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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 학교폭력예방법 개정과 회복적생활교육을 중심으로 -
- 조성범(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Ⅰ. 서 론
2000년대 들어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면서 2003년 12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제정되어 다음 해 2004년 공포되었고, 이 법률에 따라 정부는 2005년 3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이후에도 학교폭력이 사회적 조명을 받을 때마다 정부의 긴급대책이 수립되었고, 학교폭력예방법이 2008년과 2009년, 2011년 개정작업을 통해 개선되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줄어들지 않았고, 집단따돌림, 무단결석, 가출, 살인, 자살 문제 등으로 연결되면서 그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2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2012년 3월 학폭법을 대폭 개정하였다
2012년 개정된 현행 학폭법은 학교폭력의 개념 확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조치 강화, 부모와 교원에 대한 책무성 강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현행 법률이 학교에 부담을 주는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학교폭력 발생이 안전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조치 결정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급증하고 있다. 재심,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학교의 조치에 불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학교폭력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것이 학폭법이란 점에 주목하고 분임활동의 주제로 선택하였다. 2012년 개정된 현행 법률이나 지침이 학교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학생들 간 관계 회복을 통한 교육적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학폭법의 특징 및 문제점
1. 광범위한 개념 + 의무적 조치로 인한 자치위원회 업무의 과중
학교폭력의 개념이 확대되었다. 구법률 제2조 제1호는 ‘학생 간’ 발생한 행위만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였는데, 개정 법률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로 확대하여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따라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다툼마저도 학교폭력에 포함되고, 일단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있으면 자치위원회가 무조건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판단한 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구조 하에서 교사들이 교육적 관점에서 재량권을 발휘 할 수 있는 여지는 없게 된다. 또한 자치위원회의 결정을 둘러싸고 불신이 확산되면서 불복 사례가 늘고 있다.
※ 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이라고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무조건 자치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학교폭력 목격자는 이를 학교에 즉시 신고하여야 하고, 이는 학교장에게 통보되며, 통보받은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에 통보하고, 통보받은 자치위원회는 회의를 반드시 소집해야 되기 때문이다.
일단 자치위원회가 개최되면 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해학생에게 선도 조치를 하여야 한다(2012. 3. 21. 법률 개정 전에는 자치위원회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었다). 경미한 사안까지 가해자 조치를 의무화함으로써 실제 학교폭력의 예방 효과보다 가해자 조치 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법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①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개정 전에는 ‘요청할 수 있다’로 규정하였음), 각 조치별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교원의 책무성 강화 및 가해학생 처벌 강화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을 문제시하지 않는 것을 개선하고자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한 학교의 장 및 교원에 대해서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제11조 제10항). 반면 학교폭력예방에 기여한 자에 대해서는 상훈을 지급하거나 근무성적 평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11조 제11항).
경미한 사안의 경우라도 교육적 해결을 위해 당사자 간 화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칫 축소, 은폐의 의혹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법령과 매뉴얼에 입각하여 사안을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법기관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다. 학교폭력도 범죄다’라는 기조로 2012년 개정된 학폭법은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 확대’,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 ‘교사의 책무성 강화’로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이를 위한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력한 처벌 조치 뒤에는 처벌이 폭력 및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억제이론에 기반하며, 이는 “잘못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고통(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오래된 응보적 신념과 연결되어있다. 실재로 2012년 3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폭력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도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해 처벌의 신속성, 확실성, 엄격성에 의한 범죄행위 억제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3.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로 인한 변칙적 합의 및 소송의 급증
교과부의 훈령에 따라, 2012년 3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였다[「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 제169호, 2016. 4. 5. 발령・시행) 제7조제3항].
가해사실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로 인한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로 인한 학교폭력 예방 효과는 주로 그 기재 내용이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하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학생, 학부모들의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일순간의 사소한 실수가 상급학교 진학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학생, 학부모로서는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거액의 합의를 시도하기도 하고, 일단 기재가 된 후에는 기재 내용을 삭제하기 위하여 사활을 걸고 행정 심판, 행정소송을 강행한다. 학교는 이에 대응하는 수고를 또 다시 해야 한다.
정작 학생들이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소한 언어폭력 등을 오히려 학부모들이 개입하여 감정적으로 대립하면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몰고 가서 소송으로까지 확대되는 빌미를 현행 학폭법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피해학생 측의 재심 청구는 2012년 267건에서 2015년 571건으로 113.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가해학생 측의 재심 청구도 305 건에서 408 건으로 33.8% 증가했다.
4. 법 제18조의 사문화
다음과 같은 법 제18조 및 동법 시행령 내용을 보면 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과 관련한 분쟁을 교육적 관점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자치위원회가 분쟁을 조정하더라도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는 반드시 행하여져야 하고, 이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가해학생 입장에서는 자치위원회를 통한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조정이 가능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교육부가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담임교사의 조정으로 해결된다. 즉, 담임교사의 주선 하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안이 자치위원회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합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법 제18조는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 법 제18조(분쟁조정)
①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
③ 학교폭력과 관련한 분쟁조정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한다.
