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그 궁극의 만남] 21세기, 물리학
초끈 이론 Superstring theory과 의상義相의 화엄 사상法性界 (4)

하늘 위 높은 곳 인드라 신의 궁전 지붕 위 수정 모양의 무수한 장식들.
복잡한 그물모양을 이루면서 여러 형태로 짜여있네.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여 전 우주를 반사하니,
일체의 보석마다 우주의 모든 상을 빠짐없이 담고 있어라.
-- 『화엄경』(『법장의 인드라망의 화엄 세계와 우주 배경복사』에서)
최근에 우주 배경 복사의 불균일한 온도 분포로 [12면체 우주론]이 발표되었습니다. 우리의 우주는 12면체의 축구공 같은 모양이라는 것이죠. 이는 플라톤이 2000년 전에 주장한 우리의 공간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의 배경은 빛을 반사하는 12면체의 거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무한한 반사가 바로 화엄 세계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法性圓融無二相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가지 모양이 없나니
諸法不動本來寂 모든 법이 움직임이 없어 본래부터 고요하다.
이번호는 법성계의 첫 구절부터 시작해봅니다.
동양의 주역이나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는 '하나(무극)로부터 둘(태극:음양)이 탄생하고 둘로부터 삼라만상이 탄생했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법성계의 첫 구절에는 다시 그 둘(음양)이 꼬리와 꼬리를 물고 순환하게 되면 원융한 근본자리(법성)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의 거북이는 물질계를 이루는 4대 원소 지수화풍地水火風을 나타내고 그 위의 두 마리 뱀은 물질계의 대립상을 표현한 것인데, 그 뱀이 꼬리와 꼬리를 물고 순환하게 되면 더 이상 이원상(대립되는 세계)이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세계(법성=공)로 돌아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19세기에 케큘러라는 과학자는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루어진 벤젠의 구조를 연구하다 꿈속에서 뱀이 꼬리와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 다음 그림과 같은 순환형의 육각형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이를 공명 구조라 하는데 탄소 6개가 대나무통이 하나로 진동하듯이 하나의 에너지장으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사진
이 간단한 물질에서도 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되면 좀더 고차원의 물질로 진화하게 되고 이 벤젠은 향기까지 발생하여 방향족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자연에서 대립되는 세계가 순환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부인 떼이야르 드 샤르뎅은 물질계를 생명력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로 보았고 이 물질계는 식물계, 동물계, 인간계를 거쳐 신의 영역까지 진화한다는 생각했는데, 이들의 진화는 대립되는 상태가 극복되면서 제3의 상태로 발전해 나가고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영역까지 발전해 간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화의 종착지인 가장 높은 영역의 특성法性은 모든 이원상이 극복된 원융한 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능엄경에 보면 수만 가지 수련법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방법을 {관세음보살의 이근 원통법耳根圓通法}이라 하였는데, {지극히 소리를 관하게 되면 소리 속에서 소리가 사라지고 소리를 듣는 사람마저 없어지는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소리]는 성경(요한복음 1장 1절)이나 피타고라스뿐만 아니라 끈이론에서도 {우주의 근원}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호에 끈이론의 플럽변환floop transition이라는 방법을 통해 끈의 진동에서 입자가 탄생함을 보았는데, 이번호는 그 그림을 역으로 관찰해보겠습니다.
그림(d)의 끝에 있는 두개의 점이 (c)에서 하나의 점으로 되고 이점이 (a)에서 원으로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끈이론에서는 '고리 1개가 없어지면 입자 하나가 탄생(위 그림의 역과정)한다.'고 하였는데 , 그 반대과정(위 그림: 입자가 끈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두 개의 점二元相이 하나의 원圓融으로 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대립되는 현상이 극복되었을 때 원통함을 이룸을 알 수 있는데, 바로 그 세계가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아뇩다라삼막삼보리}가 아닐까요??
■ 글 | 조현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지구 물리 전공) EBS-TV에서 물리,화학, 생물, 지구과학등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는 과학강사이다. 서양의 과학이론들이 동양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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