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 소묘
김정옥
아파트 놀이터 마당은
입술 닿지 않는 컵의 테두리
까치 호랑이 웃는 얼굴이 예고 없이 걸려
첫눈을 들어 올렸다
흰 카펫 위를 뛰는 강아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발바닥 시려 들어 올린 한 다리
오줌발로 찔끔찔끔 그려 넣는 영역
미끄럼틀 곁에 세워둔 눈사람에게
쓴맛 묵직한 커피를 먹여주고 싶다고 웃다가
눈사람 표정에 놀라 깍깍 우짖는
나 닮은 까치를 본다
바람 없이도 흔들린 호랑가시나무
눈 위에 내어주는 길
잎 없이도 식어가는 내 커피잔은
맨발로 뛰어든 눈송이에 놀라
웃음꽃 발그레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컵의 아랫도리
다시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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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소묘 / 김정옥
권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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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
24.04.13 07:2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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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파트 놀이터의 태두리를
컵으로, 흰 카펫으로 바라본 시네요
까치 호랑이 웃는 얼굴이 걸리기도
개가 오줌발로 그려 넣는 영역 표시 등등의 형상이
잘 그려진 시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