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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지 난정기 蘭亭記 王逸少 왕희지(王羲之: 321∼379): 동진(東晉) 낭야(琅邪) 임기(臨沂: 지금의 山東省 임기현 북쪽) 사람. 자는 일소(逸少)이며, 우군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적이 있으므로 왕우군(王右軍)으로도 불렀다. 동진의 건국에 공이 컸던 왕도(王導)의 조카이고, 왕광(王曠)의 아들이다. 비서랑(秘書郞)으로 시작하여 참군(參軍), 장사(長史), 강주자사(江州刺史) 등을 역임하였다. 서진이 망하자 회계(會稽: 지금의 紹興)로 옮겨 살았다. 동진에서 벼슬하여 회계내사(會稽內史)까지 이르렀다. 왕술(王述)과 불화하여 사직하고 회계 산음(山陰)으로 물러났다. 서성(書聖)으로 추앙되며 각종 서체에 두루 능하여 서예를 예술적인 지위로 끌어올렸다. 문장에도 뛰어나 그가 남긴 〈난정집서〉는 중국 4대 명문장의 하나로 꼽힌다.
永和九年 영화 9년 영화구년(永和九年): 영화(永和)는 동진(東晉) 목제(穆帝) 사마담(司馬聃)의 연호로 345년에서 356년까지 쓰였으며, 9년은 서기 353년이다. 歲在癸丑 계축년 暮春之初 늦봄 초에 모춘(暮春): 음력에서는 춘하추동의 각 계절을 초(初)·중(仲)·모(暮)로 나누어 첫째, 둘째 셋째 달로 부른다. 모춘은 봄의 마지막 달인 3월을 이른다. 이때 왕희지는 사안(謝安), 손작(孫綽) 등 41명과 함께 계례(禊禮)를 행하면서 술을 마시고 시를 지은 후 지은 작품들을 하나로 모아 왕희지가 이 서문을 지어 그때의 일을 개괄하였다. 會于會稽山陰之蘭亭 회계 산음의 난정에 모였는데 회계산음(會稽山陰): 회계군(郡) 산음현(縣)을 말한다. 진나라 때 회계군은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과 소산(蕭山), 제기(諸曁), 승(嵊), 상우(上虞), 여요(餘姚), 자계(慈谿), 은(鄞) 등의 현을 관할하였다. 산음은 회계군의 속현이면서 또한 군치(郡治: 군의 행정 소재지)인데 지금은 소흥현에 합병되었다. 修禊事也 계제사를 행하는 일 때문이었다. 수계사(修禊事): 계(禊)를 거행하는 일. 수(修)는 거행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계는 제사 이름이다. 옛날 사람들은 봄과 가을에 냇가에 이르러 몸을 씻어 더럽고 상서롭지 못한 것을 떨쳐내고 복을 기구하였는데, 3월 상사일(上巳日: 지지로 첫 번째 사가 되는 날)에 거행하는 것을 춘계(春禊)라고 하였고, 7월 14일에 거행하는 것을 추계(秋禊)라고 하였다. 삼국시대 위나라 이후로는 춘계를 3월 3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옛 사람들의 일종의 봄놀이였다. 群賢畢至 뭇 현자들이 다 이르고 군현(群賢): 사안 등 32명의 명사를 말한다. 현(賢)은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군(群)은 복수형 접두어이다. 필지(畢至): 모두 이르다. 필(畢)은 모두, 다. 少長咸集 젊은이와 어른이 다 모였다. 소장(少長): 소(少)는 왕희지의 아들인 왕응지(王凝之)와 왕휘지(王徽之) 같은 사람이고, 장(長)은 사안과 왕희지 같은 사람들을 이른다. 함(咸): 개(皆)와 같다. 모두. 此地有崇山峻嶺 이곳에는 높은 산과 큰 고개 茂林修竹 무성한 숲이며 긴 대나무가 있고 수죽(修竹): 키가 큰 대나무. 수(修)는 장(長) 또는 고(高)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又有淸流激湍 또 맑은 물과 부딪치며 흐르는 여울물이 격단(激湍): 급류(急流)를 말한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여울. 映帶左右 좌우를 비추며 띠처럼 둘러 있다. 영대좌우(映帶左右): 흐르는 물이 고리처럼 두르고 물결의 빛이 서로 비추는 것을 말한다. 영(映)은 물빛이 비치는 것을 말한다. 대(帶)는 두르는 것을 말한다. 좌우(左右)는 부근이라는 말과 같다. 引以爲流觴曲水 끌어서 유상곡수를 만들고 유상곡수(流觴曲水): 술잔을 띄워 흐르게 하는 작은 시내. 