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3구간산행기
일자 : 2016. 1. 17 (일)
산행구간 : 한강기맥 13구간 (상창고개 –금물산–시루봉 - 발귀현)
산행시간 : 09:10 – 17:10 (8시간,점심 1시간 포함)
산행거리 :10.5 km
참가자
: 23정하선, 27박용철,27송기훈, 27이수룡, 29권효식,
지원 21이두성
총6명
이동 : 승합차 (트라제)
주요지점 통과시간
09:10 상창고개 들머리 출발 –
09:20 임도– 10:40 첫 송전탑– 11:45 전망바위
– 12:40/13:50 점심 – 14:10 금물산– 15:00 암봉– 16:00 시루봉– 16:15 임도 – 16:45 임도끝– 15:10 발귀현
[상창고개 - 금물산]
너무도 포근한 날씨다. 기대하던 하얀 눈은 보지 못하지만 오늘 산행은
강추위에 고생은 하지 않으리라 위안을 하며 상창고개를 출발한다. 오전
9시 10분.
비탈길을 사뿐 올라 작은 봉 하나를 넘으니 제법 널찍한 임도가 나온다. 이곳의
임도는 금물산 밑자락까지 크게 휘돌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임도 따라 걷다가는 중도에 칠순잔치 치를
판이라 능선길로 질러 가야 한다. 그러자니 봉 하나를 넘으면 또 임도를 만나게 되고 잠깐 임도를 걷다가
다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반복이 되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 길목마다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정목이 금물산 정상까지 촘촘히 서있어 알바할 일은 없다.
들머리 상창고개에서 :
두성 형님이 차를 돌리고 계신다. 추운 겨울날씨에 그 긴 시간을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실까?
공부를 얼마나 하셨는지 왠만한 산행정보는 두루 꿰뚫고 계신다.
비록 두 발로 산행은 하지 않으시지만 형님은 늘 마음으로 함께 걷는다.
들머리부터 따라온 도사견 잡종 한마리. 비쩍 마른 몸을 보니 유기견인가?
결국 여기서 작별 인사를 했다.
출발한지 10분도 안되어 만나는 임도, 벌목이 한참이다.
장작 패는데 달인이 되신 하선 형님, " 도끼로 내려 치면 쫘악 갈라지는데, 오르가즘을 느껴~!!^^"
부드러운 임도길을 걷는 맛은 또다른 별미~!
좋다고 임도길만 따라 걸으면 중도에 칠순잔치 치러야한다. 그래서 다시 능선의 산길로...
인적 없는 호젓한 기맥 산길을 걸으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오늘도 하선 형님의 유기농 고구마를, 그것도 애써 새벽에 장작불 난로에 구워 아직 따뜻한 고구마를 게눈 감추듯 맛나게 먹는다.
27박용철은 더 달라고 떼를 쓰고..^^
능선 한 두 개를 넘으면 다시 임도로 내려 선다.
다행히 능선으로 오르는 길목마다 이정목이 세워져 있어 알바할 일은 없다.
다시 이어지는 기맥 능선. 1월의 겨울 산행인데 하얀 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마치 가을 산길처럼 낙엽만 소복히 쌓였다.
경사길에는 어김없이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깊이 쌓인 낙엽으로 발은 자꾸 미끄러지고..
길이 꽤나 얌전하다 싶었지만 슬슬 험해지더니 첫 송전탑을 지난 후부터는 결국 그 사나운 속내를 들어내놓고 만다. 급한 비탈길에 설치된 로프를 붙잡고 한참을 오르고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야 하는데 두텁게 쌓인 낙엽으로
발이 자꾸 미끄러지니 진행 속도도 더디지만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길을 힘든 기색 한 점
없이 날아가듯 걸어가는 하선형님이 존경스럽다못해 자못 경이롭기만하다.
11시 45분, 암릉지대를 지난다. 작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주변의 경치를 감상해본다. 아쉽게도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로 인해 먼 산들이 뿌옇게 보인다. 겹겹이
쌓여 조용히 서있는 산들, 저 산들의 이름이 각각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름의 멋이 있을
터이고 하나씩 품은 전설이 있을 터, 나는 이 세상 떠나기 전에 과연 얼마나 산을 알고 갈 수 있을까라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길은 다시 오르막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점차 금물산이 가까워진다. 시간은
벌써 12시 40분, 금물산
정상이 지척이지만 정상등정은 식후에 하기로 한다.
송전탑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슬슬 험악하게 바뀐다.
그래도 지나온 구간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힘차게 오른다.
다시 고정 로프를 붙잡고 오르는 구간이 나오고
바위구간이 나오며 산은 우리의 체력을 테스트 한다. 시야가 터진 바위 위에 앉아 멋진 경치도 구경하고 숨도 고르고...
다시 힘을 내서 바위를 넘어 선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흐리다.
오늘 점심메뉴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의정부 부대찌개에 수룡이 갖고온 베이컨을 굽고 용철이 새벽에 지은 영양잡곡밥 등등~
그리고 우리는 비밀 협약을 했다. "하선 형님은 절대로 라면과 베이컨을 드시지 않았음~!"
