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속신앙

무속 이라는 것 자체가 한복이나 시루떡과 같이 순 우리의 것 임에도 불구하고 미신으로 치부당하고 식자들에게 외면 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절처의 정신적 귀의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무속신앙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나약함을 그대로 포용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말 종교다운 종교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속의 성격
무속은 무당과 그 신도들을 중심으로 전승되어지고 있는 종교적 현상으로 민간신앙 가운데서 가장 확고하면서 광범위한 우주적 신앙체계를 갖추고 있다. 사제자로서의 무당은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대소규모의 종교의식을 통해 아래로는 인간의 뜻을, 위로는 신령의 뜻을 서로에게 전달해 가며 종교성을 유지해 나간다. 이 종교의식에 필요한 구비경전으로서 여러가지 다양한 무가와 무의 신화가 있는데, 여기에 우주의 질서와 교리적 지침이 들어있으며 제대로 교육받고 준비된 사제자로서의 무당은 신도자들로부터 종교지도자로서의 존경을 받아 신심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무속은 원시적 종교의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종교로서의 모든 요소를 구비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종교로서 민간층에 뿌리깊이 파고들어 폭 넓은 기반을 갖고있다. 무속은 불교, 유교, 기독교등 외래종교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한민족의 원본적 신앙기반 이었으며, 이 신앙기반은 소위 고등종교라고 일컫는 외래종교들의 풍부한 교리들을 기복신앙으로 한국화 시키는데에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 물론 일부 사람들에 의해 미신으로 치부당하면서 신관자체가 많이 훼손당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민중의 마음속 깊은곳에 원초적 신앙으로 자리잡고 있는 종교의 한 형태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계 어느나라든 그 나라 특유의 토속신앙이 그 규모의 대소차이만 있을 뿐 존재하며, 그 형태또한 위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이 있는 것을 볼 때 고등종교들의 탄생에 원리적 기반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교리와 지침의 완전한 정리와 계승이 유지된다면 우리만의 종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해 본다.
[ 굿의 종류와 명칭 ]
굿은 형태에 따라 크게 선굿과 앉은굿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굿은 무당이 서서 하는 굿으로 일반적인 굿을 뜻하고, 앉은굿은 충청도 지역에서 무당이 앉아서 주로 독경을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제갓집을 위한 굿과 마을 전체를 위한 마을굿으로 나눠 볼 수도 있겠다.
한편 같은 목적의 굿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내용이나 명칭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망자천도의례인 진오기굿은 서울·경기·황해도 지역에서 부르는 명칭이고, 충청도에서는 오구굿, 함경도는 망묵이굿, 평안도는 수왕굿, 강원도는 오구자리, 전라도는 씻김굿이라 하며 제주도는 시왕맞이라고 부른다.
또 어느 한 지역에서 특징적으로 전승되는 굿이 있는데 이를테면 만구대탁굿은 황해도 지역의 나이든 큰 무당들이 자신의 무업을 기리기 위해 하는 굿으로 규모와 제차가 다른 굿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또 마을굿의 경우 그 지역의 동제와 결합하여 큰 지역적 축제가 되기도 하는 바 강릉단오굿이 그 예가 된다.
다음은 굿의 내용에 따른 분류이다.
o 천신(薦神)굿 - 새로 추수한 곡식을 신령에게 바치며 집안의 평온을 기원하는 굿으로 평민들의 경우엔 재수굿이라 부른다.
o 나라굿 - 이것은 왕조시대에 왕가의 요청에 의해 행해지던 굿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o 신령기자굿 - 무당이 스스로를 위하는 굿인데 무당이 되기 위한 내림굿(허주굿)과 자신이 모시는 신령을 위한 진적굿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o 진오기굿 - 죽은이의 명복을 빌고 저승에 편히 가도록 하는 의례이다. 굿을 의뢰하는 계층에 따라 새남, 얼새남, 평진오기 등으로 나뉜다.
o 용신굿 - 이는 주로 강이나 바다 등 물가에서 물의 신령인 용신(龍神)을 위하여 행하는 굿이다.