유상(流觴)은 술잔을 굽이진 수면 윙 놓고 떠다니는 대로 맡겨두었다가 술잔이 어느 곳에 머물면 그 곁에 앉은 사람이 취하여 마시는 것이다. 일종의 옛사람들이 술을 권하고 즐거움을 취하는 방식이다. 곡수(曲水)는 물을 굽이지게 끌어다 만든 작은 시내이다. 난정의 유상곡수 列坐其次 그 곁에 줄지어 앉아 있으니 차(次): 곁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유상곡수하는 물가를 말한다. 雖無絲竹管絃之盛 사죽 같은 관현의 성대함이 없어도 사죽관현지성(絲竹管弦之盛): 사죽(絲竹)은 팔음(八音)의 악기를 말한다. 팔음은 금(金: 鐘)·석(石: 磬)·사(絲: 琴)·죽(竹: 籥)·포(匏: 笙)·토(土: 塤)·목(木: 柷)·혁(革: 鼓)을 말한다. 보통은 앞의 두 글자 금석(金石)을 따서 써야 하는데, 금석이 종정을 말하므로 3∼4자를 따서 이렇게 부른다. 삼국(三國) 위(魏)나라 조비(曹丕)의 〈오질에게(與吳質書)〉에 「술잔이 돌고 각종 악기가 연주되며 술이 올라 귀까지 붉어져 우러러 시를 지으면 이대는 별안간 스스로 즐거움도 알지 못한다.」(每至觴酌流行, 絲竹並奏, 酒酣耳熱, 仰而賦詩, 當此之時, 忽然不自知樂也)라는 구절이 있다. 성(盛)은 성대(盛大)함을 말한다. 一觴一詠 한번 잔을 돌리고 한번 읊음에 일상일영(一觴一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시를 짓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亦足以暢敍幽情 또한 충분히 그윽한 정회를 펼 만했다. 유정(幽情): 그윽하고 깊이 내재된 정회(情懷). 是日也天朗氣淸 이 날은 하늘이 밝고 기운이 맑았으며 惠風和暢 부드러운 바람이 화창하였다. 혜풍(惠風): 온화한 바람. 화풍(和風)과 같은 말이다. 仰觀宇宙之大 우주가 큼을 우러러 보고 우주(宇宙): 천지(天地), 세계(世界)를 가리킨다. 상하사방의 공간을 우(宇)라고 하고, 고왕금래의 시간을 주(宙)라고 한다. 俯察品類之盛 만물의 품류가 성함을 숙이어 살피어 품류(品類): 만물을 가리킨다. 품(品)은 많다는 뜻이다. 所以遊目騁懷 눈 가는 대로 보고 마음을 달리게 하고 소이(所以): ∼을 가지고. 유목빙회(遊目騁懷): 경물을 감상하면서 흉회를 펴는 것을 말한다. 足以極視聽之娛 충분히 보고 듣는 즐거움을 다하여 信可樂也 실로 즐거워할 만했다. 신(信): 실로, 확실히. 夫人之相與俯仰一世 대체로 사람이 서로 더불어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부앙(俯仰): 시간이 짧음을 나타낸다.뜻. 或取諸懷抱 혹자는 회포에서 취하여 저(諸): 지어(之於)의 합음(合音)이다. 무엇을 ∼에서. 悟言一室之內 한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오언(悟言): 오(悟)는 오(晤)와 통하여 쓴다. 오언(悟言)은 대담(對談)과 같은 뜻.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다. 或因寄所託 혹자는 의탁하는 것을 따라 부쳐서 인기소탁(因寄所託): 만나는 것에 따라 정회를 기탁하다. 소탁(所託)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인(因)은 수(隨)와 같은 뜻이다. 放浪形骸之外 육체의 바깥에서 마음껏 노닐기도 하여 방랑형해지외(放浪形骸之外): 행위가 예속(禮俗)의 구속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방랑은 하고싶은 대로 하여 구속됨이 없음을 말한다, 형해(形骸)는 신구(身軀), 곧 육체(肉體)와 같은 말이다. 雖趣舍萬殊 비록 취하고 버림이 만 갈래로 다르고 취사(趣舍): 취사(取捨)와 같다. 취(趣)와 취(取)는 통하여 쓴다. 靜躁不同 조용하고 시끄러움이 같지 않기도 하나 정조(靜躁): 정동(靜動)과 같다. 정은 「悟言一室之內」를 가리키고, 조는 「放浪形骸之外」를 가리킨다. 當其欣於所遇 만난 것을 기뻐하고 暫得於己 자기에게서 잠시 얻어 快然自得 시원하게 스스로 얻으면 쾌연(快然): 기쁨과 만족을 얻은 모양. 연(然)은 부사형 어미로 쓰였다. 曾不知老之將至 늙음이 곧 이를 것이라는 것을 안 적이 없으며 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 《논어·술이(述而)》에 「그 사람됨이 분발하면 먹는 것도 잊고, (이치를 깨닫기라도 하면) 즐거워 근심을 잊어 늙음이 닥쳐오리라는 것도 모른다.」