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동안 서로 여유를 갖지못해
만나지 못했던 선배와
르누아르전을 함께 가기로 하고
시청앞이 아닌 사간동 근처에서 만났다.
골목길을 배회하다 점심을 먹고 도심을 산책하는 맘으로
전시회를 보구 싶었기에.
옛날 프랑스 문화원이 있었던 거리를 지나
옛이야기를 하면서 사간동 뒤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인사동 거리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작은 골목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쪼끄만 화랑을 비롯해 예쁜 악세서리 가게들, 나염집...
곱게 꾸며놓은 전통 가옥...
전통한식을 파는 한옥음식점에서부터 양식을 파는 전통가옥에 이르기까지
퓨전 스타일의 분위기도 가끔 보였다.
아침을 잘 안먹는 나의 습관 덕분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져
서둘러 음식점을 찾았다
막상 들어가려니 어느집이 맛있는지 알수없서 잠깐 고민하는데
조금 가까이에 북촌 칼국수라는 팻말과 함께
기차역 매표소의 행렬처럼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보였다.
일단 미쪄야 본전일 것 같아..그들이 늘여놓은 줄에 합류했다..
서로 맛있을꺼라 확신을 하며 주린 배를 위로했다...
칼국수만 파는 집인줄 알았더니 왕만두국이 있길래
전통 스타일 만두매니아인(기타매니아가 아니라^^) 난, 부지런히 탁주 미몽(?)과 함께
정말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웠다.
다부지게 들어간 만두 속 못지않게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술의 상큼한 향이 만두맛에 어우러져
입가를 맴도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나염집에서
마데인 베트남제로 랩스커트를 하나 사들었다.
모양은 괜찬은데 비해 가격이 저렴한 탓에...
낼 나들이에, 베트남 여인이 된 듯 외출할 요량으로^^
***색으로 드러난 빛의 형상들.....
드디어 르누아르(1841-1919)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시립 미술관에 당도~
평일이라 그런지 인파에 밀려 구경못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의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 작품들이 비교적 균형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작품이 시간적 추이와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어
내겐 비교적 만족스런 전시회였다.
그의 작품은 주로 풍경이나 정물보다는
젊은 여성을 모델로 하는 인물화가 주류를 이룬다.
그에게서 정물화나 풍경화는
여성 인물화를 완성하기 위한 습작 수준이었다고 스스로 회고한다.
여성누드화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주로 말기에 해당하는것으로 보인다.
(많은 서양화가들의 경향인듯...)
그는 '세상에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화가의 길을 가지않았을거라' 전해진다.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기 보다는
유려한 색과 빛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상을
몽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세대 앞서 사실주의 작가들이 대상의 구체적 사실성에 주목했다면
그의 그림들은 그러한 사실성에다가
인상을 통해 드러나는 빛의 차원을 덧입힌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대상과 배경간의 간극은 모호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말년으로 가면서 그의 색감은 다소 진해지면서 탁한 채색을 선보이는데
아마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퇴색해가는
인간 오감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거나
또는 노화로 인한 시력의 제한도 특히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그의 작품을 프린팅한 엽서를 몇장 사들었다.
그의 연인이된 듯한 느낌을 좀 더 오래 간직하려는 안타까운 마음에....
*위 작품은 1882년작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첫댓글 일상에서 함께 한 사간동길..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근사하네요... 사간동길에 대한 새로운 생각으로 함 가봐야겠네요..
저도 소풍가는 기분으로 전시회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르누아르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어.. 잘은 모르지만 그저 바라만 보더라도 좋더라구요..ㅋ 그리고 그시대의 여인상..ㅋ도 왠지 모르게 맘에 들구요..^^
지영씨도 그랬군요. 잘 지내고 있겠죠?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