o 병굿 - 식구 중에 병이 난 사람이 있을 경우 하는 굿으로 천연두를 물리치기 위한 마마배송굿이 유명하다.
o 도당굿 - 대표적인 마을굿으로 특히 중부지역에서 두드러진다.
o 여탐굿 - 혼인이나 환갑 등의 기쁜 일을 조상에게 알리는 굿으로 지금은 더 이상 지내지 않는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굿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진오기굿·내림굿·병굿·재수굿 정도가 주로 행해지며, 소수의 특별한 굿들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전승되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하나의 굿 안에서 행해지는 거리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경우 '○○굿'이라는 표현을 쓴다. 예를 들면 경기도 양주의 소놀이굿은 실은 그 지역의 경사굿 가운데 부속연희로서 독립된 굿이 아니며, 제석굿도 제석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 신령 - 우리의 조상 - ]
우리말에 "신들렸다"는 말이 있다. 이때의 '신(神)'은 어떤 존재일까. 다름 아닌 한국무(巫)의 신령들이다. 신령을 가리켜 흔히 부정적 어감이 들어있는 귀신이라는 말로 부르나 이는 신령과 그 세계를 타종교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한다. 무업(巫業)에 종사하는 이들은 귀신이란 표현을 쓰지 않으니, 그들의 표현을 존중하여 우리도 역시 신령이라 칭함이 좋겠다.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신령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종류와 성격을 달리하며, 또 외부와의 접촉으로 이전에 없던 신령이 들어와 새로운 신령으로 섬겨지기도 한다. 대개의 신령은 인격화하여 인간과 대화를 하고, 착한 사람을 돕고 악한 사람을 징벌하는 등 인간이 살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신령과 그들의 이야기인 신화는 인간사회의 직능과 위계질서, 역사와 사람의 삶과 꿈이 표현되는 바,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의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할 것이다.
한국무에서의 신령은 자연신, 조상신, 지역 및 개인의 수호신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또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신령(예컨대 예능의 신령인 창부)이 있고, 최영장군과 같이 민중의 비원과 애환을 대변하는 역사적 인물이 신령이 되기도 하며, 전국적인 재난을 계기로 해서 신령(호구나 마마)이 생겨나기도 한다.
신령들은 나름대로 위계질서를 갖는데, 이는 대개 그 신령들을 몸주로 모시고 있는 무당들의 계급과 일치한다.
첫째로 선관·보살 계급이 있는데, 여기에는 하늘(옥황상제·부처님·삼신제석), 땅(산신), 바다(용왕), 별자리(칠성), 자연현상(벽력신) 등이 주로 포함된다.
다음으로는 전내 계급이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역사인물이나 도교 계통의 신령이 많다. 관운장이나 오방신장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로는 박수·만신 계급의 신령으로, 최영 장군, 별상, 군웅, 창부, 호구, 대감 등이 그들이다.
네 번째로는 뒷전 계급으로, 걸립·말명·서낭 등 잡귀잡신의 범주에 드는 신령들이다. 명두(明斗) 일월명두와 칠성명두가 있으며 신체(神體)로서 숭배된다.
마지막으로 넋대신은 궂은 일(초상)과 관련된 시왕(십대왕), 사자(사재), 넋대신 등을 모신다. 이 아래에 주로 어린아이의 영혼을 모시는 태주방과 명도 계급이 있다.
그러나 신령과 무당의 위계가 이와 같다 하더라도 기계적 분류는 곤란하다. 실제에 있어서는 칠성과 최영 장군을 같이 모실 수 있고, 걸립과 시왕을 동시에 모실 수 있다는 뜻이다. 삼베 주머니에 쌀을 담아천정에 달아 성주신으로 모신다.
신령은 대개 화본(무신도)의 형태로 모셔지나 조각상이나 자연물이 되기도 한다. 또 종이에 신령의 이름만 적어 모시기도 하며, 심지어는 신체가 없이 장소(안방의 아랫목 천장 부분 하는 식으로)를 마음으로 꺼려하고 정성으로 섬기기도 한다.
