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연을 맺었던 파주의 금촌고 독서 동아리 학생이 쓴 독후감입니다. 혼자 읽기 아까워 올려봅니다.
책 속에서 내 미래를 발견하며
<이정명 작가님의 ‘악의 추억’을 읽고 나서>
30636
최수민
“너의 꿈은 뭐니?”
“경찰관인데요?”
나의 꿈은 경찰관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하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나서 사람들은 내가 경찰관을 꿈꾼다는 걸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보통 경찰관도 아니고
형사, 거기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저분한 사건들만 처리하는 강력계 형사를 지망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내 장래희망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 반 못 믿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반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를 왜 이 추리 소설로 선택하였냐 하면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내
미래의 모습과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배경은 부유하고 희망찬 도시 뉴 아일랜드와 낙후되고 음울한 침니랜드, 이
두 도시를 이어주는 케이블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정직 형사 크리스 매코이는
자신의 정직 해제 조건과 형사 본능에 이끌려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고 계속해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게 된다. 매코이는 범인을 매코이를 몇 년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던 데니스
코헨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원들은 매코이의 총의 쓰러진 그가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냐며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데니스 코헨은 수사팀 동료 라일라를 인질로 잡게 된다. 그리고 매코이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 이후는
스포일러 방지-
내가 이 소설의 등장 인물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인물은 매코이의 동료 형사 카슨 이었다. 한 때는 총 한발 쏘지 않은 채 흉악범들을 체포할 수 있다고 하여 ‘쥐틀’ 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열혈 형사이자 매코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배 형사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세상과 타협하게 되고 무기력하게 정년만을 바라보는 월급쟁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소설 후반부 형사의 직감으로 데니스 코헨의 정체를 수사팀 중 가장 먼저 눈치 챘으며 결국 코헨을 막으려다가
그의 총에 반신불수가 되어버리는 비운의 인물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인물을 볼 때면 왠지 우리 아빠를 보는 듯 했다. 엄마
말로는 아빠도 젊은 적에는 매우 열정적인 경찰관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가족을 위해서 어떤 굴욕이라도
감수한 채 일하는 모습이 보여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멀고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나는 무섭다. 어른들은 ‘네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그래, 나이를 먹으면 여름에는 에어컨 빵빵하고 겨울에는 히터가 나오는 그런 곳이 최고의 직장이란다.’ 라고 하는데 나도 이런 말을 따르며 현실과 타협하고 결국 굴복해 내 자식들에게도 저런 말을 할까 매우 두렵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카슨 같은 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 내 나이 19살, 이제 내년이면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이 사회에 서게 된다. 나에게는 아직도 대학교 졸업과 순경 공채 등등 여러 장애물이 남아있다. 어쩌면
이 장애물 중 몇 개는 내가 넘기에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세상에 무조건 복종하기 보다는 적어도 한번은 부딪혀 보는 사람, 내
잘못을 남 탓하지 않는 사람, 내게 필요 없고 남는 것은 이웃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꿈이 있는 사람.
P.S 금촌고 친구 여러분~! 우리 모두 꿈을 가지고 삽시다. 꿈을 꾸는 건 공짜 아닙니까? 재벌 회장, 연예인 등 세상에는 멋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만 가장 멋지고 성공한 사람은 바로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 언제나 힘내시고 원하는 거 다 이루어 지기를. 그럼
이만!
첫댓글 공감입니다^^ 제가 의무경찰로 복무하면서, 여러명의 경찰관들을 만나봤는데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국민과 경찰조직을 위해 일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하면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경찰조직이 유지되는 건 아직까지 전자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수민 친구가 멋진 경찰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병주님, 반갑습니다. 의무경찰 복무가 이제 얼마 남았지요? 계속 건강하고, 또 하루하루 새로운 관찰, 새로운 생각이 키워지는 시간이 되길 빌겠습니다.....
여기서 이 글을 보니 더욱 반갑네요.
교수님! 건강하시지요? ^^
이수현 선생님, 이렇게 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잘 지내시지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감공감 학생들과의 만남이 생각납니다.... 엊그제 수민 학생이랑 연락이 닿았어요. 참 오랜만이었는데, 기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얼마전에 (다소 과장된) 자기소개서를 쓸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 계속 찜찜했는데 저역시 여름에는 에어컨 빵빵하고 겨울에는 히터가 나오는 그런 곳이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닌지 생각해볼일인것 같네요..나이 서른의 애아빠가 고등학생도 할수 있는 고민조차없이 산다는게 부끄럽습니다... 잘봤습니다.
변이섭 님, 오늘도 학교에서 봤는데, 잘 지내지요? 우린 열 살이든, 아흔 아홉 살이든 언제나 어린애인지도 몰라요^^
답글을 늦게 확인했네요. ^^;
이 긴 시험기간이 끝나면..좀 더 잘지낼거 같습니다 ^^ (토요일에야 끝이 납니다 ㅠ.ㅠ)
교수님 추운데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