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국무총리기 통일기원 국민생활체육 시·도 및 시·군·구대항 구간 마라톤 대회.
길~다!
해마다 11월 무렵에 제주에서 열리던 제주역전마라톤이 있는데 올해는 특별히 국무총리기 대회를 제주에서 개최하며 구간마라톤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북육상연합회에서는 따로 선수를 소집하지 않고 기존의 이사들을 선수로 활용해 참가하기로 했단다.
당연히 순위는 신경을 끄고 다른 의미를 위하여~
이사들 각자가 경비를 부담하며 떠나는 것이지만 이렇게 이색적인 대회참가는 처음인지라 다들 기분이 새롭다고들 한다.
(맨날 대회며 행사 치룬다고 남들 뒤치닥거리만 했던 사람들인지라)
금요일 2시 비행기로 군산공항을 출발해 제주에 도착.
숙소는 한림에 있는 콘도를 충북과 함께 잡아놨다는데 그 사람들이 7시에 온다니까 남은 시간동안 민속5일장이며 해안가 유원지에서 한가로이 여가를 즐긴다.
충북팀이 도착한 뒤 함께 저녁을 먹고 숙소(일성 비치 콘도)로 이동했는데 2005년 가을에 아버지 암투병 중에 식구들과 함께 왔었던 그 콘도(스위스)와 이웃에 있어 기분이 남다르다.
더군다나 내가 달릴 5소구가 한림읍내에서 출발해 지금의 숙소와 그때의 숙소를 모두 거쳐 한경면에 이르는 코스라니 우연치고는...
토요일 아침, 구간마라톤대회가 시작되는 제주종합운동장으로 이동을 해야 되는데 7시20분까지 오기로 했다는 버스가 감감 무소식.
정구형님이 이리저리 확인을 해보니 주최측의 착오로...이런 황당한 일이...
부랴부랴 택시를 불러서 24명이나 되는 양쪽팀 사람들이 6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점으로 이동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첫소구는 출발하고 또한 선수를 나르는 버스도 출발~
제주시에서 출발해 서부해안도로를 돌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까지 총 85.7Km의 거리를 10개의 소구간으로 나눠 이어달리는 대장정은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전북역전이나 여타 다른 구간마라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주에서의 이 경기는 모든 구간에서 동시출발을 한다는 것.
각 구간마다 제한시간을 둬서 그 시간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2분의 벌점을 더하고 매번 정해진 시간에 구간주자들을 동시에 출발 시키는 것인데 선수와 관계자가 매번마다 한군데에 모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아주 좋다.
그러니까 각 소구에 배치되는 주자들을 미리 거기로 보내서 대기하게 하지 않고 2단계 앞소구가 출발한 뒤에야 퍼 나르는 것인데 제주라는 특수한 여건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방식일게다.
내가 달릴 5소구는 전체 구간 중에 가장 길고 그 연령대 또한 40대 초반으로 각 팀의 최고 에이스급으로 구성이 되었나보다.
순위는 전혀 관심 밖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다리의 상태가 탈나지 않고 버텨줄지가 걱정.
3소구가 출발한 뒤 배치버스가 바닷가를 유람삼아 돌다가 5소구의 출발점인 한림초등학교 앞에 내려준 때가 10시55분, 11시4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 너무나 빠듯하다.
왼쪽 종아리가 여전히 통증이 있고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워밍업을 길게 해줘 뒤탈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기껏 20분 정도 조깅을 한 뒤에 출발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온이 이미 27℃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워밍업을 잠시 했을 뿐인데도 이미 땀이 줄줄 흐르고 있으니...
전북역전에서는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소구간 참가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간단한 세레모니까지 한 후에 출발총성이 울린다.
맨 뒷쪽에서 여유있게 출발!
거리표시가 매 Km마다 되어 있는 게 아니고 3Km지점에서 최초로 나타나고 이후에는 어쩌다 한번씩 표시판이 보인다.
앞서가는 주자들을 기준삼아 다리의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페이스를 잡아가는데 몸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다.
그늘하나 없는 땡볕속에 가도가도 막막한 해안도로를 그것도 전체 소구간 중에 가장 길게 달린다는 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지만 가다보니 협재해수욕장과 한림공원, 또 가다보니 일성콘도...그리고 스위스콘도...몇번의 완만하고 긴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저 멀리 풍물소리가 들린다.
총 너댓명의 주자를 앞질렀지만 기록은 44:46로 겨우 서브3페이스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리표시가 엉망인게 어떤 구간에서는 4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렸는데...?
이번대회 참가팀이 시도부 10개, 시군부 3개, 동호회부 10개로 총 23개라는데 나중에 기록이 나온걸 보니 시도부 중에서 8위를 했다.
달리는 도중에 너댓명 따라잡은 이들은 모두가 영양가 없는 다른 부문의 선수들이었나보다. ㅎㅎ
3Km 11:51
5Km 09:41 [21:32]
7Km 08:18 [29:51]
Finish 14:55 [44:46]
종아리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걷기가 힘들정도로 악화가 되었지만 추가손상이 진행된 것이 아니기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상태라 그나마 안심.
이후에 남은 다섯개 구간을 이동하며 환호하고 응원하며 제주에서의 색다른 축제를 만끽한다.
내 순서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편한 것을...ㅎㅎ
종합순위는 사진에 나온 그대로 우리팀이 7위를 했다.
맨 마지막 소구에서 유일한 입상이며 최고의 영광인 구간우승이 탄생해 그나마 축하꺼리가 생겼을 뿐 나머지 주자들은 다들 7위 일색, 나만 8위라고 제주를 떠날때까지 계속~머퉁이.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내가 가장 긴 소구간을 어떻게 뛰어 보겠수? 이런때가 아니면!
대회를 마치고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사우나를 하고 시상식 등의 행사에 참여한 뒤 매일시장에 가서 회를 떠다가 숙소 콘도의 야외에서 가든파티를 연다.
모기도 없고 바람도 없는 평화로운 밤분위기에 12명의 우리팀 맴버들이 동심이 되어 모여앉아 잔을 기울인다.
제주도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여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