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은 역시나 부동산이다. 재테크가 내 돈을 불리기 위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재테크=돈 불리기’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성공하면 이익이지만, 실패하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리는 재테커들은 손실은 계산에 넣지 않고 이익만 따져보기 바쁘다.
‘올해는 20%만…, 그리고 내년엔 30%, 10년 후엔 10배….’
재테크로 불어나는 내 돈의 총량을 상상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돈이 모이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야지….’
상상이 즐거운 이유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손실은 계산에 넣고 싶지도 않고, 손실 보는 상황을 굳이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또한 이런 상상이 무서운 이유는, 사람을 조급증의 노예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그 멋진 날을 앞당기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빨리 투자를 하고 싶고,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보고 싶다. 그래야 내 삶이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질 테니 말이다. 어쩌면 당신도 이런 상상을 하며 이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공을 앞당겨줄 비책이 없나 하면서 말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를 아는가? 물건을 보는 안목의 차이일까? 물론 거기에서도 차이는 발생한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투자의 적기를 파악했느냐 파악하지 못했느냐이다. 다른 약한 실력을 다 뒤집을 만큼 ‘투자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실력이 아예 없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도 집을 사는 시기가 우연이라도 잘 맞아떨어지면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 주변에 실력은 보잘것없어 보이는데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한둘은 있지 않은가?
맞다. 실력이 아니라 때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때를 잘 골랐다는 말보다 잘 만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집을 살 자금이 생각보다 일찍(아니면 늦게) 만들어졌다면 얼마든지 실패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경우 말이다.
서울에 사는 A씨와 B씨.
A씨가 노리는 부동산 투자 시기는 불경기가 왔을 때다. 그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아야 움직인다. 남들이 관심도 두지 않는 부동산 중에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만 노리면서, 투자에 대한 결심이 서면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노력한다. 이런 시기에는 싸게 사려는 노력이 잘 먹히기도 하니 그의 투자는 항상 마음이 편하다. 자신이 계획한 그대로 투자할 수 있어서 그는 언제나 만족이다. 그렇지 않아도 싼 시기에 더 싸게 물건을 매입하니 투자금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반면 B씨는 A씨와 같은 행동을 모험이라 생각한다. A씨의 마음이 그처럼 편안하리라는 생각은 한 치도 하지 못한다. B씨는 무조건 안전한 투자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미 상권이나 주택들이 자리가 잡힌 곳 또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린다는 방송이 나오는 곳, 가격이 한참 오르고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런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동지들도 많아 진짜 투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서 A와 B씨 중 누구처럼 투자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A씨라 답하겠지만, 막상 부동산 투자에 임하면 B씨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이 책을 읽는 도중이니 A씨가 안전하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면 B씨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왜 우리는 항상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가.
사실 국내의 부동산 투자자들만 이런 행동패턴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금이나 원유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사람들, 달러 등의 환율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행동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도 그처럼 행동한다. 이렇게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이들과 반대로 행동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돈을 쓸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화가 잘되어 있어서 자국의 투자금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투자금을 빨아들인다.
그들에게 더 큰 호재는 이런 기회가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찾아온다는 데 있다. 지난번 분명히 비슷한 패턴으로 돈을 쓸어 모았는데, 그 사실을 잊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재테커들이 대거 유입되었는지, 똑같은 패턴으로 겁을 주고 가격을 다운시켜 헐값에 주워 담고, 기다리다가 가격을 올려 팔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비싼 내 물건을 못 사서 안달이다.
대중이 다니지 않는 뒤안길로 걸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나조차도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에서 나 홀로 길 없는 길을 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재테크를 시작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앞서 재테크=돈 불리기는 아니라고 했다. 재테크=돈 불리기가 반드시 성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방법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에 예금을 하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그보다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돈을 불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앞의 A씨처럼 행동하기 바란다. A와 B는 나의 지인들인데, 결과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A씨는 성공했으며 B씨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다.
