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중인 후기>
★ 프롤로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슴 한편이 뚫린 것처럼 큰 슬픔이 느껴진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안에 처박혀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을 찾았다. 목포에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다 보니 장암지맥이 눈에 띄었다. 상무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장암산만 연결하면 되었다. 광주송정역 첫 KTX에 이어 상무대행 첫 직행버스를 타고 상무대 입구에 도착하자 7시 40분이다.
네이버 지도에는 상무대 정문에서 상무대골프장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부대안이라 그런 것이고, 외부인은 며칠 전에 면허신청 등을 거치지 않고는 일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군인인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설사 아는 장교가 상무대에 근무하고 있다 치더라도 지금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로 따라 상무대골프장 입구까지 가야 하는데 우회거리가 무려 20km나 되었다. 택시를 타도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이제 방법은 철조망을 끼고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치저수지까지 걸어간 다음 군부대 앞에서 막히면 숲길을 뚫고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생각해보니 태청지맥이 떠올랐다. 홀대모에 들어가 태청지맥 트랙을 다운로드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태청지맥 트랙은 누락되어 있다. 트랭클을 통해 다운을 받았지만 트랙을 신뢰할 수가 없다. 자세히 보니 물을 건넌 것으로 나타났다.
태청지맥(太淸枝脈)은 영산기맥 태청산(△593.3m)에서 분기해서 삼봉산(163m), 태산(207m), 제당산(△158.8m), 월악산(△168m), 병풍산(161m)., 만중산(101m), 가암산(△151.3m), 사랑산(186m), 병풍산(△265.4m), 망산(289m), 구절봉(△297.0m), 국사봉(△281.6m), 백룡산(△347.0m), 대림산(55m). 청림산(187.2m)을 거쳐 고막원천과 영산강이 합수하는 나주시 다시면 동당리 석관정나루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50.6km에 달하는 산줄기로 고막원천의 우측 분수령이 된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상무대-유천고개-202봉-분기점-태청봉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14.4km(실제거리 7.3km, 접속 7.1km)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16일(수) 07:40~13:40 (6시간)
★ 흔적들
<<태청지맥 첫날>
장암지맥을 답사하려다가 상무대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급하게 일정을 변경한 것이 태청지맥이다. 유정저수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오늘 산행은 상무대가 가로막고 있는 태청지맥과 장암지맥의 대충교통 접근성을 최대한 향상하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창리에서 직행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태청지맥의 다음 구간은 무척 연결하기 편리하고, 장암지맥 또한 영광터미널에서 연결하기 편한 지점에 하산하면 두 구간 모두 접근하기 수월해진다.
기계화학교 정문 오른쪽으로 임도처럼 넓은 길이 열려있었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그 길은 묘지 진입로임을 알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가시잡목을 헤치며 올라섰지만 생각처럼 태청지맥에 접근하는 데는 시간소요가 많았다. 태정지맥 마루금이 쉽사리 다가오질 않다가 신기리 인삼밭을 기점으로 마루금에 붙을 수 있는 방법이 보였다. 이 지점에서 철조망은 왼쪽으로 급하게 꺾으며 올라갔고 인삼밭을 빠져 나오자 농로에 이르렀다(09:39). 트랙을 보며 유천고개를 찾아 지맥길로 따라 올라가자 시그널이 보였다. 10시 9분 202.9봉에 이르렀지만 내리막 구간도 희미하긴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선답자들은 어떻게 이 구간을 돌파했는지 궁금해졌다. 제법 진행했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신기리 마을이었고, 다리(건선교)를 건너자 트랙은 계속 도로를 따라가도록 했다. 분명 왼쪽 능선이 마루금은 분명하지만 철조망 때문에 부득불 도로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해야 했다.
상무대 동쪽 정문 근처에서 봉정사 입구로 발길을 돌렸다. 봉정사에 이르기 전 철조망을 왼쪽에 두고 올라서야 하지만 일단 봉정사가 인근에 있기 때문에 절을 구경하고 내려온 다음, 약초꾼들이 낸 산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물을 건너야 했다. 사선치에 이르자 비로소 철조망과 이별을 할 수 있었다.
