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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 황금기회
마찌꼬도 그랬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소망하는 걸 소망했을 뿐이다.
안정이랑 존경, 사랑…그리고 가능하다면 달콤한 로멘스 같은 거…
그런데 그렇잖아? 마찌꼬의 나이가 이미 예순 한 살에다 남편이 버티고
있는 기혼자인데 달콤한 로멘스를 어떻게 즐긴단 말인가? 그렇다고
로멘스를 싫어할 여성이 어디 있겠나? 남성이야 원래가 육식동물이니까
말 할 나위도 없고…
그런데 생각해 봐, 남자란 게 좀 그렇지? 마누리한테, 생활의 안정쯤
보장해 놓았다고 남편의 구실을 몽땅 다한 걸로 착각하고 산다니까.
글쎄. 안그래?
안정이 보장 되었으니까 외려 샘물처럼 퐁퐁 솟아오르는 그 다음 단계의
욕망, 존경, 사랑, 그리고 로멘스 말이다. 남편들이 그걸 이해하기는 커녕,
어떻게 하면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 비결이라도 쪼매는
알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마찌고의 남편도 바로 그런 남편이었다.
마찌꼬는 결혼 40주년이 다 되었다. 2남 1녀의 다복한 주부였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해서 사랑이나 로멘스의 단맛이 그리도 그리웠을까? 누가 들어도
궁금해 할 일이었다.
어느날, 마찌꼬는 이미 중년이 된 자녀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너네 아빠 포기했다. 그 사람 하는 일은 한 가지도 맘에 안들어,
신물이 나, 가족에게 짐이 되면서도 멋대가리 없고, 그러면서 오기만 살아,
무슨 선심이나 쓰는 듯한 태도, 난 이젠 못 견뎌. 솔찍히 말해, 이혼하고 싶다.”
자녀들은 깜짝 놀랐다. 이제 나이도, 체면도,자식들의 사회적인 품위도
생각해서 참고 살아야지 말만 들어도 섬찍한 이혼을 엄마가 들고 나오다니?
그래 온 가족이 하나같이 엄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마찌고의 태도는
의외로 강경했다.
마찌꼬에겐 후끼꼬라는 한 살위의 혼자 사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바로 여성들의 꿈, 사랑이란 걸 하고 있었다. 62세에 맛보는
달콤한 로멘스는 너무나 감미로웠고 마찌꼬의 귀를 통해 심장으로 깊이
파고 들었다.
엄마에게 친구 후끼고의 얘기를 들은 마찌꼬의 큰 아들이 엄마에게 덤벼들었다.
“엄마! 그 여잔, 돈께나 있는 여자요.”
마찌꼬의 아들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외모가 남자들을 홀릴 정도로 후끼꼬는
기생처럼 생겨먹었다. 그걸 아들은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인 마찌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차마 발설을 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마찌꼬는 자존심 상하는 말은 용서하지 않는다. 작은 총알처럼
매섭고, 정력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런데다 엄마인 마찌꼬는 어딜 보아도
남자에게 매력을 줄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래 그 가까운 친구와 비교하는
말은 입밖에 꺼내질 못했다.
그렇지만 마찌꼬의 세 자녀는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잔인할 정도로 꼬집어
댔다.
“장담해, 우리 엄마 이혼하고 일년만 지나 봐, 보나마마 뻔해. 아빠한테
무릎꿇고 싹싹 빌거야. 제발 용서해주고 다시 받아달라고.”
“누가 그 나이에 두번 다시 시선이나 줘? 엄만, 골빈 남자가 자기를 이쁘게
봐줄거라는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니깐”
그래 자녀들은 마찌꼬에게 간곡히 주장했다.
“엄마, 정신 차려요. 엄마가 40년 동안 부엌뚜기 밖에 한 게 뭐가 있어요?
주방노동이 나쁘단 게 아니라, 엄마의 경험은 그것 밖에 없단 말이에요.
어떻게 현재 누리고 있는 정도의 생활 수준이라도 꾸려나갈 수가 있어요?
이혼만이 능사가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마찌꼬는 마찌꼬 대로 약은 데가 있었고 계산에 빨랐다.
남편이 퇴직을 해 퇴직금이랑 각종 수당의 자기 몫을 챙기고 이혼을 하면,
또 남편재산의 반을 분할받는다. 그러면, 마찌꼬는 짭짤한 부자가 된다.
늙어 볼품 없고 여전히 오만한 남편이라는 이름의 커단 짐짝을 벗어던질
수가 있다.
한꺼번에 분노하는 자식들에게 마찌꼬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설사, 사랑이나 로멘스의 기회를 영영 놓쳐버린다 해도 최소한 굶어죽진
않는다. 자식들 잘 키워 분가했으니 내 할 일은 다했다. 너희들이 내게 무슨
보상을 할 수 있나? 누가 이제 내게 재롱 떨며, 내 가슴의 공허를 채워줄래?”
