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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스크랩 2차적 떨림, 그 간접적 공명이 빚는 소리... 피아니스트 이은정의 `순수...
반잔 추천 0 조회 85 07.10.01 20: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세상에 꼭 필요하면서도 그 소용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는 물과 공기 그리고 음악이 있다고 한다. 물과 공기는 흔한 것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음악은 왜 거기에 끼었을까?

 

음악없는 삶을 상상해 보자!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에서 효과음악, 배경음악이 사라져 버린다면 얼마나 밋밋한 드라마나 영화일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직하다. 

 

어디 그 뿐이랴! 우리는 슬플 때도 음악을 듣고, 기쁠 때도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또 때로는 그리움을 삭이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지금처럼 추석이 지나고, 밤송이가 아가리를 벌릴 때 즈음 흔히 목격하게 되는 것이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거기서도 멋진 행진곡이 있고, 운동회 내내 음악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은 대형 포터블 카셋트라디오만으로도 또래의 인기를 모아 대장노릇을 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울리는 팝송에 얼마나 많은 추억을 담았었던가? 

 

나의 기억 속에 아름다움으로 자리잡은 추억이란 이름의 그림들은 사실 음악과 함께였다. 그러기에 거리를 거닐다가 그 시절의 음악이 어디선가 흐르면 어느 틈에 우리는 그 시절의 추억을 더듬거리고 있었고, 살며시 미소지으며 행복해 할 수 있었다.

 

그런, 음악, 그 오묘한 소리 세계로 기억을 더듬어 다시금 여행을 떠난다는 건 내게 있어 또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 난 카랴얀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심포니를 배경삼아 여행을 떠난다. 얼마전 열정을 보여준 그 피아니스트 이은정의 공연 속으로......   

 

C.Saint-Saens    Allegro Appassionato Op. 70 
(1835-1921)

 

아주 느린 건반의 시작은 한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관객의 기대가 그러하듯 피아노 건반의 속삭임에 떨리는 현은 서서히 끓어 오르는 열정을 토해내고 있다. 

 

그 제스처 또한 과감하고 큰 스케일과 모션이다. 자리잡은 위치상 연주자의 손을 볼 수 없었으되, 그녀의 표정은 세세히 읽을 수 있다.

 

아주 기나긴 여운을 즐길 줄 아는 그녀. 그 속에는 기다림이 있었고, 단절이 있었다.

 

기다림과 단절은 어떤 인연일까? 어찌보면 기다리다 지쳐버린 포기 같지만, 여기서의 단절이란 기다림을 넘어섬을 의미한다. 기다림읕 버린다는 건 단절이요, 단절함은 곧 극복과 승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단절 뒤엔 더 큰 기다림과 환희가 자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S.Rachmaninoff     Preludes
(1873-1943)            Op.3, No.2
                            Op.23, No.4,5
                            Op.32, No.12    
     
                           Etude-Tableax
                            Op.39, No.5
                            Op.33, No.7
                  

 

다시금 시작되는 소리들은 속삭이는 연서의 내음이 난다. 마치 제 스스로 찾아든 가을을 더 빨리 오라 재촉하면서 환영하는 듯 하다. 건반 위에 그려지는 초가을의 싱그러움이 묻어 있고, 그것이 마음에 흐르면서 그 싱그러움과 순수함이 전해진다.

 

체임버홀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싫지 않았음은 지난 여름 그 뜨거운 열정에 지친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러한 뜨거움이 있었기에 오늘같은 싱그러움이 더 살갑고 반가운 것 아니겠는가?

 

전날 눈여겨 본 피아니스트 김민정의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차분함이 소리에 녹아 있다. 전날의 연주가 편안한 곡 위주였다고 한다면, 뒷날 그 시간을 채운 곡들은 절제와 인내 그리고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아름다움이 있다. 그 소리에서 연주자의 성품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을은 역시 절제, 인내 그리고 결실같은 언어들이 어울리는 계절. 깊은 사색으로 이끌어 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절제와 인내가 조금씩 조금씩 가을임을 소리로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여름의 뜨거움의 결실로서 열정을 토해냈다. 그 고통과 역경의 뒤끝에 만난 이 날의 소리는 참으로 적절한 시기의 위안이다. 충분한 성숙은 아닐지라도 그것의 가치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으리라.

