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결사(結社)란 수행의 완성인 해탈열반을 목표로 하여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오랜 기간 수행하고 정진(精進)하는 모임을 말한다. 대체로 승려들이 타락하여 불교가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원망을 받게 될 때 누군가 개혁의 깃발을 드는 것이다.
결사의 대표적인 예로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의 정혜결사(定慧結社)다. 지눌이 살던 시대에는 승려들이 노비를 부리고 고리대금업을 하는 등 그 타락상이 극에 달하였다. 그는 부처님의 법(法)과 율(律)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因地而倒者 因地而起). 땅을 떠나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離地求起 無有是處也)”고 말하였다. 이러한 결사정신은 1947년 청담스님, 성철스님 등이 참여한 봉암사결사로 이어졌고 불교정화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봉암사결사에는 같이 모여사는 이들이 지켜야할 규약(共住規約)이 만들어졌는데 그중에 몇 가지는 이렇다.
▶법(法)과 율(律)을 따라서 정진하여 궁극의 목적을 이룬다.
▶부처님과 조사의 가르침 이외의 개인적인 의견은 배제한다.
▶소작인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용품은 스스로 해결한다.
▶정해진 시각 이외에 누워 자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매일 두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다.
오늘날 조계종이 봉암사결사 정신을 잇겠다고 말한다면 법(法)과 율(律)에 맞는 ‘불교성전’을 잘 만들고, 문화재 관람료와 각종 임대료를 받아 사찰 운영하려는 관습을 버리고, 사찰의 재정을 투명화하고, 일정한 시간을 노동하고 봉사하는 것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봉암사결사 정신을 잇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긴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2번 지낸 자승을 주축으로 9명이 2019년에 천막 선원에서 동안거를 하면서 ‘상월결사’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상월결사가 봉암사결사 정신을 잇는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다. 봉암사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은 소욕지족의 삶을 살며, 어떤 명예나 자리를 탐하지 않고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상월결사는 단지 3개월 안거였고 안거 동안에 합창단, 풍물패, 트로트가수 등을 불러서 시끌벅적한 놀이마당을 만들었고, 그 노래소리가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교계 신문과 방송은 날마다 상월결사 소식을 전했고 그들은 "아홉스님"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부처님은 “고행은 천박한 것이며 무익하다”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그들이 만든 묵언,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 등의 규칙도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어긋나는 것들이다. 실질적으로 화두를 성성(惺惺)하게 참구하기 위해, 순간순간 알아차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행자의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일부러 천막 안을 춥게 만들고, 선원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어 극기훈련을 하는 것은 수행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증거다. 또한 수행자라면 안거 기간에 도반들끼리 포살을 하여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경책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들처럼 묵언하는 수행으로는 포살과 탁마도 할 수 없다. 벙어리처럼 지내며 탁마도 하지 않고 수행도 하지 않고 오직 극기훈련만 한 상월결사는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고행을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고 천막 안에서 영화를 찍었다. 그들은 영화 상영관마다 찾아가서 무대인사를 하였다. 일반인을 상대로 영화 ‘아홉스님’ 관람평 시상식도 거행하였다. 수행자가 하루 아침에 영화배우가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작가를 동원하여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고, 동국대 교수는 자승스님이 칠판에 쓴 '어쩌라구'를 주제로 하여 시집 '어쩌라구'를 펴냈다. 안거에 참여한 이들은 공영방송 프로그램인 아침마당과 불교TV에 출연하여 자신들이 천막 안에서 어떻게 추위를 견뎠는지 얼마나 배고팠는지를 자랑스레 말하였다. 안거 기간에 화두를 어떻게 들었는지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였는지 하는 이야기는 없었다. 상월선원은 별도로 무문관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그 곳에 참여한 재가불자들도 극기훈련을 하고 나온 듯이 온통 추위 이야기만 하였다. 추위를 견디고 묵언하고 목욕 안 하는 것을 마치 대단한 수행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상월결사가 왜 사기극인지는 자승과 그를 따르는 승려들이 지금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확인된다. 2022년 10월 새로운 총무원장이 취임하자 상월결사에 참여한 자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였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은 머리를 깍지 않아 호법부에 고발당하였지만 여전히 동국대건학위 총재, 봉은사 회주, 연주암 회주 자리에 있으면서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어 자신이 조계종 실세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상월선원 총도감 호산은 총무부장, 수국사 주지 등을 맡고 있으며 상월선원 도감 혜일은 교육원장, 성남 봉국사 주지, 종립학교 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상월선원 지객 원명은 문화사업단장, 동국대 감사를 맡고 있으며, 상월선원 입승과 주 시자 등도 표충사 주지, 동국대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이렇게 단 3개월 상월결사에 참여한 이들이 종단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불교 역사상 3개월 결사도 없었지만 3개월 결사를 하고 나서 결사에 참여한 이들이 이렇게 종단의 주요 직책과 권력과 명예를 차지한 사례도 없었다. 정혜결사를 주창한 보조지눌스님과 봉암사결사를 주도한 성철스님이 지금 자승 무리들을 보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자승 일행은 2023년 2월 9일부터 3월 23일까지 총 43일 간 인도 성지를 걷기를 예고하고 있다. 인도 현지를 부처님처럼 걷는다며 대단한 고행을 하는 듯이 홍보하고 있지만 현실은 귀족적인 순례가 될 것이다. 그들은 순례자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만드는 팀, 숙소를 위한 텐트를 치는 팀 등 순례단의 뒷바라지를 여행사에 맡겼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 걷기순례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1인당 1000만 원의 참가비를 받고 있다. 소욕지족의 삶을 살아가는 불자들이 오로지 두 발로 부처님 성지를 걷는데 이렇게 비싼 참가비를 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천막선원 3개월 안거를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화했듯이 이번 '인도걷기순례'도 불교신문, 법보신문, 불교방송 등에서는 매일매일 기사를 쓰고 대서특필할 것이다. 기자들은 한국불교의 명운이 자승일행의 어깨에 걸려 있다는 듯이, 그들이 얼마나 더위와 열악한 환경을 이겨냈으며, 성지에 도착해서 감동적인 눈물을 흘렸는지를 상세히 보도할 것이다. 물론 다큐영화도 찍어서 극장에 상영하려고 할 것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참가하지 말라는 듯 비싼 참가비를 받고, 순례단의 궂은 뒷바라지는 여행사에 맡기고, 불교계 기자들을 데려가서 순례 상황을 대서특필하고, 순례 영화를 만드는 이러한 보여주기식의 순례가 정말 봉암사결사 정신을 잇는 것인가? 순례단은 답해야 할 것이다. 자승은 지금도 머리를 깍지 않고 종정스님이나 원로스님 앞에서나 심지어 부처님 앞에서도 모자를 벗지 않는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장면은 보드가야 부처님 앞이나 쿠시나가라 열반상 앞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 성지에서 전 세계 불자들이 ‘승가에 귀의한다’는 맹세를 할 때 우리 순례단은 ‘스님들께 귀의한다’는 삼귀의를 할 것이다. 조계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교성전과 각종 의례집에 ‘스님들께 귀의한다’고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삼귀의도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조계종단은 이번 인도 순례걷기를 종단 차원의 행사가 되도록 지원하고 후원한다고 한다. 한국 불자들이 거룩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불교는 여러모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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