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에 몸서리를 칠 때가 토요일이었다. 교회 목사들이 가장 바쁘다는 '토요일'.. 설교준비와 각종 교회 프로그램, 그리고 주보확인 등 여러 분주한 업무를 할때다. 규모가 작은 교회는 몰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그야말로 마음이 바쁜 시간인게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은 '노무현'의 죽음을 몰랐다. 아니 알았지만 그 사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설교에 있어서 만큼은..
먼저 필자는 무조건 한국교회를 비판하는데는 반대다. 비판에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즉 가장 큰 기준은 '이름 값'을 못할 때다. '이름값'이라고 할 정도의 이름도 없는 교회들은 솔직히 목사들 70~80만원 받고 가족 부양한다. 그분들은 그야말로 '성직'을 수행하시는거다.
문제는 오늘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부 대형교회들에 한정한다. 교회가 대형화 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지역과 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도. 그리고 요즘 어려운 실업자들 구제도 할 수 있고, 심지어 대학생들 등록금도 낮출 수 있다. 해마다 수 십억 또는 수 백억원의 돈이 걷히는 교회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수 십억이 안타깝게도 대부분 '교회 덩어리'유지비에 낭비되고 있으니 욕먹는거다.
아무튼 오늘의 촛점은 그게 아니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날, 우리나라에서 이름꽤나 있는 교회들의 목사들은 무슨 설교를 했을까 궁금했다. 그렇다고 다 찾아갈 수도 없고해서 '인터넷'의 힘을 빌렸다.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설교동영상들은 며칠 걸린단다. 그래서 아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날까지 기다렸다. 어제다.
우선 혼자서 선발기준을 정했다. 대략 '한국교회 10위' 쯤 되는 교회들로 10곳을 정했다.
조용기 목사의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이명박 장로가 다니는 소망교회, 김홍도 목사의 금란교회와 그 형 김선도목사의 광림교회,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하는 온누리교회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락교회, 수 백억의 건축비를 자랑하는, 아니 수 십억의 은행이자를 자랑하는 할렐루야교회와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사랑의교회, 파격설교로 유명한 윤석전목사의 연세중앙교회, 그리고 끝으로 강해설교의 대가인 이동원목사의 지구촌교회 까지.
조사 날짜는 5월24일, 그러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날 주일 낮 예배 설교에 한정했다. 조사방식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설교 동영상'을 토대로 했다. 혹시 설교 이전이나 이후의 시간에 '언급'한 것은 빠졌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1. 여의도 순복음 교회 먼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재 이영훈 목사가 설교한다. 물론 조용기 목사도 가끔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이 목사가 한다.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충격적인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이 큰 일을 당할때마다 회복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자"고 기도를 요청했다.
2.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의 후임인 김지철목사는 '실패와 회복'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지만, 노무현 서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3. 금란교회 반공주의자로 알려진 김홍도 목사는 물러나고 그 아들 김정민 목사가 설교한다. '행복한 결혼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지만, 그 역시 언급이 없었다. 금란교회는 아들에게 목사직을 세습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4.광림교회 김홍도 목사의 형 김선도목사가 담임하는 교회다. 설교제목은 '존귀한인물을 키우는 가정'이었지만 역시 노무현 서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5.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로, 과거 연예인교회였다. 그런 특성상 많은 연예인들이 출석하는 교회로 유명한데, 이 날은 이재훈목사가 '약속의땅을향한 사명'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이 목사는 "무거운 소식에 상처가 컸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애도의 표를 했다.
6.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의 교회로 유명한 이 교회는 현재 이철신 목사가 담임한다. 그는 '승천하신 주님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지만, 서거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교회는 얼마 전 TV 시사 프로그램에 언급된 교회로, 수 백 억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은행 이자만 수 십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회는 김상복목사가 담임을 하고 있고, 이 날 설교는 '늘 마음이 편하다'라는 제목으로 했다. 그러나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8.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의 교회로 유명한 이 교회는 현재 오정현목사가 맡고 있다. 오 목사는 지난 대선때 MB를 지지하는 설교로 논란이 된 바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하면서 진실된 내용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는 "나라와민족위해 기도먼저하자. 대통령서거로 가슴하프고 안타깝다. 민족생각하면 왜 고통스런일이 많은지 충격적인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기도로 민족을 보호하는 길 외에는 다른길이 없다. 나라가 하나님이 주인되어 이끌어주시고, 정치, 경제인이 이끄는게 아니라 주님이 다스린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해 달라고기도하자. 안타까운 소식앞에 마음이 무겁다. 민족의 주인이 주님인것 기억하게하자. 전 대통령의 가족을 위로해 달라." 고 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9. 연세중앙교회 부흥사로 잘 알려진 윤석전목사의 교회다. 그는 이 날 '성령으로 이기는 삶'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그 또한 서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10. 지구촌교회 끝으로 강해설교자로 알려진 이동원목사의 지구촌교회로, 이 목사는 '하나님의꿈 우리의꿈'이란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위의 결과에서 보듯, 10개 교회 중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그리고 사랑의교회 세 곳에서만 목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했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애도를 하고 기도를 촉구한 경우는 사랑의교회 오정현목사가 유일했다.