 

곧바로 쏟아지는 그 소리의 구름들은 그 찬란한 기억 속 저편으로 몰아가는 여름의 손짓, 잔잔한 파도의 흐름을 모아 한 방울의 피눈물로 떨쳤다.

 

그리고선, 다시금 초가을의 제멋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그 뜨거움과 그 선선함 사이에서 갈등이나 번민조차 없이 그냥 그렇게 와버린 가을이 건반 위에서 머물고 있다. 때로는 강인함과 끈질김이 함께 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벗어남을 위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일정한 리듬이나 그 소리 간격에는 애끓는 경계에서 끓을 듯 끓을 듯 이어지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나는 가끔씩 그 경계 위의 아슬아슬함이 좋아 그것을 즐긴다. 그것은 인내와 모험의 외줄타기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경쾌한 듯 들리나 결코 가벼움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는 다소곳한 무거움과 벗어나고픈 애절함이 함께 하고 있다.

 

 

L.v.Beethoven    Sonata f minor, Op.57 'Appassionata'  (1770-1827)            

 

                           Allegro assai
                           Andante con moto
                           Allegro ma non troppo

 

과감한 성격의 연주스타일. 귀에 익은 멜로디인 듯 싶지만, 그 속에는 연주자의 뜨거운 격정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은 하얗고 검은 구름판을 발판삼아 춤을 추며 발산된다. 그것은 하나의 열 덩어리와 같아서 뜨거운 비눗방울들이 공간을 수놓은 듯 하다.

 

피아노가 가진 매력을 연주기법과 기교로 모조리 보여주는 그녀.  그 소리에서 그녀가 피아노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며, 얼마나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지 알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방울들의 속삭임같은 행진이 있은 뒤,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하나, 급격한 파격과 소담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물결을 이룬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긋남과 비틀어짐이 있는 듯 싶다가도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를 발견한다. 열정이란 때로는 뜨겁게 토해내야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식혀 차거운 얼음덩어리가 되었다가 다시 뜨거움이 되어 주기도 해야만 한다. 분명한 것은 타오르는 끓음이 절대로 끄지지 않는다는 믿음. 결국에는 제 몸을 다 태워 밝히는 희생과 열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악기만 선호하는 음악적 편식쟁이였던 내가 이렇게 피아노 소리에도 감격해 할 수 있는 것은 그 맑은 소리 속에서 오늘처럼 열정과 그 영롱함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현악기의 미끄러짐과는 다른, 때리는 고통 속의 절규일지도 모르는 소리에서 인생과 삶이 떠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두드림이 빚어내는 소리 세계의 다양함들이 세상의 개성을 모두 모아주는 듯 하고, 저마다의 개성을 잘 발현해 주고 있다. 치고 두드려서 떠는 소리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그것은 타악과는 차별되는 떨림이자, 울림이다. 직접적인 접촉점에서 떠는 울림과 직접적인 접촉이 빚은 2차적 현의 떨림이 내는 그 진동의 폭과 주파수가 어찌 다르지 않겠는가? 2차적 떨림, 그 간접적 공명이 빚는 소리는 원시적 본능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그 소리의 은은함과 세련됨이 제 멋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악기가 피아노가 아닐런지......

 

그런 오묘한 소리통에다 마음을 실었다면 그 소리는 간접 조명의 은은한 아름다움처럼 은은하게 우리 귀와 가슴에 울림을 전달하고 거기서 꿈과 감동을 새록새록 피어나게 한다. 직접 조명보다 간접 조명이 아름다운 건 그것의 거침과 본능을 걸러낸 순화의 소리에 있듯이 피아노 음 역시도 그 거침과 본능을 떨림으로 정화시켜 걸러낸 소리의 부드러움이 매력이다.

 

보라! 그 소리들이 얼마나 이 공간을 지배하고 사람들의 가슴에 열롱히 맺히는지......

