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란 공통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면 한 채당 가격이 최저 40억원에서 최고 7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이란 점. 또 이들 모두가 한강변에 위치한 `한강 조망` 주택이란 점이다.
한강변 고급 빌라는 대부분 20여 가구 미만의 소규모이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나오자마자 소리 소문 없이 팔려 나간다. 3.3㎡당 5000만원 안팎으로 청담동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던 청담 마크힐스 펜트하우스는 D그룹의 3세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남에 이미 고급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지만 한강 뷰가 확보된 빌라에 매력을 느끼고 100억원에 가까운 분양가에도 선뜻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 한강이 손에 잡힐 듯…그들만의 성
=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고급 빌라 타운`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주로 1~3층 규모의 크고 작은 고급 빌라들이 모여 있는 전통 부촌 형태를 띠었지만 주변에 높은 빌딩들이 올라가면서 보다 높게 건물을 올려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한 `빌라트`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이 중에서도 2006년 이후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영동대교 쪽으로 건너편에 위치한 카일룸 2ㆍ3차, 빌폴라리스 등이 잇달아 분양에 성공하면서 청담동은 그야말로 `빌라트 타운`으로 자리 잡게 됐다.
리베라호텔 바로 맞은편에는 20층 규모의 빌딩이 4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2008년 분양을 시작한 청담 마크힐스(38가구ㆍ공급면적 380㎡)가 그 주인공이다. 청담 마크힐스는 한 층에 한 가구만 입주한다.
강민구 마크힐스 분양팀 본부장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주택에 사는 부자들은 무엇보다 사생활을 가장 중요시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서로 마주칠 일이 아예 없도록 설계했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니 구릿빛 대문부터 `떡` 하니 나타나 집이 아니라 마치 성에 들어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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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장동건 커플 신혼집이 될 마크힐스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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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서니 직사각형으로 쭉 뻗은 실내 공간이 주니어룸에서 마스터룸까지 이어져 있다. 3가구 이상 주거 시 프라이버시를 위해 거실을 중심으로 양끝과 중간 지점에 각각 방을 배치했다는 게 분양팀 설명이다. 거실로 들어서니 높이 3m, 길이 15m가 넘는 전면 창을 통해 한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한강을 캔버스에 넣어 놓은 듯 가깝게 느껴지며 찰랑이는 물결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강가를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청담동 잠원동 한남동 일대는 옛부터 전통적인 한강 조망 주택의 집결지이지만 최근 새롭게 인기 고급 빌라 지역으로 떠오르는 곳도 있다. 용산 재개발과 함께 새로운 스카이라인 유망 지역으로 주목받는 동작구 흑석동 일대.
지난해 배우 장동건 씨, 현빈 씨가 구입해 화제가 된 흑석동 마크힐스(18가구ㆍ공급면적 400㎡) 빌라 안에 들어서자 노들섬과 동부이촌동 전경이 펼쳐졌다. 폭이 10m는 족히 넘는 창문으로 보이는 한강변 풍경은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광각(廣角)의 파노라마다. 흐린 날이라 가시거리가 짧은 편이었는데도 남산타워가 또렷이 보일 정도다. 주변에 비해 지대가 높은 곳이라 3층에서조차 노들섬 수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마치 한강대교 위에서 섬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에는 1900석 규모의 심포니홀과 1500석의 오페라극장 등 복합 문화 콤플렉스가 건설된다. 빌라에서 노들섬까지는 직선 거리가 500m에 불과해 거실에서 바로 오페라하우스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 수도 꼭지 하나에 수백만 원…바닥은 수입 원석
= VVIP만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주택이다 보니 내부 마감재와 인테리어 또한 호텔급 못지않다. 워낙 고가 주택이다 보니 이를 구입하는 부자들이 계약 바로 직전에 마감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잦기 때문에 건설사가 제일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인테리어와 마감이다.
청담 마크힐스 내부의 벽지들은 모두 미국 슈마커사에서 손으로 제작한 수제품이다. 벽지가 예술가들의 손을 거친 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셈. 욕실 및 바닥재는 스페인산 수입 대리석이다. 욕실 세면기 수도꼭지는 이탈리아 트리미사 제품으로 수도꼭지 하나에 수백만 원에 달할 정도다. 초호화 한강변 빌라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전용률이 낮다는 점과 마감재 수준, 조망권 가능 여부에 따라 시세가 크게 차이나 분양가가 적정한지 비교가 어렵다는 점,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지용ㆍ
■ 그들만의 아성 "투자보다 거주"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이르는 초고가 빌라에 대한 투자 가치는 얼마나 될까. 청담동 한강 조망 빌라 주변의 중개업자들과 분양회사들은 흔히 삼성동 아이파크와 비교를 많이 한다.
최근 삼성동 아이파크는 한강 조망권 여부에 따라 똑같은 196㎡(공급면적) 아파트인데 28층은 56억원, 7층은 33억원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23억원에 달하는 조망권 가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청담 마크힐스 분양팀 관계자는 "청담동 고급 빌라는 3.3㎡당 가격이 4000만원 안팎이지만 아이파크는 7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호가한다"며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쾌적한 주거성과 한강 조망권을 갖춘 청담동 빌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주변 땅값 역시 2003년 845만원에서 1388만원으로 1.6배 올랐다.
땅값이 오르다 보니 주택 가치도 분양가 대비 대폭 상승했다. 2006년 준공돼 탤런트 한채영과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살고 있어 유명세를 탄 강남구 청담동 `카일룸 2차`는 40억원 수준이던 분양가가 최근 시세로 70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한때 탤런트 송혜교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 잠원동 띠에라하우스 320㎡는 분양 당시 25억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35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엔 금융위기 여파로 가격이 주춤하고 있는 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장은 "한강변 고급 빌라는 조망이나 인테리어 등을 감안하면 실거주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최근 투자 측면을 볼 때는 수익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