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밭 몇 평
여보,
산밭의 곡식도 자식 같지만
이제 그만 버립시다.
바람이 짊어지고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비료 한 포 머리에 이고 오르는데도 반나절이니
차라리 굶는 게 낫지 이러다 골병들어 다 죽겠어요.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어요?
발밑에 밟히는 풀잎도 꽃 피우는 봄날인데
우리도 내일은 옷 씻어 입고
낙동강 둑으로 봄놀이나 갑시다.
심장판막증에 오늘내일 하는 판에
이까짓 산밭에
시들어가는 인생을 파종해서 뭐 하겠어요.
내 심장에 이런 당신 심으면
당신은 하하호호 웃음꽃 피우겠어요?
쌀밥에 칼치구이 올릴 형편은 못 되어도
맹물에 보리밥 말아
꽃나물 얹어 먹을 기력은 되잖아요.
동네 사람들 모두가 버린 이 땅을
우리가 주워 무슨 재주로 곡식을 가꾸겠어요.
구름도 수십 번 쉬어야 오르는 산마루 밭,
올라가자마자 해도 지쳐 서산으로 넘어집디다.
그러니 우리 걱정은 말고
이제 제발 편히 살다 가요
나는
잠든 척 모로 누워
어머니의 외마디를 이불처럼 덮고
소리 죽여
울었다.
-신작시집<너라는 섬>에 수록
2026년 12월 25일(출판사사정으로연기됨) 출간 예정
**“이근대 시인의 열세 번째 저서, 신작 시집 『너라는 섬』”**
<시집 구성>
제1부 : 삶이 언제 아프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제2부 : 우리는 슬퍼할 시간이 없다
제3부 : 절망의 크기는 꿈의 크기보다 작다
제4부 : 술잔을 채워달라 한 적 없다
제5부 : 나는 생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출처: [우수카페]귀농귀촌 곧은터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이근대 시인/작가
첫댓글 이책 꼭구입했서 볼려고요....!
만업님 오랫만 인 입니다 자주 오시라요
놓고 살아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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