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원의 아이들
8월7일~8일 장마뒤에 찿아 온 후덥지근한 기온을 온 몸으로 느끼며 아침 일찍 그들을 만나기 위해 전철을 갈아 타고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간 곳은 법원리로 가는 길에 있는 파주군 연흥리라는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평화원이었다.지난번 초등생들 심성수련을 하면서 힘들고 땀 흘렸던 그 여름이 생각 나서 이번에도 그때의 땀을 또 흘리겠구나 하며 미리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그들을 만나고 보니 역시 만만치 않은 대상이었음이 눈에 가득히 들어 왔다.무표정한 아이,말을 안 하는 아이,무슨 일에 삐쳤는지 뒤돌아 앉은 아이,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처음에는 그대로 진행 할 수 밖에 없었다.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대변 해 주면서 계속 눈을 마주쳤다.그랬더니 점심시간이 지난 후부터 시선도 마주치고 경직되었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저녁엔 신문지로 옷 만들기를 했다.그 그룹들이 만든 옷을 모델이 입고 패션쇼를 했는데 아주 재미있어 했다.
그 곳에 가기 전에 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그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마음을 여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우리 세 선생님들이 잔 곳은 유치부 아이들이 있는 곳이였는데 다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뽀득뽀득 얼굴을 씻던 모습과 샤워기 틀기도 힘겨워 두 손으로 열심히 돌려서 발을 씻던 모습,그리고 어른 손에도 커 보이던 손톱깍이로 발톱을 깍던 모습이 아련하다.
하루를 자고 아침을 먹고 난 후는 평화원의 예배시간이었다.원장 선생님의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설교였는데 원장님의 다정다감한 성품을 볼 수 있었다.아이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그 인자한 얼굴이 지워지지 않는다. 애랑 저수지란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왕복 2시간이 걸렸는데 들꽃얘기,저수지 고기얘기,동생얘기 등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한 여자아이는 나의 오른손을 독차지 했고 작은 남자아이는 왼손을 또 어떤 아이는 그림자처럼 줄곧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떠나지 않았다.가는 길에 핀 크로버 꽃으로 반지와 시계를 만들어 주던 아이,보라색 들국화,달맞이꽃,달개비꽃 또 이름 모를 들꽃들을 꺽어서 나의 머리와 옷 주머니에 꽂아 주던 천진난만한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려진다.
점심에는 비빔밥이 나왔는데,고추장이 미리 올려져서 무척이나 매워 보인 비빔빕에 밥을 더 달래서 먹으라고 했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냥먹던 키가 컸던 아이,,,,,
그곳에 갔다 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는 평화원에 다녀온 후로 그들을 위해서 작은 기원을 해 본다.그들이 자라서 자립할 때까지 어릴때 받았던 그들의 상처나 아픔은 다 신앙으로 이겨내고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그들의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이어가길 기도한다.그들의 해맑은 얼굴에 평화로운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년 전 하나원 강사로 심성수련 했던 일 -사랑방 소식지에 실었던 글)
첫댓글 우아미님의 성격을 조금은 알수 있을 것 같은 잔잔한 글입니다. 앞으로 좋은 산문 자주자주 접할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