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차 개원애벌레 <조합원 지원정책 정하기>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다룰 안건은 총 4가지 입니다.
- 불소바니쉬, 스케일링 조합원 수가 결정
- 아말감 사용할 것인가 말것인가
- 고가진료할인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 조합원 지원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첫번째 안건 <불소바니쉬, 스케일링 수가>
불소바니쉬(고농도의 불소를 치아에 발라서 초기충치를 치료하는 예방치료)와 스케일링의 경우 대표적인 예방치료로서 조합원들이 문턱낮게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고 싶은 마음과, 원가는 나와야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불소바니쉬는 예방치료이니 저렴하게 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누군가 조용하게 외칩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그래도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원가이하로 받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불소바니쉬는 주로 아이들이 많이 받고, 치료 건수가 많지 않으니 가격을 싸게 하더라도 경영적으로 타격이 크진 않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항목이에요." 연필 주치의가 다시한번 어필합니다.
"2만원에 합시다!"
"판매관리비까지 합한다면 원가가 2만원이 넘을텐데요?"
"3만원을 제안합니다."
(어디선가 조용히) "그럼 2만 5천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이때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진행자, 2만원과 2만5천원 3만원 3개 후보로 표결에 부칩니다. 투표 결과 2만원 10명, 2만5천원 26명, 3만원 7명으로 2만5천원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젠 스케일링입니다.
살림치과의 스케일링은 단순히 치석제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잇솔질 교육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스케일링은 보험 적용이 될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국가에서 주는 비용을 합하면 4만2천원정도입니다.
하지만, 1년에 한번 적용되는 보험 스케일링으로 충분하지 않는 분들도 계셔서 비보험 스케일링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계신대요, 이때 스케일링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하는 가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스케일링과 잇솔질교육을 따로 나누면 안되나요?"
"돈을 받아도 되는 비보험 항목이 정해져있는데, 잇솔질 교육은 비급여로 받을 수 없도록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잇솔질교육만 따로 비용을 정할 수는 없답니다."
"저는 원가 이하의 금액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협동조합이기때문에 우리 모두가 경영상의 책임을 가지고 있잖아요. 나중에 스케일링 비용을 적게 책정해서 적자에 허덕여서는 안되요. 잇솔질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원가와 교육에 대한 노동력을 존중해서 5~6만원 정도가 어떤가요?"
"잇솔질 교육을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어느정도 걸리나요?"
"스케일링 30분, 교육 15분으로 총 45분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스케일링을 할 때마다 매번 잇솔질 교육을 받아야하나요?"
"잇몸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총 5번정도 치과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동안 잇솔질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을 닦으시도록 추가 교육을 지속하게 됩니다. 관리를 잘하는 분들은 6개월~1년단위로 스케일링과 잇솔질교육을 진행합니다."
"스케일링과 잇솔질 교육을 함께 진행할 때 어느 가격이 적자가 나지 않는 선인가요?"
"잇솔질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적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방치료를 지향하는 살림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부분에서 이익을 낼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경영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방진료에 대한 애정이 깊은 연필 치과주치의가 다시한번 어필합니다.
"부담을 너무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항목에서 벌 수 있기 때문에......" (모두 대 폭소)
"현실적으로 교육을 하면 좋겠지만, 스케일링 금액이 높다면 장벽이 높아져서 접근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어요. 주변시세가 5만원인 것을 감안해야겠어요"
스케일링 논의로 30분을 훌쩍 넘겨 논의가 지속됩니다.
이제는 결정을 할 때, 그간 나왔던 의견인 4만원/5만원/5만5천원으로 표결에 부칩니다.
4만원 15명, 5만원 20명, 5만 5천원 4명으로 스케일링 조합원 수가는 5만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다음 논의는 진행하려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흘렀고, 조합원들에게 빠르게 토론을 진행해서 5시에 끝내는 방안과, 오래걸려도 괜찮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방안을 묻습니다.
살림 조합원은 정말 대단합니다.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충분히 논의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힘을 내어, <고가진료할인정책>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치과에서 고가의 진료를 받을 때 할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냈기 때문에 할인을 해주는 것은 살림의 가치에 맞는 것일까 고민도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사람이 금니를 3개하는 것과, 세사람이 금니를 하나씩 할 때 들어가는 노동력과 재료비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사람이 금니를 3개 했을 때 원가가 더 저렴해지죠. 원가에 기반해 살림의 진료수가를 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고가 진료할인의 근거는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고가진료할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합원들의 경험을 들어보았습니다.
다른 치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은아 치과위생사가 말합니다.
"치과 진료자체가 고가이다보니, 다른 치과에서도 금액이 높아질 수록 할인을 많이 해줘요. 초안으로 가져오신 수준(3~10% 할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한 조합원이 손을 들고 이야기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치과치료를 하셨는데, 한분당 1500만원씩 총 3천만원의 치료비가 들었어요.(좌중 놀람) 1000만원 이상 비용이 나왔을 경우에는 15% 정도 할인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치료비가 3000만원이 나올수도 있다는 경험을 듣고 나니, 조합원 모두가 1000만원 이상 추가 할인을 하자고 의견을 모읍니다. 이번 안건은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고가진료 할인정책을 확정하였습니다.
