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산 풀내음 섬진강 물소리 들리네
ㅡ 섬진중 김재용 교장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이대규
보고 싶다고,
내 시집을 읽다가
내가 생각났다고,
섬진강 자락에서
전화를 준 김재용 교장
회문산 고산식물 풀내음
섬진강 맑은 물소리가
정겹게 묻어난다
김용택 시인이 사는
임실 섬진강 강마을
30여 년 교직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친구를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여름,
여전히 나를 선생으로 기억하는
만행산 천황봉 자락
남원 보절중 어린 눈망울이
어른거린다
80년 5월
광주에서 슬픈 이야기가
들려오던 우리 젊은 날
국어교육과 3학년인 우리는
휴교령이 내려
암울한 늦봄을 살아내고 있었지
부안 보안리에서 재용 친구가
엽서를 내게 보내주었네
신석정 시인의 '저문 들길에 서서'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나의 거룩한 일과이거니"
특전사 훈련병 시절
친구가 대위 계급장을 달고
먼길을 달려와 특별 면회를 하던
고마운 마음씀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일
아, 이제야 고백하네
친구의 마음, 위로의 언어가
내 삶을 지탱하는 날이 많았다고
진광불휘(眞光不輝)
번쩍거리지 않는 빛처럼
한생을 살아온 친구여
남은 삶도 그렇게
진정한 빛으로 채우며
여물어 가시길
나 또한
순자강 만나러 가는
보성강이 되어
지리산 압록에서 그대를 만나
넓어지고 깊어지리니
그대와 함께 저물어
광양 배얄도 남해 금산
그 빛나는 곳에 이르고 싶네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