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08. 금요일
감악산에 올랐다.
오전 9시쯤 녹양역에서 함께 산행하기로 한 두 분을 만나 감악산으로 향했다.
신암저수지를 지나 10시에 임꺽정봉 남쪽에 있는 수월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의 계획된 일정은 임꺽정봉 남쪽 절벽에 새로 설치한 하늘길 데크를 걷는 것이었다.
‘신비로운 숲길’ 입구에서 조금 망설이다가, 옆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약수터 쪽으로 발걸음을 바꿨다. 임꺽정봉에 올라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잘못 선택한 길이었다. 등산로 안내도에 올해 초쯤에 새로 설치한 ‘하늘길 데크’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그 데크가 있는 곳을 잘못 추측하고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늘길을 걸으려면 ‘신비로운 숲길’ 입구로 들어가, 선일재로 올라서서 능선(신암저수지와 원당저수지 사이에 있는 큰 능선)을 따라 임꺽정봉을 바라보고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던 것을…….
약수터와 누운폭포를 지나 얼굴바위 쉼터로 올라가는 등산로로 들어섰다.
예보대로 보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준비해 간 우비를 입었다.
첫 번째 쉼터를 지나, 두 번째 쉼터인 얼굴바위 쉼터에 이르자 웅장한 임꺽정봉과 그 왼쪽 암벽에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얼굴바위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에서 보아온 얼굴바위 중에서 가장 멋있고 뚜렷한 모양이었다! 크기도 상당히 컸다. 그러나 이 쉼터에서는 나무에 가려 얼굴바위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임꺽정과 그 절벽에 설치한 하늘길 데크를 감상하기에 적당한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나무숲 사이로 얼굴바위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때 마침 구름이 몰려와 얼굴바위를 반쯤 가리기 시작하였다. 10분쯤 기다리고 있자 마침내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촬영을 했다.
임꺽정봉(676.3m)에 올라 구름이 낮게 드리운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깎아지른 듯한 남쪽 바위 절벽에 매달려 있는 하늘길 데크가 임꺽정봉 허리를 휘감고 있는 구름 사이로 보였다.
임꺽정봉에서 서쪽으로 300m 떨어져 있는 장군봉에도 올랐다. 임꺽정봉은 어느 정도 보였으나, 감악산 정상은 구름에 덮여 보이질 않았다. 이어 감악산 정상(675m, 임꺽정봉에서 북쪽으로 400m 거리)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감악산은 정상보다 그 옆의 임꺽정봉이 1m 정도 더 높은 좀 특이한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악산 정상에는 10월 말 준공을 앞둔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구름 속에 우뚝 서 있었다. 이 감악산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예봉산, 가리산 강우레이더와 함께 수도권지역에 내리는 비를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게 돼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돌발 홍수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정상 아래에 있는 감악정에 들어가 비를 피하며 준비해 간 소고기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산은 장군봉 아래 마애불상이 있는 골짜기 코스로 하기로 했다. 임꺽정봉 하늘길 데크는 비가 내리고 있고 경사가 급해 하산길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안내도를 보니 이 코스에 볼 것이 많아서 그리했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길이 무척 험했다. 초보자들은 절대로 선택하면 안 되는 코스였다.
신암사터, 마애불상, 칠성바위를 지나 차가 주차되어 있는 수월사 아래로 내려와 즐거운 산행을 마쳤다. 하늘길 데크를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 산행 기회에 달래기로 하고…….
의정부로 와서 차를 아파트에 주차하고, 족발집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뒤풀이를 하며 오늘 산행의 여흥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