(其爲人也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曾」자가 없는 판본도 있다. 及其所之旣倦 그 감이 이미 게을러져 지(之): 가다. 곧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추구하여 얻은 것에 이미 싫증이 나는 것을 말한다. 情隨事遷 정이 일을 따라 옮겨가고 천(遷): 변화하다. 感慨係之矣 감개가 거기에 이어져 있다. 계(係): 이어지다, 계속되다. 向之所欣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뻐하던 일이 향(向): 지난 번, 저번. 향(嚮), 낭(曩)과 같은 뜻이다. 俛仰之間 고개를 한번 숙이었다 쳐들었다 하는 순간에 면앙(俛仰): 일부일앙(一俯一仰)과 같은 말. 시간이 매우 짧음을 형용하는 말이다. 면(俛)은 중국의 발음이 숙이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fǔ로 부(俯)자와 서로 통하여 쓴다. 以爲陳迹 이미 묵은 자취가 되어버리고 마니 진적(陳迹): 구적(舊蹟)과 같다. 묵은 자취. 尤不能不以之興懷 더더욱 이 때문에 감회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이지(以之): 이(以)는 인(因)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지(之)는 목적격 지시대명사인데 바로 위의 「向之∼陳迹」까지를 말한다. 흥회(興懷): 감회를 불러일으키다. 흥(興)은 기(起)자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況修短隨化 하물며 장수와 단명도 조화를 따라 수단수화(修短隨化): 수명의 길고 짧음이 조화를 따라 안배되는 것을 말한다. 수(修)는 장(長)과 같은 뜻이다. 화(化)는 조화, 또는 자연을 가리킨다. 終期於盡 결국 다함을 기약한다. 종기어진(終期於盡): 끝내 반드시 끝에 이를 것이다. 古人云死生亦大矣 옛 사람이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모두 큰일이다」라 하였으니 사생역대(死生亦大): 죽고 사는 것이 모두 큰 일이다. 《장자·덕충부(德充符)》에 「중니가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이 모두 큰일일 것이지만 그것과 함께 변하지 않게 될 것이며 비록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꺼진다 해도 또한 함께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仲尼曰, 死生亦大矣, 而不得與之變, 雖天地覆墜, 亦將不與之遺)라는 말이 있다. 역(亦)은 부사로, 여기서 모두라는 뜻으로 쓰였다. 豈不痛哉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는가? 每覽昔人興感之由 매번 옛 사람들이 감개를 일으킨 까닭을 살피니 若合一契 마치 부절을 짜 맞춘 듯하여 약합일계(若合一契): 두 개의 부절을 맞춘 것과 같다. 서로 완전히 부합하는 것을 형용하는 말. 부절은 일종의 신물(信物)이다. 옛 사람들은 나무로 부절[契]을 만들고 글자를 새긴 후 둘로 쪼개어 각기 그 반을 가지고 증빙으로 삼아 계약을 이행하기 전에 먼저 두 부절이 서로 합치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래서 쌍방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계합(契合)이라고 하였다. 未嘗不臨文嗟悼 글을 대하고 탄식하고 슬퍼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차도(嗟悼): 탄식하고 슬퍼하다. 不能諭之於懷 마음속으로 명백히 알 수가 없었다. 유(諭): 분명하다. 固知一死生爲虛誕 그러므로 한번 죽고 사는 것을 하나로 봄이 허탄한 것이며 일사생위허탄(一死生爲虛誕): 죽음과 삶을 마찬가지 설법으로 허무맹랑한 것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장자(莊子)의 학설로 《장자·제물론(齊物論)》에 보인다. 