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안내]
부산의 금정산성에서 산성로를 따라 화명동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대천천의 중류쯤에 풍광이 빼어난 계곡이 하나 있다.
이 계곡을 일명 애기소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지난 1950년대만 하더라도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연을 자랑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 소를 통칭 '애기소'라고 부르는데 당시 이 애기소는 깊이가 약 5m에 넓이가 약 150평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라호의 내습으로 인해 금정산의 토사가 흘러내려 옛 모습은 완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그 예전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이 애기소는 아직도 빼어난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무엇보다도 이 애기소에는 어느 부부의 애달픈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오는데 다음의 이야기는 그 전설을 토대로 구성지게 재구성해본 것이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자운영은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놀라 홀연히 잠에서 깨어났다.
어느새 아침이던가. 자수정처럼 영롱한 빛줄기가 흙벽의 좁은 틈새로 고개를 디밀고 있었다.
그 빛줄기를 보는 순간, 그녀의 가칠한 얼굴에는 백설기처럼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아침이었다. 드디어 백일째 아침이 온 것이다.
선학과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어언 삼년. 강물에 작은 배를 띄워 붕어와 메기, 잉어를 잡는 남편은 그지없이 선한 사람이었다.
부부의 금실은 더없이 좋았으며 그들은 하루속히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며 순결한 합궁의 밤들을 보내었다.
그러나 금실이 너무 좋으면 무자식이라 했던가. 그들의 작은 바람은 삼년의 세월이 지나가도록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자운영은 천지신명께 백일기도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백일 전, 운영은 천지신명께 빌 장소를 찾아 무작정 대천을 따라 올라갔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을까? 그녀는 대천천의 허리께에서 연화대처럼 넉넉하게 펼쳐진 바위를 만나게 되었다.
또한 너럭바위 앞에는 도무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방 80자 넓이의 소가 시퍼런 자태를 자랑하며 한적하게 놓여 있었다.
너럭바위와 소 주변은 가히 절경이라 일컬을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온갖 기이한 바위는 물 속에 떠있는 듯 잠겨 있는 듯했고, 소를 둘러싼 숲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하였으며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물 위에는 수밀도의 잎사귀가 옥처럼 고운 소리를 내며 떠다니고 있었다.
운영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경치에 잠시 넋을 놓았다가 주저 없이 이곳을 백일치성의 성소로 정하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무릎을 끊은 채 천지신명께 아기를 점지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게 되었는데, 오늘이 바로 백 일째 되는 날이었던 것이다.
운영은 늘 해왔듯이 너럭바위 위에 무릎을 끓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기도를 올렸을까? 어디선가 천상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자운영이여, 그대 부부는 전생의 업보 때문에 결코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운명이라오.
허나 그대의 정성에 우리 팔선녀들이 감동하여 아이를 하나 점지해주기로 하였다오.
그러나 명심하시오. 그대의 아이는 3년 후에 다시 우리가 데리고 가야 할 운명임을.
그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나이다. 그저 우리 부부에게 잠시라도 좋으니 아이 하나만 점지해주소서.
이듬해, 운영은 그리도 바라던 아이를, 그것도 남편을 쏙 빼닮은 아들을 당당히 낳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은 활시위를 떠난 활처럼 재빠르게 흘러 운선이 태어난 지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운영은 선학이 강물로 나간 그 어느 날 가느다란 봄비에 슬그머니 젖어가는 마당가의 진달래를 무연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팔 아래에선 운선이 엄마 젖을 만지며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3년은 벌써 지나갔다. 그때 그 소는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운영은 운선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가파르고 힘들었지만 아이는 강아지처럼 겅중거리며 잘도 계곡의 바위들을 타고 넘었다.
운영은 운선을 데리고 잘 나왔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마침내 그녀가 백일치성을 드리던 그 아름다운 소에 도착했다.
소는 너무 많이 변해 있었으며, 그동안 운영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황홀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숲의 향내는 운영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천년의 세월을 버틴 채 물 속에 고요히 잠겨 있는 기묘한 바위는 운영의 넋을 빼놓고 말았다.
어느새 운영의 마음 속에 운선이란 존재는 없었다. 오로지 눈앞의 빼어난 풍광만이 있을 뿐이었다.
운영은 투명한 계곡수에 몸을 넣었다. 물은 뼛속까지 몸을 시리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그저 절경만을 쳐다보고 또 쳐다볼 뿐이었다.
이대로, 영원히 이대로 이 절경의 품안에서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러다 운영은 갑자기 운선의 존재를 떠올렸다. 운선이, 운선이가 어디 있지. 운영은 급히 너럭바위로 올라갔다.
아,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 할 운선의 존재가 없었다.
운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설마.
운영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너럭바위위에 망연자실 앉아 운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3년 후에 아이를 데려간다는 약속을 잊었느냐는 팔선녀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운영은 눈물로 호소하였으나 팔선녀는 아이를 안고 하늘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면서 밤에 찾아오면 아이와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운영은 그저 하늘을 원망할 밖에.
그 후 사람들은 이 소를 아이가 빠져 죽은 곳이라 하여 애기소라 불렀으며, 지금도 그믐날 반쪽달이 뜰 때면 선녀와 아이가 목욕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김대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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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석합니다~~~
참석합니다
느린발걸음, 산아이 참석합니다.
윤고문님 참석하십니다~~~
정기수 미경이 참석합니당^^
밤안개 와 산머루 참석합니다
지도 참석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