1.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또는 그 보호자 간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
2. 그 밖에 자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5. 재심기관의 이원화로 인한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가해학생만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학생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양 재심을 담당하는 기관이 다르다. 즉 가해학생은 시●도교육청에 설치된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반면에 피해학생은 광역자치단체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양 재심기관의 결정의 모순이 발생하고 분쟁이 무한히 악순환할 수 있다는 문제점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하기로 한다.
(1) 가해학생의 불복 수단
●1호 ~ 7호 :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국공립), 민사소송(사립)만 가능
●8호, 9호 :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 청구도 가능, 불복 시 행정심판, 행정소송(국공립, 사립)
※법 제17조의 2(재심청구)
② 자치위원회가 제17조 제1항 제8호와 제9호에 따라 내린 조치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그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초・중등교육법」제18조의3에 따른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2) 피해학생의 불복수단
●1호~8호 :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에 재심 청구, 불복 시 행정심판, 행정소송(국공립, 사립)
※법 제17조의2(재심청구)
① 자치위원회 또는 학교의 장이 제16조제1항 및 제17조제1항에 따라 내린 조치에 대하여 이의
가 있는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그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Ⅲ. 학폭법 성과와 한계, 개정의 방향
1. 학폭법의 성과와 한계
2012년 이후 4년간 학교폭력 현상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2015년 12월, 교과부의 2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폭력피해응답률은 2012년 8.5%에서 2015년 0.9%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신고율은 2013년 76.2%→2014년 78.3%→2015년 79.7%로 늘어나고 있고, 목격자 신고율도 2013년 75.3%→2014년 80.5%→2015년 82.7% 증가하고 있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많이 읽힌다. 특히 학교폭력조치 결과의 생활기록부 기재는 학생들의 입시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 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의 기조로 개정 된 학폭법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 고조와 단기적 억제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학계연구에 의하면 처벌이 범죄 억제 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의 원인이 과연 처벌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일까? 오히려 학생들의 문제행동 원인은 처벌 부족이나 처벌 미흡이 요인이 아니라 더 다양하고 복잡한 개인적・가정적・학교 환경적・사회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순히 처벌 수위를 통해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이며, 표면적인 현상만 살짝 덮고 가려는 무책임한 일이다. 학계에서의 억제이론에서도 처벌강화는 단기적 폭력 무력화에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근본적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반복 될 수밖에 없으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히려 처벌이 낙인효과를 불러와서 범죄를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2. 학폭법 개정의 방향
가. 분쟁조정 기능의 활성화
(1)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반복적이거나 지속적으로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된다는 점은 명백하고, 이에 대해서는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대처가 타당한지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대처가 타당한지에 관해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일상생활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힘의 우위를 동반하지 않는 다툼이나 경미한 사안까지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킨 후 응보적 정의니 회복적 정의니 논하는 것 자체를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사안들은 담임교사 선에서 원만히 화해시키고, 담임교사가 처리결과를 학교장 또는 자치위원회 위원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2) 담임교사 선에서 원만히 화해시키기 어렵거나 부적절한 사안들의 경우 응보적 정의에 입각한 대처가 타당한지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대처가 타당한지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응보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기구가 개입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성을 가진 기구가 개입하여 분쟁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안을 자치위원회로 끌고 간 다음 원만한 합의가 된 사안에 대해서도 무조건 가해학생에 대하여 선도 조치를 결정할 것을 강제하는 현행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다만, 단위 학교의 자치위원회가 분쟁을 조정하는 전문성을 가진 기구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있다. 분쟁 조정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수적인데 학부모위원이 과반수를 이루며 사실상 무보수로 봉사하는 자치위원회의 위원들이 분쟁 조정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조건 하에서는, ‘자치위원회의 소집 전 단계에서 담임교사가 분쟁 조정의 권한을 갖도록 하고 원만한 분쟁 조정이 되면 자치위원회에서 사안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의 개정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금지 혹은 완화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기재조항 및 보존조항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조치사항 중 비교적 경미하다고 할 수 있는 서면사과, 보복금지, 교내봉사, 학급교체 등의 조치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경미한 조치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도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절차에 따라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부여된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고, 비록 경중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단 학교폭력이 인정되어 학교폭력예방법에 열거된 조치를 받은 것이라면, 앞서 보았던 학교생활기록부에의 기재 및 보존의 필요성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기재된 조치사항의 종류를 보면 문제 된 학교폭력 사안의 경중 역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단지 조치사항이 기재되고 보존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지나친 제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의 근거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2016. 4. 28., 2012헌마630 결정).
그러나 어떠한 제도가 합헌이라는 것이 좋은 제도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 제32조 ⑥항이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67조가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을 선고받은 자가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에는 장래에 향하여 형의 선고를 받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형법을 위반한 학생은 장래에 불이익을 입지 않는 반면 이보다 경미한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장래에 불이익을 입는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여기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또는 사후에 취소하기 위하여 학부모들이 소송에 사활을 걸고, 학교가 이에 휩쓸리는 부작용까지 감안한다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금지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생활기록부 기재 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면 가벼운 조치는 기재를 금지하고 중대한 조치에 한정해서 기재하는 방식의 대안도 모색할 수 있다(예컨대 1호~3호 조치는 기재를 금지하는 방안 등).
