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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 난지 111년이 되 는 해이다. 전북 정읍에서 처음 시작된 동학농민혁 명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봉건사회를 타파하고, 외세 의 침략을 물리치려고 백성들이 죽창을 들고 분연히 일어난 항쟁의 역사다. 이러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이어받고 그 뜻을 기 리기 위해 지난 15일 전북 정읍에서 '조선세법'( 朝鮮勢法)이라는 조상의얼이 담긴 검법으로 전국 방 방곡곡에서 모인 남녀검객들이 자웅을 겨뤘다. 참가한 남녀검객들은 조상님들이 산과 들에서 조선 세법을 익히며 호연지기를 길렀을 즈음의 복장을 현 대적 감각에서 재현하려고 애를 썼다. 또 한 동작 한 호흡마다 동학농민의 함성과 열망의 눈빛을 담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선세법은 조선시대 이전의 검법으로 추측되는데, 중국 명나라때 모원의라는 사람이 <무비지> 라는 책에 '조선세법'(조선에서 얻은 검법이라는 뜻)을 소개한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문헌상 최초의 기록이다. 또 조선 정조 때 완간한 <무예도보통지> 2권에 '예도'(銳刀)가 있는데 조선세법과 동일한 검법 이다. <무예도보통지>는 <무예제보>와 <무예신보>를 증보하여 집대성한 것인데, 모원의의 <무 비지>에서 '조선세법'과 '예도'가 왜 이름이 다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조선세법이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모원의가 쓴 <무비지>를 1982년 미국 버클리(U.C. Berkeley) 대학 도서관에서 발견하면서 비롯되었다. 이종림(대한검도회 실무부회장)씨는 버클 리대학에 <무비지>라는 책이 있음을 전해 듣고 복사본을 얻었다. 이렇게 얻은 조선세법이 학계와 일반인, 검도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1999년 한국체육학회지에 <조선세법고>(朝鮮勢法考)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조선세법고>는 검리(劍理) 와 역학원리(力學原理)에 입각해서 24세 중 8세를 실기로 해석했는데, 이는 조선세법을 학문적 으로 해석한 최초의 것으로서 그 의의가 크다. 무비지에 실린 조선세법은 24세로 되었는데, 처음에 안법(眼法), 격법(擊法), 세법(洗法), 격법 (格法), 자법(刺法)을 배운다고 했다. 안법은 곧 눈싸움을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눈싸움을 말하는 게 아니고 상대를 살피는 신체적인 눈과 마음이 눈을 말한다. 또 격법은 둔기로 치는 것 같이 칼을 쓰는 법, 세법은 깨끗하게 씻을 듯이 칼을 쓰는 법을 말하며, 자법은 찌르는 법을 말한다.
조선세법에서 말하는 격법은 치는 것인데 치는 방향에 따라 다섯 가지로 간략 하게 나누었다. ▲표두격(豹頭擊)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 ▲과좌격(跨左擊)은 왼쪽으로 걸쳐 치는 것(스쳐 아래로) ▲과우격(跨右擊)은 오른쪽으로 걸쳐 치는 것(스쳐 아래로) ▲익좌격(翼左擊)은 왼쪽에서 후려치는 것(빗겨 위로 혹은 옆으로) ▲익우격(翼右擊)은 오른쪽에서 후려치는 것(빗겨 위로 혹은 옆으로). 자법은 곧 찌르는 것인데 방향(부위라 할 수도 있다)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 ▲역린자(逆鱗刺)는 목을 찌르는 것 ▲탄복자(坦腹刺)는 배를 찌르는 것 ▲쌍명자(雙明刺)는 명치를 찌르는 것(혹은 미간) ▲좌협자(左夾刺)는 왼쪽을 찌르는 것(주로 가슴) ▲우협자(右夾刺)는 오른쪽 을 찌르는 것을 말한다(주로 가슴). 격법(格法)에는 세 가지가 세(勢)있는데 이는 치는 법이라기 보다는 형태(자세)를 뜻한다. ▲거정격(擧鼎格)은 머리 위의 칼 자세(치는 자세) ▲선풍격(旋風格)은 어깨 칼의 자세(베는 자세) ▲어거격(御車格)은 가운데 칼의 자세(찌르는 자세) 세법에도 세 가지의 자세가 있는데 베는 것을 말한다. 