예배에서는 '세상일' 언급해서는 안 돼?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들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인과응보'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은 기독교에서 금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기도'를 요청하기가 꺼려진다. 또한 '자살=지옥'이라는 도그마(교리)가 몸에 벤 교회의 분위기로 볼 때 조심스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이런 모습은 천주교와 불교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명동성당을 비롯해 수 많은 성당에서는 지난 23일과 24일 추모미사를 했고, 영결식이 있던 29일에는 더 많은 숫자의 성당과 사찰에서 '추도미사'와 '법회'를 열었다. 물론 일부 진보적인 개신교 단체와 교회들도 이에 동참하기는 했었지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개신교회들의 '무덤덤'한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혹자는 "설교에 정치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목사들 중 몇 명은 지난 대선때 MB지지 설교를 수 십분씩이나 했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정치적'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변명은 국민들이 마음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교회가 아니었다는 말 밖에 안 된다.
교인들은 슬픈데 목사는 찬양하고...
비록 설교에서 그런 언급을 못 할 상황이었다고 치자. '설교 원고'를 보고 읽어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하자. 그러나 그 날 만큼은 박수를 치거나, 찬양을 하는 등의 일을 자제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동영상을 통해 본 바에 따르면 위의 교회 중 몇 곳은 '찬양 인도'를 하면서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 일주일은 국가적으로 '조기'를 내 걸고 애도의 기간으로 정하고, 방송에서는 오락프로그램을 중단했었다. 심지어 설경구와 송윤아의 결혼식에 참석한 많은 연예인들 또한 분위기를 의식해서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 시간에 '노래'할 마음이 아니었을게 분명하다. 교인들이 너무 많아 잘 몰랐는지.. 서거하신 바로 다음날인 만큼 차분하게 조용하고 엄숙한 마음을 유도했더라면 보기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는 '삭발투쟁', 시국에 대한 동참은 '나몰라라'
위의 교회 목사들은 모두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고문 내지는 대표단들이다. 한기총이 어떤 단체인가. 지난 노 전 대통령의 사학법개정에 반대하면서 '삭발투쟁'에 앞장섰던 단체가 아닌가. 많은 기독교계열의 사립대학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이사회 구성에 손을 대려하자, 나이드신 목사님들이 나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로 투쟁을 했었다. 거기에다 목사들에게도 소득세를 부담시키려는 소득세법 개정에도 반대하면서 '삭발'투쟁을 했었다.
이처럼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데는 아주 신속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바로 한기총이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검찰의 불법 '피의사실공표'에 의해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는 시국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다물고 있고, 오히려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한심한 건지 아니면 철이 없는 건지..
성경에도 "즐거워 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 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구절이 있지만, 이들 대형교회 목사들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인가보다. 아니면, 차라리 김동길처럼 망언이나 할 바에는 침묵이 더 낫다고 위로라도 할까?
추신 : 이 글을 읽는 분 중, 꼭 설교때 서거를 언급해야 옳은 교회냐? 라고 물으실 것 같아서 한 말씀 드리자. 옳고 그른교회는 필자가 판단하지 못한다. 또 위의 교회들이 옳다 그르다는 말은 더욱 아니다. 다만 위의 10개 교회를 합하면 서울시민 1/10은 될 법 한데, 목사의 '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 해서 쓴 것이며 또 '언급'하지 않았다고해서 '애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아님을 밝힌다. |
출처: 진민용 기자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진민용
첫댓글 요즘 한국교회는 장로출신 들 때문에 그런가 생각합닌다
참된 신앙관에 동의합니다...편협한 이기적 사랑을 외치는 많은 개신교회들에 개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