 

어느새 월광소나타의 그것처럼 달빛에 비친 그림자의 춤을 찬양하는 건반의 두드림에 담긴 부드러움 가운데 강열함이 제대로 서렸다.

 

Bravo!

 

그 속에도 격정을 토해내고 마는 열정이 있었고, 그녀의 그것이 그대로 객석 관객들 가슴으로 옮겨진 것은 아닐런지......

 

장중한 흐름 속에 톡톡 튀어오르는 맑음도 피아노만이 줄 수 있는 소리 선물이며, 매력이다. 두 손이 각기 다른 소리를 조화롭게 낼 수 있고, 여러 손이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림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피아노만이 가질 수 있는 참다운 매력이리라.

 

 

두 번의 커튼콜. 나운영의 곡이 연주된다. 그 소리의 정감은 우리네 삶의 고향같은 정서와 닿아 있다.

 

가을, 고향...... 왠지 눈말나는 그 정감을 소리로 보여주고 있다. 슬그머니 떠오르는 얼굴, 어머니. 그것들이 가을 오늘 밤의 마지막 모습이자, 눈물이리라.

 

그리움, 가을, 고향, 그리고 어머니............

 

음악이 아름다운 건 그리움도 가슴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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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0일(목) 저녁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

             
   주    최 :  음악기획사 뮤직필 musicphil
   후    원 : (사)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베를린 국립음대 동문회
   공연문의 : 뮤직필 02-706-1481~2 / musicphil@naver.com

 

<공연개요>

피아니스트 이은정의 ‘순수, 그리고 열정...’

 

탄탄한 테크닉과 풍부한 음악성을 겸비한 연주자, 이은정

 

지적이고 탄탄한 테크닉과 풍부한 음악성으로 2006년 가을, 귀국과 동시에 성남아트센터의 초청을 받아 정통 독일음악의 진수를 선사했던 피아니스트 이은정!!!

 

그는 서울과 독일, 미국,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다수의 독주회와 70여회의 조인트 리사이틀 및 실내악 연주를 통하여 폭넓은 음악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현재 경원대, 단국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세종대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자매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하, 소프라노 이경민과의 앙상블 활동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피아니스트 이은정의 색깔있는 무대!!!

이번 음악회에서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한 순수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담은,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Op.3, Op.23, Op.32> & <회화적 연습곡 Op.39, Op.33>과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선율과 더불어 거대한 스케일을 뿜어내는, 생상스의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Op.70>, 베토벤 <열정 소나타, Op.57>의  순수함과 열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구성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것이다!

 

<연주자 프로필 및 연주경력>

 

이은정,피아니스트 


단단한 테크닉과 풍부한 음악성으로 정통 독일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은정은 성실함과 열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후 도독하여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Vordiplom과 Diplom을, 만하임 국립음대에서는 Konzert Examen 과정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신수정, 서계숙, 조숙현, 강운경, 신애정 교수를, 국외에서는 이미주, Martin Hughes, Robert Benz 교수를 사사하였다.

 

이탈리아 IBLA Grand Prix International Competition, Silvio Bengali International Competition, 브람스협회 콩쿨, 춘추콩쿨, 틴에이져 콩쿨에서 입상하였고 음협콩쿨과 한국일보콩쿨에서 1위를 수상하였으며 국제 음악캠프와 마스터 클래스에 꾸준히 참가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대경험과 폭넓은 음악세계를 체험하였다.

그밖에도 음연 주최 ‘미래의 거장’초청 독주회, 독일 베를린 악기박물관 초청 독주회, 만하임 가톨릭협회 초청 독주회, 하이델베르크 예술협회 초청 독주회, 루드비히스하펜 학 박물관 초청 독주회, 성남 아트센터 초청 독주회 등을 비롯한 다수의 초청 독주회를 가졌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바덴바덴과 협연하였다.

서울 및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십 회의 조인트 리사이틀 및 실내악 연주를 통하여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현재 경원대, 단국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세종대 및 예원, 서울예고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자매들과의 앙상블 활동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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