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출판된 ‘캐나다 한인사’를 읽다 보면 ‘여성 교도관 허순옥씨(77~78쪽)’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한인사는 ‘제3부 한인사회 선구자들’에서 그를 ‘직업 면에서 캐나다 한인 최초라는 기록을 2개나 보유한 인물’이라고 소개한다.한인사는 본보 1993년 4월16일자 보도를 옮긴 것이다. 본보는 이야기의 주인공 허순옥(76·사진)씨의 ‘그 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미시사가 자택을 방문했다.23년 전 본보 보도에 따르면 1969년 12월 이민한 그는 한인 최초 미용실인 ‘수산 미용실’을 73년에 오픈했다. 또 91년부터 킹스턴여성교도소에서 한인 최초의 여성 교도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2004년 은퇴 당시 연방공안장관과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허씨의 거실엔 23년 전 본보와의 인터뷰 기사(1993년 4월16일자·2000년 12월29일자)가 액자 안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당시 한인 여성으로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 선두주자로 소개된 그가 50대의 나이에 교도관 직업에 도전한 것은 오역에서 비롯됐다. 허씨는 교도관(correctional officer)을 사무실(office)로 오역, 일반 사무직인 줄 알고 지원했던 것.
“면접관이 ‘죄수가 난동을 부리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을 때 사무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 그는 “면접에 합격하고도 체력·이론·사격으로 이뤄진 3개월 간의 훈련을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받았다. ‘훈련에서 떨어지면 합격도 취소되니 기존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관계자가 조언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삼남매를 둔 그는 이를 악물고 훈련 과정을 통과해 교도소 근무를 시작했다. 첫해 연봉은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해 4만여 달러였으며 퇴임 직전엔 약 5만6천 달러를 받았다.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그가 일한 곳은 당시 2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여죄수들이 수감됐던 곳으로 세간의 이목을 끈 죄수들도 만났다. 크게 어려웠던 일은 없었으나 역시 죄수들을 상대하다 보니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은퇴 후엔 합창단과 성가대 활동에 집중했다. 현재 서부장로교회 에녹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녀들에게 “남보다 5분 일찍 출근해 5분 늦게 퇴근하라”고 버릇처럼 말한다. 남보다 더 일한 10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허씨의 큰아들 최진영씨는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둘째 아들 에드워드 최씨는 한국서 음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막내딸 제니퍼 최씨는 CBC 방송국 오타와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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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사랑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