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 후덥 지근 한 날씨
정말로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
우리는 오늘을 견디며 살아 가야 하고 살아 가는 생명체가 아니던가...
그런 나에게는 매 주 한 가지 숙제가 더 있었으니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 하나를 숙지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외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만이 즐겁고
행복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할 수 있다
할머니와 아이 콘택 을 하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옛날 우리 담양 창평에 사셨던 송덕봉 할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 줄께 요
이 이야기를 접하고서 느낀 점이 있었으니
단지 여자라는 성의 굴레 와 조선이라는 시대의 굴레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자가 그런 걸 배워서 뭐해 ? 집안일만 잘하면 되지...
유교사상의 큰 덧에 걸려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삶을 송두리 채 빼앗겨야 했던 그 시대의 여인들 삶을 엿보면서
같은 여자로써 다가 오는 감정은 바로 마음의 먹먹 함을 앞세운 큰 아픔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대와 현대의 여자들의 삶에는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지금의 유리 여성들은 외형적이든 사실적이든 그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여성의 위치는 날아 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그 위상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허지만 나의 편협한 생각의 한 자락에는
우리 여성들이 정말 평등하고 수평적으로 남자들과 동일 선상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반문하면서 조선시대 때 여자로 태어나서 살았던 세 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 송덕봉, 신사임당 , 허난설헌 >
이 세 분은 모두 여필종부 가부장 제도의 절대 권위의 아래 삼종지도 ((三從之道)라는
유교 사상의 뿌리를 여성의 미덕으로 포장하고 앞세운 조선 중기 같은 시대의
유명한 천재 시인이자 문인들로 모두가 아는 분들이기에 자세한 것은 생략하고
다만 이 세 분의 삶이 혼인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편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길을 엿 볼 수 있었다
우리 역사 속에 다섯 명의 공처가 가 있었으니
< 이문건, 홍언필, 홍태손, 이원수, 유희춘 > 이다
이 분들 중에 신사임당의 남편이 이원수이고 , 송덕봉의 남편이 유희춘이다
똑똑한 신사임당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이원수에게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대명사 처럼 순종적인 삶을 살면서도
내가 먼저 죽어도 새 장가 들지 말라고 남편에게 요구를 했고
영특한 부인인 송덕봉에게는 자발적으로 공처가된 유희춘 남편이 있었다
송덕봉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글로 지어서 남편을 꾸짖었을 정도니
현모양처의 순종적인 삶을 살던 신사임당 과는 다른
남편 앞에서도 전혀 위축됨이 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친 시대를 풍미한 여걸로
담양으로 귀향 왔던 면앙정 송순이 송덕봉을 보고 가히 재색을 겸비했다고 칭찬을 했다한다
허지만 허난설헌은 신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글 재주가 뛰어나고 용모, 천품도 뛰어났지만
남편 김성립과 결혼을 하면서 불행의 길을 가게된다
결혼생활 내내 기방을 드나드는 남편을 원망 했고 두 자식을 먼저 앞 세우고 절통한 삶을 살다가
27세의 나이에 병명도 알지 못한 째 요절한 천재 시인 허난설헌
얼마나 한 많은 세상을 혼자서 살았으면 피를 토하는 세 가지 한을 남겼으니
1, 이 넓은 세상에 하필 이면 조선에서 태어났는가?
2, 왜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났는가 ?
3, 왜 수 많은 남자 가운데서 김성립 의 아내가 되었는가 ?
이 세 가지의 글을 읽으면서 시대의 차이는 있지만
허난설헌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한을 품었을까 ?
결혼을 하면 남편과 아내라는 두 개의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한다
부부 간에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있음 잘 굴러가는 바퀴가 될 것이고
믿음과 존경이 사라지고 미움만 존재하면
그 바퀴는 요란한 마찰음의 시끄러움의 잡음만 있고 바퀴는 헛 바퀴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팔자는 노력보다는 남편이나 자신의 복에 달려 있으며
한 번 들이면 쉽게 빠져 나 올 수 없음을 이르는 의미 있는 말 중에
" 여자는 뒤웅박 팔자 ? 라 는 말로 여자의 일생을 정리했던 것이다
세 분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무리 앞서가는 여성들이었지만 시대라는 발목에
여필종부와 삼종지도의 큰 뿌리에 걸린 올가미가 되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미약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목으로목으로 한을 넘겨야 했던 우리 여자인 선배님들의 삶이었던 것이다
여자로 태어난 딱지 때문에 책도 읽을 수 없어서 오빠 등 너머로 글을 배웠고
공부는 꿈 에서 나 가능한 일이었으니 관료가 된다는 건 언감생심...
송덕봉 처럼 꿈 속에서 라 도 그 꿈을 펼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항상 흐르는 물줄기는 고이지 않고 새 길을 찾아 흘러가는 것 처럼
변화해 가는 새로운 물결인 이국의 다른 문화가 들어오면서
신 교육을 받게 된 신 여성들이 나오게 된다
허지만 엄청 강한 뿌리로 여성들을 옭아 맨 조선의 관습이란 동앗줄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음을 알리는 시 하나를 올려본다
유언 / 김명순
조선 아 내가 너를 영결(永訣)할 때
개천가 에 고꾸라졌 던지 들에 피 뽑았 던지
죽은 시체 에게 라 도 더 학대 해 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 해 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 된다
이 사나운 곳 아 사나운 곳 아.
김명순 시인은 탄실 과 망향초 라는 예쁜 필명을 가졌다
평양 갑부의 딸로 태어나서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한 신 여성이다
그러나 사랑의 실패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정신병에 걸렸고
일본의 한 정신 병원에서 55세의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구 여성과 신 여성의 삶을 살짝 발을 담그고 조금 들여다 보면서
제일 먼저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나의 모든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주체적인 행복한 삶을 살아 가고 있는 것인가...
생각의 끝에서 의문의 점을 찍어 보았고 갸웃갸웃 하면서 고개도 돌려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위한 세상을 살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었으니 ~~~
아침마다 현관문을 닫고 학교 가는 손자의 모습을 보려고 베란다로 달려간다
저 멀리 걸어가는 손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으니
" 주님, 저 아이의 앞 날에 건강과 평안한 삶만 있게 해주세요... "
이러는 나를 보면서 나의 잠재의식의 저 아래 부분에서는
아직도 남편과 자식을 나보다 더 먼저 생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조선의 삼 종 지도의 잔재는
여전히 내 몸 구석구석에 먼지가 되어서 남아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오직 나만이 있는 그런 날이 올까?
그날은 소풍 가는 날 ... 김밥... 볶음밥...
메뉴는 우리 모두 각자의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