 열린 차가 서 있었고 그 곁에는 저 도구를 넣었던 대형 가방이 길게 퍼덕이고 있었습니다...결론은 그들은 저 스포츠를 훈련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참 추운 겨울 날 고무옷을 입었지만 고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3시가 넘었고 우리는 한림항까지는 30여분 더 걸어가야하지만 여기서 걷기를 마치고 시외버스를 타고 4시가 넘어서야 시내로 돌아왔습니다...볼이 얼얼해지도록 바닷가에서 북서풍을 맞았습니다...몸이 저항을 받으며 흔들거렸습니다...강렬한 바닷바람이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립니다...생활의 찌꺼기를 털고 다시 생활로 돌아가려합니다...(2011. 3.1)
첫댓글 사진과 설명...잘보고 갑니다
찻집에 교복입은 인형이 인상적이네...소시적 우리네같은 ...하얀이빨을 드려내는 파도만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느데...고향에 바다가 보고싶어서....
하얀이빨의 파도 고향제주바다를 그리워하는구나...언제 오면 올레코스를 걸어보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