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 및 운영 개선
현행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는 단위학교의 유일한 법률상 자치기구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 만큼 막중한 책무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위의 권한에 비추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치결정에 따른 분쟁의 증가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위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구성 자체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법률은 학부모위원의 구성비율을 과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및 전문가의 비율을 비슷하게 구성하는 방안으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단위학교에 설치된 자치위에서 조치결정을 하지 않고, 지역 단위의 기구를 별도로 구성하여 운영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이 문제는 현재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임),찬 반 논란이 팽팽하여 교육 주체들의 깊이 있는 토론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라. 재심기관 일원화
가해학생이 제기하는 재심과 피해학생이 제기하는 재심을 관장하는 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널리 형성되어 있다. 다만 재심 기구를 광역 자치단체에 둘 것이냐, 광역단위 교육청에 둘 것이냐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이 결정이 쉽지 않다면, 우선적으로 양 기관이 사건을 병합하는 방식 등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심의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로 모순・저촉되는 결정이 도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Ⅳ.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방안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 취지는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의 취지는 학생간의 다툼을 징벌적 해결이 아닌 교육적 해결에 있다.
피해자 보호 ●가해자 선도 및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기울여야
학생들 간에 폭력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학생들의 화해를 위한 대화 자리를 마련하면, 자칫 직무유기 또는 학교폭력 은폐・축소로 문책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사소한 사건이라도 자치위에 넘기게 된다. 그래서 교사들 간에는 ‘학생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괜히 개입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자치위로 넘겨라’라는 조언들이 오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 교사의 정체성 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부 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학폭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종결이 되어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학교폭력을 담당하고 처리하는 과정은 교사가 아닌 마치 형사 역할과 동일하다.
현재의 학교폭력 처리 과정은 응보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고 가해자가 밝혀지면, 자치위 위원들에 의해 적당한 형량이 결정되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 그러면 학교폭력 사안은 최종 종결된다. 자치위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회복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해학생이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 없이 형식적 징계 이행만 해도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해결되지 않아도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면 끝이다.
학생들 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이상,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 자치위 과정에서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1)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선악구도로 인한 가해학생의 억울함, 2)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학생의 태도, 3)학교폭력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간의 마찰 등이 관계를 악화시킨다. 결과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라는 엄청난 힘에 의해 학생을 굴복시키는 시스템으로 학교폭력 사안의 최종 승부수가 가려진다. 물론 이후 재심청구와 행정심판이 남아 있지만, 거기까지 가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고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학생들의 관계회복을 위한 교육적 노력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회복적생활교육’이다. 회복적생활교육은 갈등이 발생 이후에 사후 대처뿐 아니라, 갈등이 발생하기 전 예방단계로써 공동체성 강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적 문화 만들기를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폭력발생 이후에 대한 방법적 접근이 아닌 예방 단계에서부터 사후 단계까지 통합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를 단계별로 설명하면, 평화로운 교실을 위한 준비→회복적생활교육 운영→회복적 대화모임이며, 단계별로 적절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펴 교실을 위한 준비단계는 공동체 놀이, 사회적 감수성 프로그램, 학급자치서클회의 등이 있고, 회복적생활교육 운영 단계에서는 약한 갈등에 대한 대처로써 또래조정, 문제해결 서클, 회복적 대화모임(회복적 서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회복적 대화모임 단계는 심각한 갈등에 대한 대처로 가해자-피해자대화모임, 가족집단회의, 양형서클, 회복적 서클 등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회복적생활교육 매뉴얼을 적용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갈등에 대한 처벌 중심의 접근이 아닌 피해 회복을 위한 회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주로 ‘회복적 대화모임’이라는 갈등 당사자 간의 대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복적 대화모임’은 사소한 갈등 뿐 아니라 심각한 갈등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그 효과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Ⅴ. 결 론
교감의 다양한 역할 중 업무피로도가 가장 높은 것이 학교폭력 관련 업무라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다. 크고 작은 갈등으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학교의 안정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인 관점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폭력 대책은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불가피하게 학생 간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는 교육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학폭법의 문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단위학교의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자치위의 구성과 운영도 변화가 필요하며, 분산되어 있는 재심기관의 일원화도 필요한 일이다. 단위학교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자치위의 기능을 지역단위로 이관하여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회복적 과정을 통해 학교가 평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학교 전반에 회복적 생활교육의 확산되고 문화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폭법의 관련 조항 개정, 교사의 역량 강화, 학생・학부모와 가치 공유를 위한 교육, 회복적 과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과 물리적 시간 확보, 회복적 실천가 양성 등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고, 모든 문제에 접근할 때는 교육적 관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회복적 과정은 교육공동체 내의 갈등을 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관계를 회복시킴은 물론 공동체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