[금물산–발귀현]
점심을 맛나게 먹고 다시 길을 재촉한 시간은 오후 1시 50분, 금물산까지의 길은 무난한 길. 20분 남짓 걸어 정상에 닿았다. 정상은 표지석도 없는 그저 뭉툭한
봉우리. 주변 조망도 불량하여 사진만 찍고 떠난다. 이제부터는
그저 내리막길. 능선길의 경사가 제법 심하다. 지도를 보니
우로는 강원의 홍천군 좌로는 경기의 양평군, 우리는 지금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도경계선을 걷는 기분이 새삼 묘하다. 20여 분 길을 내려서니 갑자기
시야가 툭 터지며 온갖 산들의 멋진 자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산이 분명 용문산일 게야.”
지난달부터 기맥산행에 동행하는 동기 박용철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기맥산행의 맛에 푹 빠진 듯하다. 발걸음이 잰 하선 형님과 수룡은 이미 저 건너 암봉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쉬이 발을 떼지 못하고 한참이나 머물며
다시는 보지 못할 아름다운 파노라믹 풍경을 감상을 한다.
오늘의 주산 금물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10분.
그저 두리뭉수리한 금물산 정상, 조망도 좋지 않아 인증샷만 하고 계속 진행한다.
좌로부터 27이수룡, 27송기훈, 27박용철, 29권효식 앞에는 23정하선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 급경사 길은 암봉까지 내내 이어진다. (27이수룡)
하산길이라 힘은 그리 들지 않지만 가도 가도 종착점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시야가 터지며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용문산까지 산군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29권효식, 27박용철)
멀리 보이는 암봉에는 하선 형님과 수룡이 일찌감치 도착해 있다.
암봉에 걸터앉은 이가 하선 형님이다. 줌으로 당겨 보았다.
오후 3시, 큰 암봉에
닿았다. 이곳에 한참 전 도착한 하선형님이 건네주는 달콤한 사과 한 조각이 꿀맛이다. 여기 암봉에서도 멋진 조망을 제공한다.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멋진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홍천 남면과 양평 청운면의 겨울 풍경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감상을
한다. 사시사철 각각 다른 때깔을 보여주는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절로 얕은 신음이 튀어 나온다.
시루봉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탱크 사격훈련장이 발치 아래로 보이니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다. 봉우리에서 잠시 내려오니
폐기된 임도를 만난다. 지난번 작은삼마치에서 걸었던 임도를 빼어 닮은 잡초 무성한 임도길이다. 무성한 잡풀을 편하게 밟으며 늘어진 억새풀 사이를 비집고 걷는 길이 꽤나 낭만적이다. 그 동안 심한 오르막 내리막 산길을 끙끙대며 걷다가 이렇게 평탄한 임도를 걷다 보니 모두의 입에서는 흥겨운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오후 5시, 신대리 마을 어귀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계절 따라 산행의
맛이 각기 달라야 하는데 겨울산행에 그 포근한 하얀 눈을 밟기는커녕 보지도 못하여 못내 아쉬운 산행이었지만 또 한 구간을 즐겁게 주파했다는 성취감으로
기분은 뿌듯하다.
암봉에 도착하니 하선 형님은 미리 깎아 둔 사과를 건넨다. 꿀맛~~!
암봉에서 바라본 발귀현 방향. 앞의 봉우리가 시루봉이다.
암봉에서 1 시간 거리의 시루봉.
시루봉에서 10분도 안 내려와서 만나는 임도. 군사도로인지 임도인지는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는지 잡목이 무성하다.
억새풀 사이로 보이는 일행의 모습이 너무도 좋아서 한 컷 찍었다. - 하선 형님은 벌~써 내려 가셨고..ㅎ
(좌로부터 27이수룡, 29권효식, 27박용철)
험한 길 걷다가 평탄하고 푹신한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그래서 또 알바...ㅠㅠ
두성형님이 기다리시는 발귀현 날머리를 벗어나 논을 가로질러 신대리 마을로 갔다.
발귀현은 좌로 도로따라 수백 미터를 가야 했다.
[후기]
내가 하선 형님을 처음 본 것은 내가 고1때였으니 근 50년 전이다. 당시 산악부 3학년이던
이태규 형님과 함께 종로에 있던 하선 형님을 찾아 뵈었는데 일종의 신입신고였었다. 갓 고교를 입학한
내게는 아저씨 같았던 고3 태규 형님이 하선 형님에게 깎듯이 인사를 올리는 것을 보니 하선 형님은 마치
하늘처럼 보였다. 따듯한 웃음과 부드러운 말씀으로 축하를 해주시는데도 바짝 긴장할 수 밖에. 그렇게 어렵고 높은 대선배님과 같이 땀을 흘리며 50년 가까이 산행을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인수봉, 설악산, 에베레스트, 몽블랑, 이
산 저 산에 엄청 많은 소중한 추억들을 묻으며 다녔다.
수 년 전, 형님께서 암투병에 힘들어 하실 때 그런 ‘추억 만들기’ 게임은 그대로 끝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많이 회복하시어 한강기맥을 같이 걷는다는 것에 나는 기쁘기가 그지없다.
더구나 쟁쟁한 후배들에 앞서 펄펄 나시는 형님을 보면 ‘추억 만들기’는 계속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첫댓글 회계결산
전월이월 : - 207,900
회비수입 : + 150,000 (3만x5)
당일지출 : - 131,000 (조식 25,000 + 석식 56,000 + 주유 50,000)
당월잔고 : - 188,900
오붓해 보이는 종주산행, 모두 행복해 보이십니다.
부러운 산행 길^^ 같이 못 함이 아쉽네요^^
추운데 수고들 많으셧어요~^^
형님 산행기를 읽으면 마치 다녀 온 듯한 느낌은 왜일까? 수고하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