태청봉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로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여기저기 달려있긴 해도 다져진 길이 있는 게 아니라서 계속하여 미끄러졌다. 급기야 된통 넘어지며 스틱이 휘어지자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개척해 나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무척 힘이 들었고 식사 시간이라 허기가 졌다. 다행히 평평하고 큰 바위가 있었고, 그곳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쳤다. 30여분의 넉넉한 식사를 마치고, 13시 35분 태청지맥 분기점에 도착했다. 당연히 산패가 붙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보수공사를 하면서 모두 철거했고, 선답자들의 시그널은 무더기로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모두 주워서 깨끗하게 흙먼저를 닦아낸 후 장암지맥까지 걸어가면서 하나씩 다시 걸어두기로 한다.
13시 40분 태청봉에 도착하면서 태청지맥 1구간이라 하기엔 그렇고 예비구간을 마치며 가민시계의 정지버튼을 눌렀다.
<장암지맥>
★ 프롤로그
장암지맥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다음 구간부터 태청지맥과 장암지맥의 방법을 바꿨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무척 좋아질 것이다. 매번 그렇지만 날씨가 어떻든, 엉뚱한 곳에서 시작하게 되더라도 한번도 그냥 돌아간 적은 없다. 이번에도 접근로에 대한 판단을 잘못 했지만, 이미 산행하기 위해 집을 나왔으니 태청지맥을 경유해 장암지맥 답사를 시작하면 되었다.
장암지맥(場岩枝脈)은 영산기맥의 장암산(484m)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오동산(351m), 우리봉(185m), 노인봉(255m), 서금산(90m), 수리봉(354.4m), 갓봉(344m), 봉화령(373.8m)을 지나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에서 돔배섬과 구암천을 바라보며 서해바다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6.3km 되는 산줄기로 와탄천의 우측 분수령이 된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태청봉-장암지맥 분기점-장암산-오동산-우의봉-신흥고개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10.6km(실제거리 7.7km, 접속 2.9km)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16일(수) 13:50~18:00 (4시간 10분)
★ 흔적들
<<장암지맥 첫날>
태청봉에서 바나나를 먹으며 잠시 쉼을 가진 후 영산기맥을 따라 장암산으로 향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반대방향이긴 해도 처음 가는 길처럼 낯설다. 짧은 시간 너무 많은 산줄기를 답사한 영향인지 갈 때마다 낯설게 느껴진다.
시설물이 방치된 곳을 지나자 양쪽으로 철쭉이 빽빽하게 심어진 장암지맥 분기점에 도착한다(15:07). 이미 영산기맥 종주하면서 들렀던 장암산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시원스레 열린 산길을 따라 내려섰다. 추모비가 세워진 곳에서 지맥길은 잠시 숲길로 들어가는 듯 했지만 장암산 산림욕장으로 들어서며 다시 한번 호사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산림욕장 입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숲길로 들어서자 가시잡목이 격렬하게 반겼다. 원래 계획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통과해서 영광군 읍내까지 진행하려고 했지만 지맥길이 가시덤불로 뒤덮혀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6시 2분, 오동산(351.1m)에 도착했다. 내려서는 길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능선을 바꿔 타며 점점 시간은 지체되고 있었다. 지맥길을 제대로 밟기 위해서는 되돌아가서 능선을 바꿔 타야 하지만 가시잡목 때문에 되돌아갈 수도 없다. 다행히 발아래 임도가 눈에 들어왔다. 임도에 내려서자마자 바로 마루금에 복귀할 수 있었다(16:28).
근처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초입은 훤하게 길이 열려 있지만 283.1봉을 넘어서자(16:35), 또 다시 가시덤불의 향연이 펼쳐졌다. 17시 19분 우이봉(184.5m)을 지나자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내리막길에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이자 바로 내려섰고 트레일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묘량로에는 생태통로가 만들어졌고 확장공사 중이었다. 근처에 버스정류장 위치를 확인하고 신평고개까지 이동한 후(18:00), 버스정류장에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4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버스를 마냥 기다리느니 6km 떨어진 영광 버스터미널까지는 달려가기로 했다. 이 거리까지 합산하면 오늘 운동거리는 31km가 되고, 버스로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20~30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영광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에는 먼저 19시 50분 목포행 버스표를 구입했고, 인근식당에서 모듬국밥을 주문하여 넉넉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