마찌꼬는 남편이 퇴직할 때까지 참았다가 챙길 건 다 챙긴 다음 이혼했다.
마찌꼬는 아파트를 찾아 산림을 차렸다. 자녀들이 가끔 전화도 하고
방문도 해주었다.
어느날 딸이 심술 궂게 캐물었다.
“소원이었잖아? 데이트는 잘 돼가요? 엄마”
“달팽이 걸음마야. 하지만 난 혼자 사는 게 좋아. 그래 네 아빠는 어떼?”
딸은 폭 한 숨을 내쉬었다.
“아빤 혼 나간 사람 같애. 세탁기도 사용할 줄 몰라!”
마찌꼬는 웃었다.
“그 사람 머린 좋아, 금방 배울 거야”
6개월이 지나, 장남이 동생들에게 알려줬다.
“엄마 지금 심각해, 보이프랜드랑 목하 데이트중이야. 벌써 몇달 됐어.”
누이가 오빠에게 장담했다.
“것두 뻔해. 엄마 주머니를 노리는 남잘 거야.”
오빠들도 그 말에 동의했다.
장남이 덧붙였다.
“우리 그 사람 만나보자. 엄마랑 그 사람 우릴 식사에 초대했어”
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났다.
마찌꼬의 보이프랜드는 동갑네기에다 홀애비였다. 게다가 조금은 어딘가
매력이 엿보이는 남자였고, 지방대학에서 식품학을 가르쳐온 교수였다.
좋은 주택도 있는데다 요리 하기를 꽤나 좋아했다.
“진짜, 너무 왔다여서 믿겨지지 않네! 두고 볼 일이야!”
세자녀는 공감했다. 여태 너무 엄마를 납짝하게 보고 화풀이 하며 싸운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어떡해?
이혼한지 1년쯤 지났을 때, 마찌꼬는 재혼을 했다. 마찌꼬의 교수친구는
퇴임을 하고 함께 세계 여행을 가끔 한다.
그들은 지금 스페인어를 배우고 볼룸 댄스 교습을 신청했다.
딸이 마찌꼬에게 물었다.
그 큰 저택의 청소랑 가든관리를 하자면 엄만 언제 그럴 시간이 나요?”
“우린 정원관리사를 고용했어.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파출부가
청소하러 와.”
딸은 엄마를 흘껴보며 꼬치 꼬치 캐물었다.
“그럼 요리는 요?”
마찌꼬는 하하 웃었다.
“그 양반이 해, 사실 나보다 요린 더 잘해, 식품학을 전공한 게 다
이유가 있어.”
딸은 궁금한 게 또 있었다.
“영어가 더 실용적인데 왜 하필 스페인어를 공부해?”
엄마는 밝게 웃었다.
“우린 노후를 스페인에가서 보내기로 했어. 둘 다 스페인을 좋아해.
얼마나 로멘틱해?”
이 기사를 읽고 독자가 댓글에서 물었다. 17개의 댓글이 떴는데 사실 댓글이 더 재미 있다.
케롤:
“애송이 자식들 하며, 바보같은 남편 좀 봐! 마찌꼬? 용감한 영물이네. 이게 도대체 픽션인가요?
나 이런 얘기 무지 사랑해요. 황혼 이혼, 황금의 기회, 제목도 맘에 들어요.”
메리:
“99.9 %가 진짭니다. 지금 일본에는요. 황혼 이혼이 만연해요. 정말로 도덕성이
있고 앞뒤 잘 가려 신중하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최근에 이혼신청이 하늘을
찌르듯이 폭증하고 있어요. 난 마찌꼬가 해낸 일 생각할수록 유쾌해요. 하지만 다
행운을 잡는 건 아닌데 왜들 야단인지 모르겠어요.”이글을 올린 메리는 일본거주 외국인이다. 마찌꼬의 장남과 잘 안다. 장남의
아내와 친구로 지내온 터라 자상하게 그 경위를 알고 있다.
그리고 Japan Today(영어판)에 의하면 일본은 2030 이내에 가정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는 거다. 도쿄에는 11%가 텅빈집이고 혼자사는 사람이 태반이다.
일본의 성도덕은 최악의 상태이고 일본정부가 주택건설을 무제한으로 장려한 것이 최대의 실패이다. 한국에도 이런 역풍이 불어오지 않아야 할 덴데..말이다.
서울에도 경매주택이 사상죄고이고 서울시민들 과반수가 귀촌, 귀향을 희망하고 있다. 그 무서운 증거는 심각한 매연이고 식품의 농약검출량이다. 서울의 과밀과 인구팽창은 시민건강의 가장 무서운 역풍이다. 앞으로 결혼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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