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92. 독자 범지, 여기에서 죽은 후 저기에 태어나는가(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어떤 질문이 있으면, 모두 적절하게 순응하면서 대답합니까? 즉,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나는 저기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고 합니까?”
독자가 다시 말하였다.
“구담께서는 이런 질문에 대하여 무슨 까닭으로 적절하게 순응하여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색(色)이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을 알지 못하며, 색의 소멸도 알지 못하며, 색의 허물도 알지 못하며, 색의 의미도 알지 못하며, 색의 벗어남도 알지 못하나니,
색이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나아가 색의 벗어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에 대하여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저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라고 하면서 모두 다 집착을 내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니라.”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그렇지 않아서 색의 원인을 알며, 색의 소멸을 알며, 색의 의미를 알며, 색의 허물을 알며, 색의 벗어남을 실답게 안다.
여래는 색의 원인과 색의 소멸과 색의 허물과 색의 의미와 색의 벗어남을 실답게 아나니,
색을 실답게 알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난다고 함과 나아가 태어남도 아니고 태어남 아님도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 모두 집착하지 않으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니라.”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이 뜻은 매우 깊고 광대하고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헤아릴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다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문에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서 물음에 따라 억지로 대답하지만,
만약 여래에게
‘나의 색이 그것을 내었습니까, 그것을 내지 않았습니까? 또한 그것을 내기도 하고 내지 않기도 했습니까? 그것을 낸 것도 아니고, 내지 않은 것도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이는 올바른 이치[義理]가 없는 것이므로 나는 대답하지 않으며,
‘내가 저것을 냈다는 것과 나아가 낸 것도 아니고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는 것에 대하여
모두 대답하지 않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보기 드문 일입니다, 구담이시여! 당신과 제자는 뜻[義]과 뜻, 구절과 구절의 의미까지 모두 똑같아서 차별이 없습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제가 다른 때에 사문 목건련의 처소에 가서 이 구절과 의미로써 저 목건련에게 물었는데, 구담이시여! 그 역시 이 뜻과 구절의 의미로써 저에게 대답함으로써 지금 구담께서 분명히 말씀하신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이 때문에 저는 지금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교법이야말로 일찍이 없었던 것이며, 또한 일찍이 말씀하시지 않으셨던 것이니, 뜻과 이치가 서로 따르면서 이 질문에 잘 대답하신 것입니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