허탄은 실질적이지 않음을 크게 말한 것이다. 齊彭殤爲妄作 장수하고 요절하는 것을 같이 보는 것이 망령된 것임을 알았다. 제팽상위망작(齊彭殤爲妄作): 장수하는 사람과 요절하는 사람을 아무 분별도 없이 보는 견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팽상」 또한 장자(莊子)의 학설로 역시 《장자·제물론》에 보인다. 팽(彭)은 팽조(彭祖)로, 옛날 오래 살았다고 하는 사람인데 8백 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상(殤)은 성년도 되기 전에 죽는 사람이다. 여기서는 단명, 혹은 요절하는 것을 말한다. 망작(妄作)은 허망하여 실질이 없는 것을 말한다. 後之視今 나중에 지금을 보는 것이 亦猶今之視昔 또한 지금 옛날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니 悲夫 슬프도다! 故列敍時人 그러므로 당시의 사람을 열거하고 열서시인(列敍時人): 당시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 錄其所述 그들이 말한 것을 수록하니, 녹기소술(錄其所述): 이번 회합에 모인 사람들이 지은 시를 수록하는 것. 雖世殊事異 비록 시대가 다르고 일이 다르긴 하지만 所以興懷 감회를 일으키는 것은 其致一也 원인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치(致): 방법, 과정, 원인. 後之覽者 나중에 보는 사람도 후지람자(後之覽者): 후세의 독자들. 亦將有感於斯文 또한 이 글에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사문(斯文): 이번 집회에서 지은 시문(詩文). 이밀 충정을 펴서 아룀 陳情表 이 글은 《문선》(권37)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사정을 아뢰어 올리는 표장(陳情事表)〉로 되어 있다. 李令伯 이밀(李密: 224∼287): 서진(西晉) 초 건위(犍爲) 무양(武陽: 지금의 四川省 彭山縣) 사람. 일명 이건(李虔)이라고도 하며, 자는 영백(令伯)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개가해 조모 유씨(劉氏)에 의해 양육되었는데 조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 초주(譙周)에게 배웠다. 젊어서 촉한에서 벼슬하여 낭(郎)을 지냈다. 서진 초인 무제(武帝) 태시(泰始) 3년(267)에 태자선마(太子洗馬)로 불려 조서(詔書)가 왔지만 나이든 조모를 이유로 무제에게 〈진정표(陳情表)〉를 올려 사양했다. 조모 사후 선마로 나갔고, 온령(溫令)과 한중태수(漢中太守)를 지냈다. 조정에 배경이 없어 경관(京官)에 오르지는 못했는데 이를 원망하는 시를 지었다가 미움을 사 파직당했다.
臣以險釁 신은 운수가 사나워 원문에는 이 구절 앞에 「신 밀은 아룁니다.」(臣密言)라는 말이 더 있다. 험흔(險釁): 흔(釁)은 「舋」이라고도 한다. 화난(禍難)을 말한다. 운명이 사나운 것을 가리킨다. 험(險)은 어려운 것을 말하고, 흔(釁)은 화(禍)의 조짐을 가리킨다. 夙遭愍凶 일찍부터 재화를 만났습니다. 숙조민흉(夙遭愍凶): 민(愍)은 민(閔, 憫)과 통하여 쓴다. 일찍이 재화를 만나는 것을 가리킨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떠난 것을 말한다. 숙(夙)은 일찍이라는 뜻이다. 민흉(愍凶)은 우환(憂患), 흉화(凶禍)를 가리키는 말이다. 生孩六月 난지 6개월 만에 慈父見背 인자한 부친께서 등을 보이셨습니다. 자부견배(慈父見背): 자부(慈父)가 나를 버리고 떠나다. 부친이 사망한 것을 가리킨다. 견배(見背)는 떠난다는 뜻으로 쓰였다. 行年四歲 나이 4살 때에는 행년(行年): 이미 지나온 나이. 곧 나이, 연령을 가리킨다. 舅奪母志 외숙께서 어머니의 뜻을 빼앗았습니다. 구탈모지(舅奪母志): 외숙(外叔)이 모친이 수절할 뜻을 빼앗았다는 말이다. 외숙이 강압적으로 모친을 개가시켰다는 것을 가리킨다. 祖母劉閔臣孤弱 조모인 유씨가 신이 어리고 약한 것을 불쌍히 여겨 민(閔): 민(憫)곽 같은 뜻으로 쓰였으며 민(愍)이라고도 한다. 불쌍히 여기다. 