마치 목을 씻듯이 깨끗하게 벤다는 말로 해석 할 수 있다. ▲봉두세(鳳頭洗)는 내려 베기 ▲호혈세(虎穴洗)는 옆으로 베기 ▲등교세(謄蛟洗)는 올려 베기를 이 르는 말이다. 조선세법은 위의 격(擊)ㆍ자(刺)ㆍ격(格)ㆍ세(洗) 법을 기초로 하여 24세를 만들어 놓았는데, 각각 독립된 검법이며 기(起)ㆍ결(結)ㆍ존심(存心)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거정세 오른발을 앞으로 내며 칼을 들어 올려 머리칼(상단)자세를 취하고 즉시 왼발이 나가며 앞을 향하여 가 운데를 치고 걸음을 물려(왼발) 군란세를 한다. (2) 탄복세 칼날을 비스듬히 위로 뽑아 오른발 오른손으로 배를 찌르고 앞을 향해 나아가 허리를 친다(왼발). (3) 과우세 오른발을 약간 오른 방향으로 틀며 칼을 뽑아 훌 터내리듯 왼발과 오른손으로 오른쪽을 걸터치고 앞 을 향하여 왼쪽으로 횡격한다(오른발). (4) 은망세 칼을 옆으로 뽑아 앞을 향해서 왼손 왼발로, 뒤로 돌아서 오른손 오른발로 내려치고 좌우로는 비스듬 히 내려벤다(왼발, 오른발). (5) 요격세 왼발을 약간 비스듬히 앞으로 내며 칼을 뽑아 올 리고 즉시 오른발 오른손으로 왼쪽을 비껴 내려 친 후 앞을 향해 걸음을 나아가 역린한다(왼발). (6) 전시세 제자리에서 칼을 밑에서 위로 뽑아 쳐 올리고 그 대로 돌려 오른발을 내면서 오른손으로 아래를 치고 걸음을 당겨 거정격을 한다. (7) 과좌세 왼발을 비스듬히 왼쪽으로 약간 내며 칼을 뽑아 오른발 오른손으로 왼쪽을 옆으로 내려치고 다시 앞을 향하여 걸음을 나가며 쌍으로 친다(왼발, 오른발). (8) 우협세 칼을 옆에서 위로 비스듬히 뽑아 몸을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왼발을 앞으로 내며 왼쪽 옆구리를 찌르고 걸음을 세워 거정격을 한다.
<무예도보통지>의 쌍수도나 제독검은 검법 초식의 명칭이 대개 4자성어로 되어 있으며 치고 찌르고 막는 법이 방향에 따라 쉽게 설명되어 있다. 신라의 본국검법은 2자, 3자, 4자 성어가 섞여 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검법인 청평검법의 예에서만 보아도 360세 거의가 4자성어로 되어있다. 또 조선세법, 본국검법 그리고 청평검법에는 발초심사세(撥草尋蛇勢, 풀을 헤쳐 뱀의 머리를 벤다)가 들어 있는데 이는 한국과 중국이 검법을 교류했음을 알 수 있는 단서다. 또한 조선세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이아이도'(居合道)와의 연관성이다. 일본 이아이 도의 창시자는 '하야시자키 진스케'(林崎甚助)라는 사람이다. 그는 현재의 야마가따현 출생으로 155 6년 당시 14살의 나이 때 신사에서 이아이도의 발상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몰연대는 확실하지 않고 또한 꿈속에서 계시를 받아 이아이도를 창안하였다고 하여 신무소린자키류(神夢想林崎流)라고 한다. 이후 다미야류(田宮流), 가이코류(關口流), 에신류(英信流) 등 으로 퍼져 나갔고 현재에는 전일본검도연맹에서 통일된 10본(本)의 거합을 세계적으로 보급시키고 있다. 이아이도의 동작과 조선세법의 동작이 흡사한 부분이 많다. 이아이도 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것 으로 보이는 조선세법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검법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앞으로 한중일 세 나라가 교류를 통하여 연구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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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나 좋은 글을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좀 퍼가겠습니다....^^
선배검우님들께서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 검우님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검도소식을 접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니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