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학교도서관이용사(利用史)』와 『공공도서관이용사』를 계약했다. 이용사라 해서 딱딱한 글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이기에 쉽게 읽힐 것이다. 저자는 학교도서관 문화운동네트워크(학도넷)의 사무처장이신 김경숙 선생님이시다. 당신의 경험을 꼼꼼하게 정리해놓으신 습관 덕에 정말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도서관운동이나 독서운동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추진 중이었는데 김 선생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무척 기뻤다.
역사가 왜 중요한가? 이임하 교수가『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철수와영희)에서 밝혔듯이 “역사는 옛일을 외우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생각을 짚어보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사는 정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운동사가 잘 정리되어야 늘 원점에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 한 현장교사를 함께 만났다. 그 분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마인드맵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온 경험을 털어놓으셨다. 이 경험도 책으로 펴내기로 약속했다. 너무 기뻐서 저녁이라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두 분 모두 바쁘셔서 그러지 못했다.
어제 『그래도, 가족이야』(가제)의 공저자를 찾는 공지를 블로그에 올렸다. 나는 이미 숭례문학당의 식구들과 ‘죽음과 애도’에 대한 공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가 있다. 반공개로 참여자를 모으고 각자 글을 쓸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글을 쓴 다음 함께 읽으며 장단점에 대해 토론을 한 다음 각자가 다시 고쳐 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고는 19일에 모아진다. 책이 나온 다음에는 모두가 모여 북콘서트를 열며 함께 축제를 즐길 것이다. 저자들만이 모여도 매우 즐거운 잔치가 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한 참여자는 이런 후기를 내놓았다.
“(전략) ‘책’이라는 한 가지의 중심 소재를 통해, 읽고 쓰고 말하는 세 가지의 강점을 골고루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읽기나 쓰기, 말하기를 각각 떼어 놓고 배워 나가는 방법은 이미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던 오래된 수단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능력을 함께 성장시키는 새로운 방법들을 활용한다면, 과연 앞으로의 저는 어떻게 변화해 나갈 수 있을까요? 더구나 제가 지금껏 너무나도 좋아하고 친숙하게 여겼던 책과 글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말입니다! 저는 이 새로운 개념에 대해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행복함으로 충만해지는 뿌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선택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활동은 ‘함께 쓰는共著’ 기획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30명 남짓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글을 써서 하나의 책으로 묶어내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각자가 구상한 글쓰기 계획을 이야기하고, 그 계획을 현실화한 글의 수정안을 주고받는 두 번의 모임에 모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공저의 만남에서 참석했던 두 차례의 모임은 저에게 분명한 유익함을 남겼던 뜻 깊은 경험들이었습니다. 각자의 글을 낭독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확실히 깨닫고, 서로에게 조언을 받아 다양한 새 아이디어들을 얻어 자신의 글을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외면하거나 가볍게만 여겼던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들을 회상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들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이야기하는 수십 가지 색채의 경험과 생각들 속에서 드러나는 희로애락의 무게를 생생히 체감하며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공저 기획에는 이미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이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멋지고 특별한 기회로 느껴졌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껏 평생 동안 남이 쓴 글만 일방적으로 받아 읽었을 뿐이었는데, 앞으로는 글을 접할 때 예전처럼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진다니 부쩍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생각을 처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굉장한 갈등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용기를 내 함께 하기를 시작하고 나서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록 이번 공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 발걸음들이 작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의 말뜻처럼 훗날의 커다란 성취감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공저 기획의 결과물이 앞으로 언젠가 ‘대중문화 부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첨병’으로 멋지게 기억될 날이 올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책과 글을 함께 누리는 뜻깊은 모임들을 통해, 보다 많은 재야의 은자隱者들과 웃으며 성장하는 좋은 날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이 프로젝트는 차원이 높은 독서운동이다. 원래 읽기와 쓰기는 연동되어 있었다. 글을 써본 사람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 이번에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소재로 글을 쓴 한 현장교사(위에 나오는 분)는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70여권이나 새로 구입하셨다고 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법이니 책을 읽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숭례문학당과 나의 만남은 큰 행운이라 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 과연 질이 좋을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절반 이상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그들이 쓴 글들을 읽어보는 나는 이미 행복하다. 글의 수준은 등단한 작가의 글 이상으로 좋다. 책이 잘 팔릴 것이냐고?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설사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분들과 점차 개인의 저서도 만들어갈 것이다. 나는 지난 16년 동안 거의 신인을 데뷔시켰다. ‘기획회의’에는 늘 신인 필자가 등장해서 글을 연재하고 책을 펴낸 다음 업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내가 출판계에서 필자를 찾는 기준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경험. 다른 하나는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다.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이는 글에서 그 경험이 온전히 드러난다. 그래서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이제 그 경험을 일반인으로 확대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이 운동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어제 한 공지를 여기 다시 한 번 옮긴다.
공저자를 모집합니다.
『그래도, 가족이야』(가제)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과 출판사 어른의시간(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자회사)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사회 가족의 초상을 보여줄 책 『그래도, 가족이야』(가제)를 출간하려 합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가 필자로 참여합니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가족이 함께 읽을 위로의 책이 될 것입니다.
집필의 화두 중 하나는 '애증'입니다. 애와 증을 오가는 모녀, 모자, 부녀, 부자의 관계를 자기만의 경험과 언어로 풀어주세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이 참여 할 수 있습니다. 아래 파트 중, 신청 분야를 기재해주세요.
1. 모녀
2. 부자
3. 모자
4. 부녀
- 신청안내
1.신청 분야 기재를 반드시 기재해주세요.
2.신청이유를 a4 1페이지(10포인트/문서첨부/이름기재)로 작성해 첨부합니다.
3.나이, 하는일, 이름, 연락처
4.지원처 bookworm@rws.kr
5.신청기한 2.25(수) 저녁 10시
6.합격자 발표 2.27(금)
7.원고분량 - 원고지25매 (a4 3매)
8.원고마감 - 3.21(토) 오전 10시
어제 ‘머니투데이’에 발표하는 ‘한기호의 책통’ 원고는 미리 썼다. 연휴를 감안해 담당 기자가 편하게 쉬게 하려고 말이다. 『미움 받을 용기』가 팔리는 이유에 대한 글인데 써놓고 보니 재미있다. 오늘은 이래저래 ‘자뻑’ 증세를 심하게 드러내는 셈이다. 좀 심했더라도 용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