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곳에서나 미사 참여를(장일범 발렌티노, 음악 평론가)
아내가 기도를 위해 1년간 매일 새벽에 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토요일에는 새벽 미사에 함께 참례하거나 매일 같이 저녁 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특히 명동성당 성모 동산을 찾아 간구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자주 갖곤 했습니다.
공연이나 강연을 하러 다른 도시나 지역에 갈 때에도 꼭 그곳의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찾았던 성당 중 기억에 남는 곳으로 춘천시향 아침 공연 때문에 갔던 소양로성당과 한국전쟁 당시 순교하신 성직자들의 묘역이 있는 죽림동성당, 마산 공연을 기회로 들렀던 중동성당,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많은 분들이 손꼽으며, 특히 성산일출봉과 정원이 조화로운 성산포성당이 떠오릅니다. 언어에 관심이 매우 많은 저로서는 각 지역 방언으로 진행되는 미사가 한편으로는 매우 즐겁기도 하여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해외 공연 취재를 갈 때에도 꼭 미사 참례를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도쿄에 갈 때에는 늘 도쿄 주교좌 세키구치성당의 한인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도쿄 한인 성당 성가대는 실력이 대단히 훌륭하고 성가를 아름답게 불러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하루는 미사가 끝난 뒤 시부야의 오페라 극장인 신국립극장에 가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엘리자베트의 숭고한 희생으로 탄호이저가 용서를 받자 교황님의 지팡이에서 파란 싹이 돋아나는 기적의 장면이 한인 성당 미사와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음악 공연을 취재하러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오스트리아 빈의 성토마스성당입니다. 도시의 가장 유서 깊은 랜드마크이기도 한 성토마스성당에서 드리는 저녁 미사는 어두컴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촛불로만 빛을 밝히고 찬미하는 모습이 매우 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미사곡을 많이 남긴 모차르트가 혼배미사는 물론 그의 장례식까지 치렀던 성토마스성당에서의 미사는 음악을 하는 제겐 정말 특별한 감동이었습니다. 또 예술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여름마다 자주 가는 그슈타트 페스티벌이 있는데, 스위스 산골 마을인 이곳에는 축제 중 리사이틀이 열리기도 하는 매우 작은 성당 한곳이 마을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평화의 인사를 할 때 “평화를 빕니다” 하고 서로 손을 모으고 인사를 나누는 것만 경험했던 제가 서로 악수를 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성당입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풍경이었지만요.
지구촌 어느 곳이 되었든 이렇게 가는 곳마다 지역의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성당의 전통을 미묘하게 느끼면서 살아있는 주님을 만나고, 저는 아내와 다짐을 했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매주 주일을 지키고 주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기도를 올리는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저의 꿈 중 하나는 전국에 있는 모든 성당을 다 찾아가 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