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대통령 별장을 찾은 메르켈 독일 총리를 현관 문 앞에서 영접했다. 계단을 올라오는 메르켈 총리와 악수한 뒤 환영 꽃다발을 전했다. 꽃다발을 든 메르켈은 메르베데프 총리와 악수를 나눴다. 이 의전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바로 꽃다발이다. 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남부도시 소치 대통령 다차를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현관 앞에서 맞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꽃다발 한다발을 선물했다. 메르켈 총리는 감사의 뜻을 표한 뒤 꽃다발을 안고 푸틴 대통령 옆에 서 있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악수를(사진) 나눴다. 전체적으로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도 국제정치적으로 논란을 불렀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일간 빌트는 푸틴 대통령의 꽃다발에 대해 "(메르켈 총리에 대한) 예의의 표시로 보이나 사실은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국가 정상들은 꽃을 주고받을 게 아니라 (남녀 사이라도) 악수를 해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꽃다발은 메르켈이 여성임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메르켈 총리의 독일 방문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했지만, 겉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특히 러시아의 정서상 '축하, 반가움, 선의..' 그 이상의 뜻을 찾을 수 없는 꽃다발 증정에도 시비를 걸었다. 메르켈 총리는 구소련의 영향을 받은 동독 출신 정치인이고, 푸틴 대통령은 KGB시절 동독에서 근무했다. 서로의 취향이나 형편은 그 어느 정상들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측의 반박은 당연해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1일 "러시아에선 업무상의 동료나 국제관계 파트너인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이 아주 정상적"이라며 "우리에게 이는 좋은 분위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꽃 선물은 러시아의 전통이며, 푸틴 대통령도 이에 근거해 메르켈 총리에게 꽃을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원이자 러시아 하원 부의장인 이리나 야로바야는 SNS 브콘탁테에 올린 글에서 "존중의 표시로 선물한 꽃다발을 모욕으로 해석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에티켓 상실을 보여주는 증거"이라며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은 훌륭한 전통이며 여성의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이 정치인이나 국가 활동가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