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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이야기/산사랑
부실한 부모 건강이 궁금해
시집간딸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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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유수 로고
소와 쟁기 호미가 전부였던 옛 시절
반세기 사이에 기계화에 잊혀가는
골동물로 변해가고
부엌 아궁이에 매캐한 연기에서 수돗물
싱크대 입식으로 변했으니
더없는 편한 의식주
디지털은 부부 연도 변모했다.
오랫만에 셋이서 마주한 밥상에
습관처럼 일상이 된 말 이
불씨를 집혔다. 밥맛이 없다
음식이 왜 이러냐 습관이 돼버린 아버지
엄마도 예전엔 참았는지라
지금은 어림없다
쓰잘머리 없는 한마디가
티격태격 작은 불씨 로
초가삼간을 태울 정도
노발대발이다
그럴 거면 당신이 해자슈~~
어머님은 한마디 말만 하시고는
뾰로통 흥~~ 꿈적하지 않는다
나 원 참 여편네가 이리 드셔서야
짜냐 싱거우냐 물어도 못 보나?
아버님은 시큰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에이 살맛 안 나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게 참말 용하다 용해
큰소리 한번치고 못 참겠다는 말투다.
입었던 작업복 내던지고
외출복을 꺼내입고
허리춤을 매는둥마는둥
획나가면서 방문 닫는 소리가 요란하다.
에이 내다시는 오나 봐라.
그려! 어디 한 나가벼 두눈을 부라린다.
아버님 그러시면 안 돼요
이밤중에 어디를가시려고요
붙드는 딸 뿌리치고 대문 밖을 나선다
희미한 달빛 아래 늘 걷던 신작로길
가끔 시린 바람이 안겨다 주는
길가 코스모스 향기가 싱그럽다
이 궁색한 자존심이 우리 사이에
이리도 중한 겨 잰걸음 속에
비맞은 중꼴이 된 한마디
에이 꼴도 보기 싫은 여편네
금방이라도 이혼이라도 할 것 같은
잰 걸음은
더 빨라진다
엄마 어떻게 좀 해봐요
아버님 화가 단단히 나신 것 같은데
애야 그냥 내버려둬라.
네 아비 이런 짓이 어디 한두 번이냐
등굽은 아버지 뒷모습이
너무 안스럽다 한참을 걷다
이제 택시라도 잡을 듯
구식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50십평생을 함께 살아온 희미해진 집을
바라보신다
원 지어미 말이 최고인지
딸년 이 말릴때 못이기는척 이라도 할걸
어이구 속 터져
저걸 여편네라고 살았으니
이 밤중에 어디를 가냐고
붙드는 척도 못 하냐
한참을 망설임끝에
연신 헛발질처럼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허긴 쓸데없는 말로
신경을 건드리긴 했지만
멀리 숨어 바라보는 딸 이 빙긋이 웃는다
돌아오는 길가 코스모스 향기가
더더욱 향기롭다
찬바람치는 척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와 상큼함이
어쩜이리도 닮았을까
이 길을 둘이 같이 걸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지
주춤주춤 꽃잎을 따서 냄새를 맡다
핵 집어던진다.
머쓱한 기분
구겨진 최면으로
잠시 후 문밖 아버님에 헛기침 소리가
엄마가 켜놓은 대문 앞 환한
전등 불빛이 아버님을
맞이한다 티격태격
싸움 밭이 끈적이는
정이었나
왜 저리 싸우면서도
저고개를 넘지못했는지?
빙긋이웃는 딸이고개를 갸웃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