고약(孤弱): 나이가 어려서 부모를 잃은 것을 이른다. 躬親撫養 몸소 어루만지고 길러주었습니다. 臣少多疾病 신은 어려서부터 질병이 많아 九歲不行 9세가 되도록 걷지도 못하고 零丁孤苦 비비적거릴 데 없이 외롭고 괴롭게 영정(零丁): 영정(伶丁)이라고도 한다. 고단하고 위약(危弱)한 모습. 첩운연면 의태어. 이 구절 전체의 뜻은 의탁할 곳 없이 고독하고 곤고(困苦)함을 말한다. 至于成立 성인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旣無叔伯 숙부나 백부도 없을 뿐더러 終鮮兄弟 또한 형제도 적고 종선형제(終鮮兄弟): 《시경·정풍·양지수(鄭風·揚之水)》에 「끝내 형제가 적어, 나와 너 뿐이라네.」(終鮮兄弟, 維予與女)라는 구절이 있다. 門衰祚薄 가문이 쇠락하고 복이 박하여 문쇠조박(門衰祚薄): 가도(家道)가 쇠락하고 복(福)이 약해진 것을 말한다. 문(門)은 가문이고, 조(祚)는 복이다. 晩有兒息 늦게야 자식을 가졌습니다. 아식(兒息): 아들. 外無朞功强近之親 밖으로는 기복이나 공복을 입을 강하고 가까운 친척도 없고 기공강근지친(朞功强近之親): 기복(朞服)이나 공복(功服)을 입을 만한 현달하고 유력한 가까운 친척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기(朞)는 기(期)와 같으며, 기와 공은 모두 상복 이름이다. 기는 1년 동안 입는 상복이다. 옛날에는 백숙부모나 형제등의 친속은 기복을 입었다. 공은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대공복(大功服)으로 9개월이고, 하나는 소공복(小功服)으로 5개월이다. 옛날에는 종(從, 堂)형제 등의 친속은 대공복을 입었고, 당질(堂姪)이나 당질손(堂姪孫) 등은 소공복을 입었다. 강은 유력한 것을 말한다. 일설에 의하면 강근지친은 억지로라도 가까이 할 만한 친속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강(强)은 억지로라는 뜻이다. 內無應門五尺之童 안으로는 문에서 응접할 어린 동복도 없이 오척지동(五尺之童): 동은 원문에는 동(僮)으로 되어 있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노복을 가리킨다. 옛날의 척(尺)은 당시보다 짧았으므로(周尺은 22∼23㎝가 1尺이었다) 오척(五尺)이란 말이 곧 미성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焭焭孑立 혈혈단신 외로이 서서 경경(焭焭): 고단(孤單)하여 의지할 데 없는 모양. 혈혈(孑孑)과 같은 뜻이다. 形影相吊 몸과 그림자가 서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형영(形影): 형체와 그림자. 형(形)은 영(靈)과 대(對)가 되는 개념으로 육체를 말한다. 혈혈단신으로 의지할 곳이 없다는 말이다. 상조(相吊): 서로 위로하다. 而劉夙嬰疾病 그리고 유씨는 병에 걸려 영(嬰): 조우(遭遇)와 같은 뜻. 예정 없이 만나는 것. 당하다, 걸리다. 常在牀蓐 늘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상욕(牀蓐): 상석(牀蓆)과 같다. 침상과 이부자리. 욕(蓐)은 보통 요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 여기서는 이부자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臣侍湯藥 신이 탕약으로 모시면서 未嘗廢離 버려두고 떠난 적이 없습니다. 逮奉聖朝 성명한 조대를 모시게 되어 성조(聖朝): 성명(聖明)한 조정. 보통 본조(本朝)를 높여서 일컫는 말인데, 여기서는 진(晉) 왕조를 높여서 일컬은 것이다. 沐浴淸化 맑은 교화라는 세례를 받아 목욕청화(沐浴淸化): 몸이 청명하게 되는 교화. 목욕(沐浴)은 몽수(蒙受)라는 뜻과 같다. 前太守臣逵 앞서는 태수 신 규가 태수신규(太守臣逵): 건위태수 규를 가리킨다. 규의 성씨는 미상이다. 《문선》의 주석에서는 촉나라 때의 가규(賈逵)라고 하였는데, 생몰연대를 대조해보면 맞지 않는다. 察臣孝廉 신을 효렴으로 천거하였고, 찰(察): 천거하다. 효렴(孝廉): 옛날에 인재를 천거하는 과목의 하나. 