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의 Fun Fun 세상] 개천에서 용(龍)난다
2012. 10.31.
‘개천에서 용 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을까? 용과 개천은 성격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그만큼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만약 개천에서 용이 난다면 그 개천에 용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용의 자질을 갖은 개천의 이무기가 단지 세월만 지난다고 자연히 용이 되었을까? 개천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 마리의 용이 되어 승천하기까지 수없는 시행착오와 뼈를 깎는 고통의 세월이 있었으리라.
요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나 자살이라는 단어는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한창 커가는 우리의 미래 주역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강연을 하면서 몇몇 작은 시골의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
시골의 학교 실정을 말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인문계고, 특성화고, 종합고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이러한 시골이나 중소도시 학교들은 학생 모집부터 지역민들과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그나마 모집된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의는 커녕 그들 가슴에 가득 차있는 자격지심 때문에 교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자신감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야 말로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키워줘야 할 가장 큰 선물이다. 작은 학교의 학생들의 웃는 모습은 참 수줍어 보였다. 대도시의 큰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면 신기해하고 , 방송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 해주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질문을 한다. 도시에서의 폭력적인 모습이나 부정적인 사회적 단면들을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학교주변의 유흥업소나, PC방 등 유해업소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오로지 뛰어 놀고, 재잘거린다. 1년 정도만 시골 생활을 하면 아이들도 건강해 진다.
얼마 전 고흥의 작은 고등학교에 갔을 때 그날이 바로 나로호 우주선 발사하는 날이었다. 비록 발사 날짜가 연기가 되었지만 그 아이들은 우주선이 발사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들의 꿈은 실제로 우주선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화된 기숙시설과 잘 정비된 운동장, 꿈을 키우는 도서관의 많은 장서들, 소설 속에 나오는 별들의 이야기를 그 아이들은 실제로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진짜 우주과학자의 꿈을 꾸는 것이고, 풀벌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의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정형화 되고 틀에 짜여진 학습,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초라한 컵라면의 야식이 아닌 자연이 선물해주는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자라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런 작은 학교들을 살려내야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감성적인 지도자들이다. 과연 콘크리트 속의 감성과 넓은 들과 바다 그리고 산속의 메아리들이 울려주는 감성의 질이 같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이 있고 뒷동산 살구나무에 핀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개천에서 뛰어 놀던 너의 아버지가 이렇게 훌륭한 용(龍)이 되었다는 꿈을 주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할 권리를 줘야 한다. 아버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어머니의 꿈 많던 책갈피속의 단풍잎의 이야기를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들려주자. 개천에서 용이 난 이야기를 말이다. 어깨동무 좋다!
/남부대교수·국제웃음요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