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거점도시인 트루판에는 마른비가 내린다.
하늘에는 분명 비가 내리는데 지상에 내려앉는 비는 없다.
워낙 건조한 지방이다 보니 내리던 비가 땅에 닿기 전에 다 증발이 되어버린다.
에스키모들이 사는 마을엔 '다이아몬드 더스트'현상이 일어난다.
너무 추워지면 공기 중에 포함된 미세한 수증기가 얼어붙어 마치 보석의 가루처럼 반짝거린다.바람이라도 불면 그 보석의 가루들이 일제히 춤을 춘다.
꼭 바람의 춤, 물의 춤, 시간의 춤이라고 할까?
살다가 가끔씩 '마른비'와 '다이아몬드 더스트'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있기는 분명 있으되 그 존재가 사라지고 없는것과
없는 듯 하되 어느 순간 그 존재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앞의 것은 인간의 삶의 본질, 어떤 소멸성을 얘기한 것 같아서 조금 쓸쓸해지고,
(생로병사와 같은 의미가 떠오름)
뒤의 것은 인간의 삶의 한 과정을 얘기해 주는듯
어려움에 처할 수록 더 빛나는 존재, 더 아름다운 시간이 찾아들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여 마음이 따뜻해진다.
모든 인간은 '마른비'와 같은 존재이면서도 '다이아몬드 더스트'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건지도 모른다.
어려울수록 더 빛나는 존재의 꿈을 꾸는 것이다.
첫댓글 많은 생각을 자아내는 글였습니다. 존재는 하되 바람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른비도 그렇고...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어떤 존재의 기운이 보석처럼 빛나는 결정체로 어느 순간 어디에서라도 존재하고 있다는 경외스럽고 신비한 진리를 봅니다. 덧 없기에 끝이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