A와 B의 투자 스타일을 조금 더 분석해 보면, 먼저 B씨는 안전한 부동산 투자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상투 잡는 식의 투자만 반복한다. 호경기 때 매스컴에서 그 지역의 부동산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보도를 흘리면 그제야 부동산을 비싸게 주고 매입한다. 이 시기는 부동산 하락과 맞물려 있다. 산의 봉우리 즈음이다. 나는 그의 패턴이 안쓰러워 몇 번이고 투자를 그만두고 차라리 은행상품을 알아보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어려운 지경에 빠져 인간의 기본 욕구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반대로 A씨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식을 그대로 실천한다. 사실 전문가들조차도 자신이 말해 놓고 지키지 못하는 방식이 비수기 때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이다. A씨는 부동산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으며, 불경기 때 투자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싸게 매입하여 시장이 호경기로 변화할 때를 기다린다. 계획한 그대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는 이미 수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성공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저지르는 실수는 2가지다.
첫째, 수개월 이내에 이익을 보려는 성급한 마음이고,
둘째, 군중심리에 이끌려 다른 사람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들면 그동안 관심도 없다가 뒤늦게 뛰어들어 막차를 탄다. 그것도 가격이 절정일 때 비싸게 부동산을 매입하니 한 아름의 리스크를 품에 안는다.
가격이 높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반면 가격이 낮다, 많이 떨어졌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누구도 싸게 사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분명하게 불경기와 호경기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이용해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시기와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도할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서 B씨처럼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는 없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자주 사고파는 사람일수록 이 원칙을 지키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A씨와 B씨가 결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아니다. 차이는 A씨는 불경기를 투자 적기로 보고, B씨는 호경기를 투자 적기로 본다는 것뿐이다. 이 세상에 A와 B라는 두 사람만 있다고 가정했을 때 서로 부동산을 사고파는데, A는 B로부터 쌀 때 사서 비쌀 때 다시 B에게 팔고, B는 A로부터 비쌀 때 사서 쌀 때 다시 A에게 판다. 거래가 늘 동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들의 현재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이 둘의 관계를 시장 전체로 확대하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다. 소수의 A와 다수의 B의 대결이며, B의 재산이 A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B가 열심히 일해서 A의 배를 불려주는 구조다.
지인 중 C씨의 행동도 분석해 볼 만하다. 그가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는 돈이 모였을 때이다. 돈이 모이면 당장 한다. 그리고 파는 시기는 따로 없다. 가격이 오른 후가 파는 시기라고 정해두었다. 그런데 C씨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시기를 잘 만나면 성공이고 잘못 만나면 실패다. 본인은 그 시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무리 말해 줘도 그렇지 않단다. 나름대로의 투자원칙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C씨는 치과의사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어서 수입은 괜찮은 편이다.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으니 투자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투자에 겁이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공을 하다가도 크게 실패를 하니 자금이 리셋되기 일쑤다. 때로는 원금마저 손실을 보다 보니 원금을 잃고 나면 투자를 쉬면서 다시 돈을 모은다. 그래서 그가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는 ‘돈이 모이면 당장’인 것이다. 그의 목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강남에 100억짜리 빌딩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월세를 받게 되면 의사직도 내던질 생각이다. 과연 그의 목표가 이뤄질지 궁금하다.
씨앗은 아무 때나 뿌리지 않는다. 농사에서 씨앗을 뿌리는 계절은 정해져 있다. 수확물을 거두는 계절도 마찬가지다. 이에 역행해서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먼저 씨앗을 잘 뿌려야 한다. 넓은 대지에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은 계절에 유유히 씨앗을 뿌리라. 그리고 점점 따뜻해지면 수확을 준비하고, 날이 너무 뜨거워 머리가 탈 것처럼 느껴질 때 수확물을 거둬들이라.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때로는 갑자기 태풍이나 가뭄이 들어 낭패를 보기도 하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유한 농부가 될 수 있다.
부동산투자 전문가 허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