각지에서 효렴(孝廉)으로 천거하여 선발한 사람을 조정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 때 처음 시작되었다. 後刺史臣榮 나중에는 자사 신 영이 자사신영(刺史臣榮): 익주자사 영을 가리킨다. 영의 성씨는 미상이다. 《문선》의 주석에서는 고영(顧榮)이라고 하였는데 역시 확실치 않다. 擧臣秀才 신을 수재로 천거하였습니다. 수재(秀才): 옛날에 인재를 천거하는 과목의 하나. 각지에서 재능이 우수한 사람을 선발하여 조정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역시 한나라 때 처음 시작되었다. 臣以供養無主 신은 (조모를) 봉양할 사람이 없다고 하여 辭不赴 사퇴하고 부임하지 않았습니다. 부(赴): 원문에는 부명(赴命)으로 되어 있다. 명을 받고 앞으로 나아감을 말한다. 會詔書特下 마침 조서가 특별히 내려 원문에는 이 구절의 회(會)자가 없다. 拜臣郞中 신을 낭중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배신낭중(拜臣郞中): 신을 낭중으로 임명하다. 배는 임명한다는 뜻. 낭중은 관직 이름으로 숙위(宿衛)와 시종(侍從)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 尋蒙國恩 얼마 후에는 국은을 입어 심(尋): 오래지 않아, 즉시. 除臣洗馬 신을 선마로 바꾸어 임명하였습니다. 제신선마(除臣洗馬): 신을 선마로 임명하다. 제(除)는 옛 관직을 폐[除]하고 새 직임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곧 관직에 바꾸어 임명한다는 뜻이다. 선마(洗馬)는 원래 선마(先馬)라고 하였으며 한나라 때 동궁의 관속(官屬)이었으며, 태자가 문을 나설 때 앞에서 말을 몰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진(晉)나라 이후로는 장도적(掌圖籍)으로 바꾸었다. 猥以微賤 외람되이 미천한 몸으로 외(猥): 스스로 겸사하는 말. 욕되다, 몰래라는 뜻이 있다. 當侍東宮 동궁을 모시게 하였사온데 동궁(東宮): 태자를 가리킨다. 동궁이 태자가 거처하는 곳이므로 이렇게 말한다. 非臣隕首所能上報 신의 목이 떨어져도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수(隕首): 목이 떨어지다, 머리가 잘리다. 생명을 희생시킴을 말한다. 운은 추락(墜落), 곧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臣具以表聞 신은 모두 표장으로 아뢰고 문(聞): 상주(上奏)하다. 辭不就職 사퇴하여 직위에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詔書切峻 조서는 매우 엄준하여 절준(切峻): 매우 급하고 준엄하다. 責臣逋慢 신이 회피하고 태만하다고 꾸짖으며, 포만(逋慢): 임명을 회피하고 오만불손하다. 포(逋)는 도피, 만(慢)은 태만하다는 뜻이다. 郡縣逼迫 군과 현에서는 다그쳐서 催臣上道 신이 길에 오르도록 재촉하고 州司臨門 주의 관리는 문에 이르러 주사(州司): 주관(州官), 곧 주의 관리와 같은 말이다. 急於星火 성화 같이 서두르고 있습니다. 급어성화(急於星火): 사정이 급박하기가 유성(遊星), 불을 끄는 것 같이 급속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臣欲奉詔奔馳 신이 조서를 받들어 달려가고자 하니 則以劉病日篤 유씨의 병이 날로 위독해지고, 독(篤): 침중(沈重)하다, 위태(危殆)롭다, 위독하다. 欲苟順私情 구차하게 사사로운 정을 따르자니 則告訴不許 하소연하여도 허락이 나지 않습니다. 고소(告訴): 신소(申訴), 즉 상부에 하소연하는 것을 말한다. 臣之進退 신의 진퇴는 實爲狼狽 실로 낭패입니다. 낭패(狼狽): 진퇴양난(進退兩難)을 가리킨다. 낭과 패는 두 동물의 이름이다. 패는 전설상의 이리 비슷한 동물이다.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모편(酉陽雜俎·毛篇)》에서는 「혹자가 말하기를 낭패(狼狽)는 두 동물인데, 패는 앞발이 매우 짧아 움직일 때마다 항상 두 이리에 올라타야 하는데 이리를 잃으면 움직일 수가 없으므로 세상에서는 일이 어그러진 것을 낭패라고 한다.」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