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서예
20여 년 동안 붓을 들고 서예를 해 오면서 주부의 역할, 작가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늘빛 김태순씨가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졸업작품전을 열었다. 한글서단에 이미 알려진 작가로서 그 동안 공부해 온 과정과 작가로서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태수(이하 정). 붓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김태순(이하 김). 유년시절 신라고비가 발견된 경북 포항시 신광면 냉수리비 인근지역에서 성장했습니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예에 관심이 많았는데 학교에서 경필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는 막연히 성장해서 제대로 글씨를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붓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2학년 때 부터입니다.
정. 서예를 하면서 어떤 선생님에게서 공부를 하셨나요?
김. 저는 한문서예를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문강 류재학선생님에게서 10년정도 공부했고 한글은 놀빛 김명숙선생에게서 기초공부를 하였습니다. 대구에서는 백천 류지혁선생님의 문하에서 한글의 체계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예술대학원에 진학하여 김광욱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김. 서예를 하면서 이론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무엇인가 체계적인 이론을 공부하고픈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입학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스로의 눈을 틔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입니다. 앞으로는 혼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가면서 앞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학교에서 뭔가 지적을 받음으로써 많은 자극과 배움이 되었습니다.
정. 그 동안 공부해 온 과정은 어떻습니까?
김. 저는 한문서예로 입문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시를 써서 작품을 해도 대중들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한글서예위주로 공부를 해 왔습니다. 한글공부과정은 섬세한 과정이어서 저의 적성에도 잘 맞았습니다. 제가 공부한 한글고전자료는 처음에는 옥원듕회연 권지육, 남계년담, 편지글 등을 부지런히 임서했습니다. 그 다음에 고문정자쪽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고문정자 가운데 영이록을 특별히 좋아해서 많이 임서하였습니다. 현대문보다 고문쪽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임서하였는데 그것은 고전이 학습자료로서는 현대자료보다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형화 되지 않은 것들이 또한 마음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혼서를 공부하기 위해 명가들의 작품집을 보고 임서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정. 이번 졸업작품전에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김. 이번 졸업작품전은 중심이 한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모아서 기본적인 것들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문도 역시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것들을 한번 정리하는 기분으로 임하였습니다. 크게 이번 전시에서는 3가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첫째는, 자연을 동경하고 전원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저의 심정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글감들을 많이 골랐습니다. 귀거래사 등이 그 예입니다.
둘째는, 얼마 전 갑자기 세상을 하직하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보려고 하였습니다.
셋째는, 가을이 주는 계절적 분위기를 표현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정. 이번 전시과정을 준비하면서 더 보완하거나 앞으로 공부해야할 내용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 현재 제가 추구하는 것은 임서과정을 마치고 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서두르지 않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하나하나 기본을 다져나가려고 합니다. 그런 뒤에 나만의 맛이 배어나오도록 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판본체를 깊이 있게 연구해서 나름대로 독창성을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간체를 풀어서 자연스럽게 써보고 싶습니다.
정. 20여년 서예공부를 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 저는 늘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임해 왔습니다. 지나고 보니 공부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겨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당장은 잘 안되더라도 마음속으로 즐기면서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희망하는 세계에도 조금씩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서예는 벗겨도 벗겨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그런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태수(서예세상 지기. jts2003@hanmail.net)
첫댓글 방갑군요~
서예를 좋아하다보니 즐겁게 옮겨갑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념 하십시오
건강한 여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