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음악의 숲을 거닐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긴 여름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빗소리 같은 맑은 피아노 멜로디가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귀에 맴도는 음악들이 있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들이 그것이다.
비 오는 오후, 내가 이번에 선곡한 곡은 유키 구라모토의 새 앨범의 Promenade(산책). 듣고 있자니 아름다운 숲 속의 시원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그의 음악은 마치 영롱한 피아노 소리와 멜로디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숲 같다. 그 숲 속에 듣고 또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5월 새 앨범 을 발매하며, 오는 10월 한국에서의 콘서트를 앞둔 유키 구라모토. 그가 선사하는 음악의 숲으로 가는 4개의 길(Path)을 소개한다.
Story.1 Piano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뉴에이지 아티스트, 유키 구라모토(倉本裕基)!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은 어렵지 않다. 그의 피아노는 누구에게나 듣기에 편하고 싶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뉴에이지'를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이라고 부른다. 유키 구라모토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맑은 피아노 멜로디에 젖어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키 구라모토가 사랑한 수식
서정적인 멜로디로 감성을 자극하는 아티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실은 명문 도쿄공대출신의 공학도로서, 응용물리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교 시절에는 일본의 전국 5위 안에 들 정도의 수학실력을 자랑하는 천재였지만, 도쿄공업대학에서의 대학 시절에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정도로 음악에 열중했다. 유키 구라모토는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그를 좋아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과학자와 음악가라는 너무나도 다를 것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유키 구라모토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에서 느껴지듯 그는 음악이 주는 안식과 편안함을 본인만 소유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음악이 주는 선물을 공유하기를 원했던 유키 구라모토는 음악가의 길을 선택, 작곡가, 편곡가, 피아니스트로서 지치지 않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음악의 꿈, 피아니스트의 삶
"저는 여전히 좋은 곡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가득합니다." (유키 구라모토) 1986년, 35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하며 정식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작곡한 오리지널 곡은 260곡 이상,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은 총 40매를 넘는다. 국내에서 발매된 라이선스 앨범도 총 15매나 된다. 1998년 한국에 데뷔 이래, 199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첫 내한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후에도 매진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유키 구라모토는 작년 2009년 한국공연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뛰어난 작곡실력 외에 훌륭한 피아노 연주, 그가 추구하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아름다운 하모니라는 배경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희망, 배려, 따뜻한 마음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그 마음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전달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꿈이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를 더욱 단단히 다져주고 있는 듯하다.
Story. 2 Poem
당신 마음에도 시가 있습니다
"말(언어)은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지닌 용기, 사랑, 위안, 상처는 인간과 같기에 언어와 음악이 모여 노래가 되고 그 노래가 지난 힘은 실로 위대합니다."
유키 구라모토가 시의 운율과 언어적인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이번 앨범인 [Piano Poem].
유키 구라모토는 자연의 운율을 곡에 그대로 담아내며, 피아노가 노래하듯이 전하는 시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들려준다. 시의 운구처럼 피아노의 한 음 한 음이 가슴에 아롱진다. 그래서일까? 잊어버린 기억을 끌어내 주듯 감동을 준다. 당신 마음에도 시가 있다고 이야기하듯이 유키 구라모토의 시를 듣는 순간, 우리에게 숨겨진 동심 같은 시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Yuhki Kuramoto [Piano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