- 150만원 ~ 299만원 : 5%
- 300만원 ~ 499만원 : 7%
- 500만원 ~ 999만원 : 10%
- 1000만원 이상 : 15%
이 기세를 몰아 <아말감 사용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아말감은 수은과 합금을 섞어 충치치료를 하는 재료입니다. 과학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논문이 수차례 발행되었고, 실제로 보험이 되는 치료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재입니다. 다만, 환경적인 문제와 들어가는 원가에 비해 국가에서 대고 있는 비용이 더 낮아 치료를 할 수록 적자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말감 치료는 안할 것 같긴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자 입장에서 아말감과 무엇을 비교해서 선택해야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특정 케이스에서 아말감이 확실히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야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평생에 걸쳐서 치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목표이기 때문에, 당장 아말감을 선택하기보다, 치아보존을 높이는 방법을 추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말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중 취약계층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요. 살림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정도로 가능한지? 그게 가능하다면 아말감을 굳이 안해도 되지 않을까요?
"치과 치료의 경우 큰돈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 의료협동조합의 경우 기금으로 2천만원을 지원받았는데 4명에게 진료를 해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취약계층 지원에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아말감을 준비는 해두어야하지 않을까요?"
여러 이야기가 오간 뒤 아말감 치료에 대해서는 살림치과에 재료를 비치하되,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서(평생의 치아건강을 고려한 상담) 치료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논의 안건입니다. 바로 <조합원 지원율 정하기>입니다.
어라상무님이 조합원 지원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조합원 지원은 단순히 할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조합에서 책정한 예산 범위내에서 조합이 정식적으로 지출하는 항목입니다. 조합원 지원이 클 경우 단순히 할인을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가입했다가 살림의 매력에 폭 빠져 활동 조합원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조합원 지원율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조합원 지원율을 0%로 하더라도 치과가 경영적으로 망하진 않을까요? 많은 부담을 져야하는 상황이 아닌지..."
(플로어에 앉아있던 한 조합원의 한마디) "연필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보니, 지금 조합원가도 이미 다 그런 것들을 감안한 가격인 것 같네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금액에는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비조합원이 조합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고, 조합원도 혜택을 받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만원씩 비싸게 받읍시다!"
(또 다른 조합원이 말하길) "임플란트 121만원은 좀 거시기 하지 않나요?"
한바탕 웃습니다. 언제나 유모어와 함께하는 살림 조합원들입니다.
"두레생협의 경우 비조합원에게 5%를 더 붙여서 판매해요. 장벽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때문에 가입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저는 차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 우리만 잘살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해서 조합 활동에 참여하냐마냐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지역사회 기여를 위해 동일하게 가격을 책정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진료와 신뢰에서 조합원들이 얻는 혜택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 조합비에서 지원해야하는 부분이잖아요. 그 예산을 다른 지역사회 기여활동에 사용할 수 있잖아요. 장기적으로 봅시다. 조합원 지원 0%로도 괜찮아요."
"의료협동조합은 조합원 이용율이 50%를 넘겨야하는데, 이용율을 위해서라도 차이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합원으로서 사업소만 이용하던 조합원인데요, 조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쩌다 가입하는 사람 입장에서 혜택 말고 조합의 지향점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적은 금액이라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이가 있는 것이 조합원 유인동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조합은 잘되면 좋지만, 잘 안되면 조합원이 함께 리스크를 지는 것이잖아요. "
"살림은 협동조합이면서 공공적인 가치를 추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를 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집단이기주의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이를 두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면 좋을 것 같아요. 예방, 운동에는 확실하게 혜택을 주되, 진료비에는 혜택을 주지 않으면 좋겠어요."
엄청난 격론이 오갔습니다. 이럴 땐 역시 표결입니다. 0% / 3% / 5% 중 의견을 모읍니다.
0% 9명, 3% 15명, 5% 1명으로 조합원 지원율은 3%로 확정되었습니다!
(예방진료는 살림의 가치를 담아 20% 지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드디어 모든 논의를 마쳤습니다.
논의는 끝났지만 개원애벌레의 참새방앗간! 조합원 저요저요로 거리캠페인에 함께 할 조합원들이 손을 듭니다.
참여로 빛나는 살림 조합원, 정말 최고입니다.
오후2시에 시작한 5차 개원애벌레는 오후 5시40분에 마쳤습니다. 320분에 걸친 공유, 교육, 토론.
긴 시간 함께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살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같이 운영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힘이 있었기에
통합이전과 치과개원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잘 굴려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내린 결정이 살림에게 딱 맞는 결정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집단 지성의 힘을 모아 함께 내린 결론입니다.
분명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다시 전략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모아진다면 협동조합다운 방식으로 의견을 모으고, 수정하고,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림치과, 개원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두근두근. 우리 잘 할 수 있겠죠?♥
첫댓글 길고 뜨거웠던 논의를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