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아버지, 목회자로 ‘컴백’
신지애씨 부친 신제섭 목사 ‘성은목회자포럼’ 설립
광주지역 목회자 재교육 지원·장학사업 등 펼친다
그는 여전히 목회자였다. 프로골퍼의 아버지라는 자리는 많은 것을 그에게 가져다주었지만, 그가 돌아갈 자리는 역시 ‘목사’라는 두 글자에 놓여있었다.
신제섭 목사, 여성 골프선수 신지애씨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그가 ‘성은목회자포럼’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광주노회 소속 동역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10월 결성한 성은목회자포럼은 신 목사에게 오랜 꿈의 실현이자,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새로운 사역의 장이다.
지난 10년간 그는 목회자의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족들의 교통사고, 아내를 잃고 두 아이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시킨 그에게는 아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게다가 국내무대를 넘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맏딸을 뒷바라지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그의 몫이었다.
매일처럼 벼랑 끝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그 열매는 달았다. 억척스러운 큰 딸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국제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미소천사’ ‘기부천사’라는 예쁜 별명도 얻었다.
이처럼 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신 목사에게는 그동안 비워뒀던 자리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다. 특히 동역자들과 함께 말씀을 연구하며, 세상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히는 사명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성한 모임이 성은목회자포럼이다. 성은목회자포럼은 11월 7일 광주 홀리데이인호텔에서 설립예배와 함께, 첫 목회자세미나를 열고 의욕적인 출항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광주지역 목회자 부부와 하객 등 150여명이 참석해 뜻 깊은 모임의 출발을 축하했다.
오랜 동역자인 정현택 목사(팔복교회) 사회로 시작한 설립예배는 이원재 목사(광주시기독교교단협 회장) 기도, 차종순 호남신학대 총장 설교, 정규남 광신대 총장과 백남선 목사(미문교회) 격려사, 유재원 교수(전 총신대신대원장) 축도로 진행됐다.
이어진 첫 번째 세미나에서 유재원 교수는 천지창조 7일간의 여정을 중심으로 한 성경강해로 참석자들의 창세기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11월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내수동교회 박희천 원로목사가 설교학에 대해 강의했고, 11월 21일에는 박형용 서울성경신학대 총장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성은목회자포럼은 앞으로 매월 1차례 이상의 정기세미나를 통해 지역 목회자들의 재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며, 그간 신지애씨의 후원금을 가지고 광주노회를 중심으로 펼쳐온 장학사업과 구제사업도 담당해나갈 계획이다.
신제섭 목사는 “오랜 시간 하나님께서 사명으로 주신 목회자로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그 아쉬움을 풀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성경연구소와 선교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인근로자들의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사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