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초등교과서 '징병' 강제성 희석…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송고시간2023-03-28 17:38 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박상현 기자 박성진 기자 김효정 기자
3∼6학년 사회·지도 교과서 검정 결과…한일관계 부정적 영향 우려
'징병' 표현 삭제·의미 약화…독도 기술엔 '한국 불법 점거' 추가
韓정부 "검정통과 일본 교과서 깊은 유감"…주한 日대사대리 초치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한 일본 초등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도쿄·서울=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도부터 사용할 사회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아울러 한국 땅인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이 불법 점거'라는 내용을 추가해 영유권 주장에 관한 기술이 강화됐다.
징용·위안부 관련 문제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역사수정주의 주장을 펼쳐온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 변경이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해결책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의 관계 개선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조선인 징병 관련 기술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대리인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 기술 약화한 日초등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사진은 현행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돼 있는 자료사진 설명을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꾼 도쿄서적 6학년 사회 교과서. 위쪽이 현행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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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병 기술에 조선인 '지원' 추가…간토대지진 칼럼 삭제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가 이중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을 분석한 결과, 징병 관련 기술에서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은 국가가 병역 의무자를 강제적으로 징집해 복무시키는 제도를 뜻한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의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해당 문구가 있는 칼럼 옆 사진의 설명은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다.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기술에서 '징병해'를 삭제해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단순화했다.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새 교과서에서 징병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일부 시기에만 이뤄졌다는 식으로 기술을 변경하고 '지원'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고, 일제가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에 관한 내용이 애초에 없고, 징용과 관련된 기술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표현에서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교체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에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 아닌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도쿄서적은 뜻이 '연행'에 가까운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바꿔 정부 방침에 호응하고 의미를 퇴색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간토대지진 서술 축소한 일본 초등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징병에 관한 기술이 약화하고,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은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간토대지진 칼럼을 들어낸 일본문교출판 6학년 사회 교과서. 왼쪽이 현행 교과서.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올해 100주년이 되는 간토(關東)대지진을 상세히 설명한 칼럼을 들어냈다.
이에 따라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관련 내용도 대폭 줄었다.
새로운 사회 교과서 중에는 고대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축소하고, 임진왜란에 관한 기술에서 조선 피해와 관련된 부분을 뺀 책도 있었다.
반면 일본문교출판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 운동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한국 관련 기술이 일부 개선된 대목도 있었다.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일본 초등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일부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은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에 속한다고 기술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들.
◇ 모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독도가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은 새로운 사회·지도 교과서에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검정 과정에서 한국사·독도 관련 기술 중 사실상 유일하게 지적받은 내용은 일본문교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고치라는 것이었다.
검정심의회는 대부분의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영토'라는 표현만으로는 아동에게 오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영유권 주장에 관한 표현을 더욱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도쿄서적은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 중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를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로 교체했다.
아울러 이 출판사는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도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문구를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로 바꿨다.
일본문교출판은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가 포함된 일본 지도에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를 추가로 표시해 시각적으로 독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일본 어린이들은 한국이 현대에 독도를 점유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psh59@yna.co.kr
[그래픽] 일본 초등교과서 한국사·독도 기술 내용 변화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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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초등교과서 강제징용 표현 희석... ‘끌려왔다→동원됐다’로
日초등학교 교과서 어떻게 달라졌나
독도 ‘불법’ 규정한 日교과서 검정 통과… 우리 정부 “깊은 유감”
도쿄=성호철 특파원 김은중 기자 입력 2023.03.28. 23:46 조선일보
징병 조선인에… ‘지원해서’ 단어 추가 -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심의회 심사를 통과한 초등학교 교과서(아래)가 자료사진에 대해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라고 기술하며 징병의 강제성을 희석했다. 기존 교과서에서는 같은 사진(위)에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란 설명이 달렸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28일 강제 징용에 대한 기술을 이전보다 모호하게 희석한 초등학교 교과서 10여 종에 대한 검정(檢定)을 승인했다. 내년 이후 일본 초등학생들이 공부할 이 교과서엔 독도(일본은 ‘다케시마’로 표기)에 대한 설명도 ‘한국이 점거’에서 ‘한국이 불법 점거’로 바뀌었다. 과거사에 대한 역사 인식이 후퇴한 것이다.
이날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증 조사 심의회 총회를 열고 초등학교 3~6학년의 사회교과서 10여 종에 대한 검정을 승인했다. 일본 초등학교들은 내년에 정부의 검정을 받은 사회 교과서 가운데 1종을 선택해 그 이듬해부터 학생들을 가르친다. 과거사를 왜곡 기술한 일본의 교과서 검정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과 관련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가 대변인 성명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한 데 이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5시쯤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공사를 대사대리 자격으로 외교부 청사에 초치해 교과서 검정에 대해 항의했다.
새 교과서엔 일제강점기 강제 징병·연행된 한국인에 대한 기술이 이전보다 약화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희석됐다. 점유율이 55%로 가장 높은 도쿄서적 6학년 사회 교과서는 징용과 관련해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고 표현했던 것을 ‘강제적으로 동원됐다’고 바꾸었다. 여전히 ‘강제적으로’라는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쓰긴 했다. 하지만 연행한다는 의미의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는 순화된 표현으로 대체했다. 같은 책에서 징병과 관련한 표현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되어’라고 한 문장을 ‘일본군의 병사로서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후에는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바꿨다. 교육출판의 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이전 기술을 ‘징병해’를 제외한 ‘일본군 병사로 전쟁터에 내보냈다’고 수정했다.
독도에 대한 표현 수위는 높아졌다. 도쿄서적은 이전에 ‘다케시마는…한국에 점거돼’였던 표현을 ‘불법 점거돼’라고 바꿨다. 또 독도에 대해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이전(’일본의 영토’)보다 강한 표현으로 왜곡한 교과서도 늘어났다. 일본문교출판은 과거 ‘일본의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라는 기술을 ‘일본의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바꿨다. ‘독도가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일본 검정 교과서는 독도와 함께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홋카이도의 북쪽에 위치) 및 중국과 영토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서도 일본의 고유 영토로 명기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4년에 한 번씩 검정한다. 2021년엔 고등학교 1학년, 지난해엔 고등학교 2~3학년의 교과서에 이어 올해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했다. 내년은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하는 순서다. 이번 과거사 기술 수정은 이달 중순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는 무관하게,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이뤄졌다. 일본 정부가 악의적으로 정상회담 직후에 역사 왜곡을 감행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뜻이다.
일본의 출판사는 교과서를 편찬할 때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기준으로 삼는데, 이 ‘학습지도요령’은 일본 각의(閣議·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과거사 기술 방침을 바꾼다. 이번 강제 징용·징병 관련한 기술 변경은 2021년 ‘조선인 전시(戰時) 노동은 강제 연행이나 강제 노동이 아니다’라는 각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검정한 고등학교 2·3학년 역사 교과서에도 같은 수정이 이미 이뤄졌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에 대해 ‘전시 국민 동원령’에 따라, 일본 국적자를 징병·징용한 조치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국가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한국인도 일본 국적자였기 때문에 불법성은 없었다는 해석이다. 1910년 조선 강제 병합이 합법이란 일본의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한국의 입장과 정면충돌한다. 우리는 일제의 조선 병합 자체가 불법이기에 ‘합법적인 국가 공권력 행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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