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불이 중생이 되는 과정
우리가 처음 태어날 때, 우리는 아무런 분별, 차별도, 판단도 없었습니다. 갓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모두가 하나일 뿐, 서로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의 눈에는 옳고 그른 것도 없고, 아군과 적군도 없으며, 진보와 보수도 없고, 도둑과 성인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와 어머니도 애초에는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도둑이 칼을 들이밀더라도 웃을 수 있고, 독사나 호랑이를 만날지라도 아무렇지 않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분별도 없었던 것이지요.
어
린 아이는 세상을 차별 없이, 온전한 하나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사랑과 자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참된 사랑과 자비는 둘로 나누고 그 중 좋은 쪽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좋고 나쁜 것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이는 아무런 시비분별 없이, 머릿속에 계산 없이, 나에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도 모르는 채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100% 고스란이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참된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바로 그 때야말로 내가 가장 나 자신으로써 드러나는 때입니다.
그 때는 나를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괴로워하거나, 우월감에 사로잡히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아무런 계산 없이, 아상 없이, 분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으로 살던 아이가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학교로부터, 사회로부터, TV를 통해서 세상 사는 방식을 배워갑니다. 우리는 배워간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천진한 자기 자신의 본래성품대로 사는 것 대신에 이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방식대로 사는 것을 배워가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길을 걷는 것 대신에 남들이 원하고, 세상이 원하는 길을 걷도록 강요되고 있는 것이지요.
부모님의 사랑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잘 하고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칭찬하고 사랑해 줍니다. 아이는 점점 더 자신에게 신과도 같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야만 함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방식이 틀렸다고 느낄지라도 억지로 따르기 시작하는 거짓을 배워갑니다.
부모님들은 흙놀이를 하면 더럽다고 하고, 찻길로 다니는 것이며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낯선 아저씨를 만나면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를 가리킵니다. 부모님은 세상을 위험하고 더럽고 두려운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그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마음 속에도 점차 두려움과 분별심이 연습되기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내 편과 네 편이 있고, 아군과 적군이 있으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위험한 사람과 선량한 사람이 있으며, 심지어 친구들조차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기 시작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둘로 나뉘고, 수많은 파편으로 조각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부터 우리는 그 수많은 둘로 나뉜 것들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더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더 내편에 가까운지를 따지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면 안 되고, 나의 삶은 어떻게 펼쳐져야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등 스스로를 제한하고 규정하는 수많은 규칙과 특정한 삶의 방식, 가치관, 상 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아상과 에고, 분별심으로 인한 온갖 망상들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이 만들어지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 만든 온갖 규칙과 망상에 스스로 빠져든 채 그것과 다른 삶이 펼쳐지게 되면 괴로워합니다.
이것이 바로 본래의 자기 자신이었던 천진한 부처님이 어떻게 스스로 중생이 되고, 온갖 망상으로 세상을 만들어내며, 고통 속에 빠져드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그 망상과 고통, 분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내일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