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이번 주말이 설날입니다. 설에도 여행을 가시나요?
윤> 민족최대명절인 설이 다가왔습니다.
마음은 벌써 고향 길에 올랐거나 이미 고향에 가 계신분도 계실텐데요.
그러나 이번 설 연휴는 주말에 겨우 사흘로 고향 다녀올 시간도 빠듯해 하루쯤 짬을 내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역귀성도 많고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여행지 선택보다는 고향오가는 길 막히면 발상을 바꿔 주변에 있는 맛집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MC> 하긴 길 막히면 짜증도 날텐데 오히려 국도로 빠져나가서 맛있는 것 드시고 천천히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어디부터 소개를 해 주시나요 ?
윤> 어릴 적에는 가끔 나이 한 살씩 올리며 거짓말도하고 했는데 요즘은 나이 먹는게 싫어졌어요.
그래도 이제 설날까지 지나니 할 수 없이 한 살 올려야 겠지요. 한 살 더 먹는 것이 억울할 때 정성이 듬뿍 담긴 팔도의 푸짐한 밥상 받으면 기분이 조금은 좋아 지겠지요.
그래서 지역별로 나누어 특징적인 음식을 소개 해 드릴려고 준비 했습니다.
첫 번째로 강원도 쪽으로 가시는 분에게 춘천 닭갈비부터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부터 선술집 막걸리 판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 대용으로 개발되었다가 서민 입맛 사로잡은 닭갈비는 춘천시를 찾는 관광객이 꼭 맛보는 별미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요즘은 고향 떠나서 살아도 대구에서 춘천 닭갈비를 드실 수도 있겠지만 어디 고향에서 먹는 맛하고 같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이쪽에서 군 생활하신 분은 휴가나 외출 나와 즐겨 먹었고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실텐데, 춘천 시내 중앙시장 인근 조양동(속칭 명동)에 명동 닭갈비골목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닭갈비 전문 식당 20여 개가 모여서 여행객의 미각을 자극합니다. 배용준씨 덕분에 남이섬에 일본관광객이 몰리며 춘천 닭갈비 골목은 성시를 이루었고, 요즘은 한류 열풍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도 점심시간만 되면 좁은 골목과 식당에서 닭갈비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닭갈비는 토막 낸 닭고기 여러 부위를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쟀다가 채소와 함께 볶아 먹는 요리로, '닭 채소 양념볶음'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춘천에는 조양동뿐만 아니라 낙원동 닭갈비골목, 후평동 닭갈비거리, 만천리 닭갈비거리, 동면 닭갈비거리, 신북 닭갈비거리 등에도 저마다 전통과 손맛을 자랑하는 닭갈비 전문 식당이 즐비합니다.
양념 고추장을 닭갈비에 골고루 발라 7∼8시간 재워두었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도톰하게 채 썬 양배추, 고구마, 당근, 파를 넣고 준비한 야채 위에 재운 갈비를 얹어 닭갈비를 볶아 먹는 그 맛은 제가 따로 설명 안드려도 군침 도는 맛입니다.
MC> 춘천닭갈비 언제 먹어도 맛있죠 강원도로 가시는 분들은 좋을 것 같네요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윤> 다음은 수도권 쪽으로 움직이시는 분들을 위해 의정부 부대찌개를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에는 한국의 현대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서민의 애환이 깃들어 있습니다.
부대찌개는 서구의 스튜처럼 지금은 진한 한국의 국물 요리이지만,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 고추장 양념, 육수를 넣고 끓인 음식이 바로 부대찌개입니다.
서양 식재료로 만들었지만, 5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한국적인 맛을 내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에 가면 흔히 먹는 부대찌개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하는 식당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대찌개는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가며 먹어야 소시지가 부드럽고 기름이 겉돌지 않으며, 라면이나 국수사리, 흰떡 등을 푸짐하게 넣어 먹으면 술안주나 한끼 식사로도 아주 좋습니다.
부대찌개를 맛본 뒤 시간이 여유롭다면 의정부제일시장을 돌아보고, 이어지는 도심 속의 문화 산책로인 행복로를 걸어보면 잠시 행복을 맞볼 수 있을테고,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의정부경전철을 타보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MC> 부대찌개도 설연휴에 느끼한 입맛을 잡아주는데 좋을 것 같네요 다음은 어디입니까?
윤> 다음은 충청도로 가시는 분들을 위해 예산 소갈비와 삽다리곱창을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요즘은 생등심이나 생갈비처럼 생고기 구이가 각광받지만, 원래 우리나라 육류 구이 식문화의 주류는 너비아니나 갈비구이, 제육구이 등 각종 양념 구이였습니다.
'광시한우'라는 명품 한우 브랜드로 유명한 예산에는 한우 암소 갈비를 양념에 재었다가 숯불에 굽는 옛날식 갈비구이 명가가 있습니다.
맛있게 구워 한입 크기로 잘라 나오는 도톰한 고깃점에는 오랜 세월 고집해온 참숯 향과 잘 숙성된 양념 맛이 흠뻑 배어 있습니다.
놋그릇 한가득 담아주는 갈비탕도 정성스럽고, 전통 소갈비구이와 함께 '예산 5미(味)'의 하나인 삽다리 곱창도 별미 중 별미입니다.