한국무에서의 신령은 자연신, 조상신, 지역 및 개인의 수호신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또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신령(예컨대 예능의 신령인 창부)이 있고, 최영장군과 같이 민중의 비원과 애환을 대변하는 역사적 인물이 신령이 되기도 하며, 전국적인 재난을 계기로 해서 신령(호구나 마마)이 생겨나기도 한다
[ 무당과 단골이야기 ]
흔히 쓰이는 무당이라는 용어는 사실은 여무(女巫)를 가리키는 말이고 남무(男巫)는 박수라고 한다. 무당은 몽골어에서 무당을 가리키는 '우다간(Udagan)'이라는 말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이며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의 분포를 확인하는 단서가 된다. 그밖에도 여무(女巫)의 경우 만신(萬神)·보살·기자(祈者), 남무(男巫)는 법사라는 호칭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기예가 뛰어나고 인품을 갖춘 큰무당의 경우 '선생님'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또 무당마다 별호를 갖고 있어 실제 이름을 부르는 경우보다 별호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당의 종류를 종래 강신무와 세습무로 나누나 이는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들의 분류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조선시대 이래 무당이 천민계급으로 분류되면서 무당과 다른 계층과의 혼사는 원칙적으로 봉쇄되고 만다. 무당은 자연히 그들끼리 혹은 악사·광대와 같이 관계있는 같은 계층 내에서 가계를 이루어 나갔다. 이러한 역사적 원인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세습무라 해도 기본적으로 초자연적 체험, 곧 신내림이 있어야 종교의례가 성립이 되는 것이며, 강신무라 해도 대대로 집안에 신뿌리가 이어지니, 이는 결국 강신무와 세습무의 이분법이 타당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먼저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내림굿을 치러야 한다. 내림굿은 신과 접하는 종교체험으로, 장래 무당이 되려는 예비 후보는 대개 현실과 깊은 연관을 갖는 꿈을 꾸는 등 여러 신비스러운 일들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내림굿을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돌연한 죽음이나 큰 불행이 있게 된다. 이를 '인다리(人橋)'라고 한다.
무의 유형과 분포
현재 한국에 분포되어있는 무를 성격상으로 분류하여 무당형, 단골형, 심방형, 명두형등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무당형은 무 자신이 특별한 강신체험을 겪은 후 성무의식인 내림굿을 통해 무가 되어 가무로서 굿을 주관하고 자신의 몸주신이 내려주는 영력에 의해 점을치며 예언한다. 옛날에는 중부와 북부지방에 분포되어있는 무당, 박수등을 무당형으로 구분하였지만 현재에는 전국적인 분포를 고르게 보이고 있다.
단골형은 혈통에 따라 대대로 사제권이 계승되어 인위적으로 무당이된 세습무로서 기예를 배우고 익혀 신을 향해 일방적인 가무로 굿을 주관한다. 호남지역과 영남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강원도지역의 화랭이와 진도의 씻김굿을 주관하는 단골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심방형은 제주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무당형과 단골형의 중간형으로 영력을 중시하고 신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나 신이 직접 몸으로 강신하지 않고 굿을 할때 영통이 없이 무점구들을 통해 신의 뜻을 물어 전달한다. 그러나 현재에는 강신무와의 혼합으로 점점 무당형이 되어가고 있다.
명두형은 어린아이 죽은 혼신이 몸에 실려 점을 치는 강신무이다. 어린아이의 목소리나 휫바람소리등으로 혼을 부르며 영력이 뛰어나지만 굿을 주관하기 어렵고 귀신의 장난에 휩슬리기 쉬운 무의 형태이다.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분포를 보이며 명두, 태주, 동자, 선녀등으로 불린다.
이상의 구분이외에도 요즘은 여러 형태의 무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불교와의 습합을 통하여 보살형, 법사형이 생겨났고, 역술의 급속한 보급으로 역학을 하는이가 신령을 받들어 역술형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기와 도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무속신앙의 기반위에 올라서서 이상한 행태를 벌이는, 형태가 불분명한 무가 나오기도 한다.
법사무광
출처: 이 고뇌의 강을 건너 글쓴이: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