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드백 의견을 참고해서 원고를 다시 썼습니다. 선생님들 바쁘시드라도 다시 한 번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판사 피드백=우리 집 보물 , 맷돌 - 씬 수 조정을 해야 할 거 같고 (3,4 씬과 5,6 씬을 묶어도 될 거 같아요 ) 특별한 스토리가 없으니 , 맷돌을 둘러싼 무엇을 더 표현해야할까요 ?? 맷돌문화 속에 어떤 추억이나 정서들을 더 표현해야 할까요 .....
우리집 보물. 맷돌
이정순
#1
대청마루 귀퉁이에 맷돌이 놓여있어요 .
할머니가 맷돌을 덮어둔 보자기를 벗기며 말했어요.
"어멈아, 불려 놓은 콩 건져오너라.”
할머니가 말했어요 .
“어머님, 지금 맷돌질하시게요?”
엄마가 물었어요 .
"두부를 만들려면 서둘러야겠다."
엄마는 우물가에서 불린 콩을 소쿠리에 건졌어요.
<대청마루에 맷돌이 놓여있고, 엄마가 우물가에서 콩을 함지박에 건져오는 그림>
#2
“어머니, 순자네가 믹서기를 샀는데 빌려준다네요."
엄마가 말했어요.
"믹서기는 언제 샀다냐?
우리 맷돌 있는데 뭐하러 남의 걸 빌려.”
할머니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엄마는 함지박에 불린 콩을 가득 담아왔어요 .
<순자 엄마가 반짝반짝 빛나는 믹서기에 콩을 가는 그림>
#3
할머니는 맷돌 위 아래를 맞추고 콩을 갈기 시작했어요.
맷돌 구멍이 엄마 앞에 오면 말없이 콩만 떠 넣었어요.
'드르륵, 드르륵!'
맷돌 돌아는 소리만 들렸어요.
“전기만 꽂으면 쉽게 갈린다던데……"
엄마는 혼잣말을했어요.
“어멈이 힘드는 모양이구나?”
할머니가 물었어요.
"어머님이 힘드실까 봐…….”
엄마가 말끝을 흐렸어요.
#4
“맷돌아,
뱅글뱅글 돌아라
곱게 곱게 갈려라,
콩 한 줌 넣고, 뱅글뱅글,
에헤야, 에헤야,
우리 집 맷돌은,
뱅글뱅글 잘도 돈다.
에헤야, 에헤야!"
할머니가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고 노래를 부르나봐요.
#5
“맷돌아,
뱅글뱅글 돌아라
곱게 곱게 갈려라,
콩 한 줌 넣고, 뱅글뱅글,
에헤야, 에헤야,
우리집 맷돌은,
뱅글뱅글 잘도 돈다.
에헤야, 에헤야!”
마당에서 사방치기를 하던
정아가 따라불렀어요.
<엄마와 할머니가 맷돌을 돌리고 정아가 사방치기를 하며 노래 부르는 그림>
#6
“어머님, 조금 쉬었다 할까요?”
“그래. 좀 쉬자꾸나."
할머니가 맷돌 손잡이를 놓으며 '후유!'
하며 긴 한숨을 쉬었어요.
"어멈아, 너도 믹서긴가하는거 사고싶은 겨?”
할머니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네, 어머님. 맷돌질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고 싶어요.”
“하지만, 내 생전에는 조상님 제사에는 맷돌에
갈은 콩과 녹두로 두부와 녹두전을 만들고 싶다.
조상이 물려 준 맷돌이 아니더냐.
내가 죽고나면 너는 믹서기를 사서 쓰거라."
할머니가 다시 맷돌을 돌리면서 말했어요.
#7
조용한 대청마루에는
맷돌 돌아가는 소리와 간간히
할머니의 숨찬 소리만 들렸어요.
“너랑 마주보면서 맷돌질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할머니가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엄마가 놀라서 물었어요.
“맷돌질이 보통 힘드는 일이냐,
순자 네도 샀다는 그 믹서긴가하는 거 우리라고 못 살까.
너 힘든 건 생각 안 하고 내 고집만 피운 것 같구나.”
할머니가 말했어요.
#8
"할머니, 우리도 믹서기사요.
할머니 팔 아프시잖아요."
"네 에미 팔이 아픈게 아니고?"
할머니는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엄마도 할머니를 바라보며 웃었어요.
"할머니, 엄마랑 화해하시는거예요?"
"화해? 언제 우리가 싸웠더냐?"
할머니가 정아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9
"할머니, 이 맷돌이 조상대대로 내려온거예요?"
정아가 할머니한테 물었어요.
"그려."
할머니는 짧게 대답하고 한숨을 푸우!하고 내쉬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이 맷돌로 콩과 메밀을 갈아서
두부와 메밀묵을 만들어 파셨단다."
엄마가 말했어요.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셨다고요? ”
곱고 단아하신 할머니가 장사를 했다는 말을 믿지 못한 듯
정아가 다시 물었어요,
<<시장에서 할머니가. 두부, 메밀묵 파는 그림. 말풍선에 두부사요. 고소한 메밀묵사요 >하는 그림
#10
“후유!”
할머니 얼굴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을 이었어요.
“일제 강점기와 전쟁 통에 논과 밭은 물론이고,
집안 가구와 놋그릇까지 일본사람들한테 다 빼앗겨 버렸어.
하지만 맷돌은 값이 나가지 않아서인지 가지고 가지 않더라.”
할머니는 그 당시 생각이 나는지 몸서리를 쳤어요.
“남의 것을 왜 빼앗아 갔어요?”
정아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어요.
<일본사람이 놋그릇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그림>
#11
“그 당시에는 맷돌이 없는 집들도 많아서
우리 집에서 맷돌질을 하려고 차례로 줄을 서기도 했단다."
“할머니, 우리 집 맷돌이 마을사람들에게 도움을 준거네요?"
정아가 말했어요.
"도움도 되었지만, 맷돌질을 하면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알 수 있었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었고.”
할머니가 자세히 말해주었어요.
"아, 동네 소식을 알려면 우리 집에 맷돌질하려 오면 되었겠네요?"
"암암, 그런셈이었지."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맷돌>
#12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순자엄마가 우리집에 왔어요.
"할머니, 맷돌 좀 빌려 쓰려고 왔어요."
"아니, 그 새로 산 믹서기는 어쩌고?"
할머니가 의아해하며 말했어요.
"그, 그게 고장이 났어요."
"전기만 꽂으면 잘 돌아가는 최신이라고 자랑 할때는 언제고?
어머니, 믹서기 사는 것은 잠시 접어야겠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허허, 새로운 거라고 다 좋은 건 아녀.”
순자 엄마가 맷돌질을 신나게 했어요.
#13
엄마가 가마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순두부를
모판 보자기에 붓고 맷돌 위짝을 올렸어요.
네모난 두부가 만들어 졌어요.
“아, 맛있겠다.”
할머니는 제사에 쓸 두부를 따로 담아두었어요
“어멈아, 양념장 좀 가지고 오너라.”
“네, 어머님표 두부는 역시 고소하고 맛있어요.”
엄마가 두부 맛을 보며 말했어요.
“맞아요. 우리 집 보물 맷돌이 만든 거잖아요.”
할머니와 엄마가 정아를 보고 빙그레 웃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온 식구가 두레 판에 앉아 두부를 먹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