안지랑 곱창골목의 원조집이 이곳에서 오신분이 처음 시작했고 하는데, 데친 돼지 곱창을 소 곱창처럼 양념 없이 불판에 구워 먹는데,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곱창구이 만큼이나 많이 팔리는 메뉴가 전골인데, 대파 깻잎 넣고 거기에다 봄나물의 대명사인 향긋한 냉이를 듬뿍 넣고 얼큰하게 끓인 곱창전골의 유혹도 뿌리치기는 힘듭니다.
MC> 돼지곱창이 예산의 대표 음식이었군요. 냉이향이 넘치는 전골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윤> 같은 충청도이지만 청주 삼겹살거리를 빼 놓고 갈 수는 없겠지요.
청주 서문시장의 삼겹살거리의 역사는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삼겹살은 어떤 음식보다 친근한 음식입니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청주는 예부터 수산물이 귀한 고장이었고, 바다와 거리가 멀다 보니 생물 생선은 고사하고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생선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식탁에 생선이 오르는 날은 1년에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러다 보니 수산물보다 육류, 육류 가운데 돼지고기에 관심을 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편에는 청주에서 돼지고기를 공물로 바쳤다는 내용이 나는 것으로 보아 예부터 청주에는 돼지사육이 많았든 것 같고, 전국 최초의 삼겹살집이 청주에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연탄불에 석쇠를 얹어 왕소금을 뿌려 먹는 소금구이(일명 시오야끼)와 간장소스·파절이 등은 청주지역만의 독특한 삼겹살 문화라는 게 지역 토박이들의 증언이며, 삼겹살의 제 맛을 느끼기엔 '소금구이' 만한 게 없습니다.
잘 익은 삼겹살을 '파절이'에 싸서 먹거나, 양념 된 간장에 담근 뒤 구어 내는 '간장구이'인 '시오야끼' 또한 삼겹살을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MC> 이거 전국의 대표음식을 다 소개해 주시려나요. 다음은 어디입니까?
윤> 이제 경상도로 내려 왔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면 미식가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생선이 있습니다.
북쪽 지역에서는 명태가 제격이었지만 요즘은 잘 잡히지 않는 생선이고, 바로 입이 크다고 그대로 이름이 된 대구입니다.
대구는 찬 바다에 서식하는 한류성 어종이자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입니다.
가덕도와 거제도가 가로막는 경남 창원시 진해와 마산 앞바다인 진해만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대구는 길이가 1m에 육박하는 큰 대구(大口)로, 진해 용원항에서 대구회, 대구탕, 대구찜, 대구떡국 등 다양한 대구 요리로 팔리고 있습니다.
대구는 이례적으로 암컷보다 수컷을 더 쳐주는 생선으로, 대구탕은 곰탕처럼 국물이 뽀얀데, 수컷 뱃속에 들어 있는 이리 때문입니다.
내륙지역에서 먹는 대구탕은 흔히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어 얼큰하지만 대구의 '본산지'랄 수 있는 진해만 인근 지역에선 대구를 맑은 탕으로 즐깁니다.
끓는 물에 대구 살하고 이리만 넣어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MC> 오늘 소개 해 주시는 전국 음식들은 하나같이 흔히 먹지만 설날에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음식들인데 언제 차근차근 전국을 한 번 돌아도 좋을 것 같네요.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윤> 이제 전라도로 가시는 분들만 남았나요.
전라도 하면 한정식을 빼 놓을 수가 없겠지요.
그 중에도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전주 맛 여행은 오감이 즐겁습니다.
깊은 전통의 맛에 따사로운 한옥과 사연이 곁들여지는, 그래서 고향을 추억하는 설 나들이에 전주가 더욱 살가운 이유입니다.
품격 높은 음식을 꼽으라면 당연히 한정식이고, 한정식 한 상은 웬만한 집의 설날 상차림을 쉽게 뛰어넘습니다.
전주 한정식은 이곳 여인들이 정성껏 차린 가정식 밥상에 근거를 둡니다.
한정식에는 3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황포묵과 모래무지 등 '전주 10미(味)' 외에 젓갈, 김치 등이 어우러져 정감이 갑니다.
한옥마을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한정식집이 있으며, 대부분 양이 푸짐합니다.
요즘은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설인데 여유 있을 때 좀 쓰는 것도 지역경제에 이바지 하는 길입니다.
한정식이 부담스러울 때는 맛의 본고장 전주 여행에 장터에서 시작된 콩나물국밥이나, 안주가 무한 리필되는 막걸리골목도 좋고, 피순대, 비빔밥 등도 놓칠 수 없습니다.
MC> 전라도 한정식이야 더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이제 마지막인가요?
윤> 남도 끝까지 달려가시는 분들에게는 기운 내시라고 무안 낙지골목을 소개 해 드려야 겠네요.
더위에 지친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세발낙지와 인절미처럼 차진 숭어회가
이 겨울 미식가의 입맛을 유혹합니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의 뻘만 떠먹어도 달다"고 할 정도로 한겨울 숭어회는 맛이 좋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으로 통통하게 살을 찌운 숭어는 회를 으뜸으로 칩니다.
하얀 속살에 붉은색을 띤 회는 고소하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일품이며, 쫄깃한 인절미를 씹는 듯한 식감은 숭어가 이런 맛이구나 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숭어와 함께 무안을 대표하는 세발낙지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부드러운 뻘에서 자란 무안 낙지는 발이 가늘고 긴 게 특징이며, 무안터미널 뒤 낙지골목에서 연포탕부터 당고(낙지를 잘게 다진 것)까지 다양한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어디가 고향이시든 모두들 가시는 길에 운전 조심하시고 가족들과 평안하고 행복 가득한 설날 되시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