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받이에서 모아진 빗물이 홈통을 따라 흐르는 낙수의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냉기가 맴도는 11월 末의 대지를 적시는 빗줄기는 정오가 지난 지금 까지도 계속되고,
順理를 거스리는 계절은 易理가 되어 잠시 四界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四端과 七情은 그 옛날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8년에 걸친 논쟁과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경계를 뚜렷히 하고 있음은 인간의 마음자리가 계절에 앞선다는
의미인지,,,아니면 夏爐冬扇의 숨은 뜻 처럼 易理가 順理고 順理가 곧 易理인가 ??????
하기야 이황의 理氣二原論이 理氣互發說으로 한걸음 물러나 변화되고, 기대승과 율곡 이이의
理氣一原論이 理氣兼發說으로 조금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역시 이 세상 모든 것은 항상 됨이
없이 언젠가는 변하고야 만다는 諸行無常의 세존 말씀을 확인시켜 주는 일례 이련가 !!!!!
사설이 길어졌다,,,오후 6시쯤 가늘어진 겨울비가 차창에 가련히 부서 질 때 집사람과 나는
휴일이면 주차가 허용되는 명동 입구 진고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명동성당을 스쳐지나
명동의 밤거리로 쓸려 내려간다,,,명동성당 건너편 '민들래 영토 (민토)'는 그대로 있지만
을지로쪽으로 내려가는 골목길, 벽면을 빼곡히 메우 던 사진 판넬은 사라지고 검은 벽면만이
레온싸인을 따라 검은 얼굴빛을 변검 처럼 변화 시킨다,,,
로얄호텔 옆 골목안쪽의 사라진 레스토랑 '코스모폴리탄' 건너편, 형제 뚜엣인 '수와 진'의
길거리 콘서트가 열리던 주차장의 나즈막한 난간엔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자리를 지킨다...
명파(명동파출소)옆 두사람이 어깨를 맞대면 꽉~차는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제철 생선조림이
일품인 작은 선술집 '흑산도'의 투박하지만 정겨운 간판이 보인다,,,허~ 가는날이 장날인가
명파의 공사 때문인지 오늘은 불이 꺼져있다,,,ㅉㅉ 아깝이! 집사람 한테 삶은 문어와 써비스로
나오는 해물칼국수 맛을 보여 주려 했는데,,,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외환은행 본점 쪽으로 내려가는 길가 옆가지 골목에 1958년 부터
자리를 지키는 '명동 할머니국수'집으로 들어선다, 할머니국수에 연두부를 얹어주는 두부국수와
칼국수, 매콤 달달한 떡복기 국물에 버무린 오징어 튀김이 작은 상에 각득 차려진다. 아~이맛이야,,,
2주전 '명동교자'의 칼국수가 땡긴다는 집사람과 왔을때는 갑짝스런 한파에 칼바람을 피하느랴
급급했지만 11월 末 명동 밤거리는 때 이른 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 전구들의 열기 처럼 따사롭다!
사실 오늘의 메뉴는 돌냄비우동 이였지만 그 옛날 연애시절 집사람과 즐겨 찾았 던 '엔젤분식'이
없어지고 그 자리엔 죽집이 들어섰고, 모퉁이 돌아 있는 '장수우동'집은 웬지 발길이 않가기에 오늘의
메뉴가 바뀌었다,,,뜨끈한 국물과 함께 든든해진 뱃힘으로 명동의 밤거리를 쏘다닌다,,,마치 애들 처럼!
명동예술극장 앞 즉석 도넛츠 가게도 옷 가게로 변하고, 다행히 그 앞 길가 좌판엔 뽑기 아줌마가
소다를 적당히 넣은 누르지 않은 뽑기를 막 만들어 놓으셨다,,,천원짜리 한장이 아줌마 앞치마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설탕묻은 통통한 뽑기는 집사람 입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20대 시절인 80년대 까지도 유명세를 탓 던 통키타 생음악의 전당 '오비스 케빈' 이 있던 자리에서
'몽쉘통통'이있던 곳 까지 이어진 골목엔 잡상인 단속에 쫏기며 달아나는 리어커를 따라가며 먹다 남은
해삼과 멍개를 초장에 찍어 먹던 홍안의 집사람과 나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가끔 이곳에 오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잔잔한 nostalgia에 잠기곤 한다,,,
입가심으로 먹으려던 즉석 도넛츠를 찾아 옛 빵집 '청자당' 자리까지 와 봤지만 허탕이다,,,
밀레오레 입구에 조성해 놓은 크리스미스 조형물에서 자식뻘쯤 되는 연인들과 사진찍기를 번갈아
부탁하고 다시 명동의 밤거리로 무쳐버린다,,,
사보이 호텔 앞 커피 전문점 '준'도 없어지고, CCR과 톰 존스가 부른 'Proud Marry'를 조영남님이
번역해서 부를 때 나오는 '돌~고 도~는 전기구이 통닭'의 원조 '영양센타' 본점은 자릴 옮겼다,,,
그래도 우리 부부와 함께 1960년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 '영양센타'는 친근감이 갈 수 밖에 없다!
자꾸 변해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나이 들어가며 변해가는 곁 모습에 대한 아쉬움 이겠지만
온화하고 중후하며 품위있게 변해간다면 그리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위안을 가져 본다,,,
하지만 오늘밤은 틀에 박힌 기계화 된 커피맛을 붕어빵 처럼 찍어내는 대형 커피 점문점에서 엉덩이가
베기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아무런 멋도 맛도 없는 커피는 마시기 싫다,,,
자옥한 밤안개에 싸인 명동성당 시계탑은 저녁10시를 가르키고, 聖水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고 성당
안으로 들어 선 나를 聖母님 께서는 세례를 받지 않은 이교도라 나무라지 않으시리라 믿으며 잠시나마
저녁 미사가 끝난 또 다른 나무의자의 온기를 느껴본다,,,
오늘 밤도 성근 별이 내 가슴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