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답(答)을 찾다]<4>고개만 넘으면 자연휴양림<동아 2020. 6. 27>산림청이 운영하는 경북 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숲길을 한 가족이 호젓하게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3대가 덕(德)을 쌓아야 휴양림 숙박 추첨에서 당첨된다고 합니다.”(이영록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16일 오전 대전 서구 복수북로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8∼15일 접수한 여름 성수기 전국 42개 자연휴양림의 숙박동과 야외캠핌장 이용객 추첨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공정한 추첨을 위해 대전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 등도 참관했다. 자연휴양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과 휴양림이 최적의 여름 휴가지로 꼽히고 있다.
○ 변산 트리하우스 경쟁률 119 대 1 휴양림관리소가 시설 이용 희망자를 접수한 결과 7만227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5만 명가량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2만 명이 늘었다. 객실 경쟁률은 4.4 대 1이고 야영시설은 1.63 대 1을 기록했다. 전북 변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에 있는 ‘위도항’(객실)은 11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곳은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트리하우스로 지어졌다. 2017, 2018년에도 이곳은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경북 문경 대야산자연휴양림 객실이 114 대 1로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용자들이 텐트를 직접 설치하고 캠핑할 수 있는 시설에선 강원 정선 가리왕산자연휴양림 ‘201번’ 야영 덱(deck)이 18 대 1로 희망자가 가장 많았다. 휴양림의 야영 덱은 덱마다 5m가량 떨어져 자연스럽게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다. 독립된 공간을 추구하는 휴양객의 취향도 반영됐다. 201번 덱은 인근 무명폭포와 회동계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명당 덱’으로 꼽혔다. 이 소장은 “자연휴양림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 편리한 시설, 저렴한 가격 등의 이유로 인기가 높다. 이용객 수가 한정돼 있어 모든 희망자를 다 수용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 암벽 등반, 산악스키 등 휴양림도 특성화 강원 춘천시 사북면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춘천과 화천에선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곳에는 인공암벽, 익사이팅 레포츠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 있다. 국립휴양림 중 유일하게 암벽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실내공간에는 목걸이 만들기, 손수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용객을 제한해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림청은 위치, 입지, 수요 등을 고려해 휴양지들을 특화할 계획이다.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선 산악스키를 즐기고 칠보산자연휴양림에선 숲길명상, 남해편백휴양림에선 음이온을 체험할 수 있다. 경기 양주시 아세안자연휴양림에선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의 전통가옥을 테마로 숙박시설이 조성돼 있다. 해외의 다양한 문화체험과 숲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에서 결혼식이나 목공예, 음악회, 요리교실, 문화공연, 다문화가족 캠프 등도 진행한다. 산음자연휴양림과 검마산자연휴양림, 천관산자연휴양림에선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로프체험, 산악마라톤 등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충남 천안과 전남 순천 보성, 강원 고성, 경북 문경 군위 영덕 등 9곳에 산림레포츠 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송경호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장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2022년까지 자연휴양림 186곳으로 늘려 산림청은 산림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산림휴양시설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2022년까지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립휴양림 등을 더해 현재 174곳의 휴양림을 18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무의도와 군산 신시도, 김해 용지봉 등에 자연휴양림이 새로 들어선다.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전국 곳곳에 공립휴양림도 조성된다. 도시와 가까운 곳에 마련한 산림욕장도 7곳 더 들어서며 숲속야영장도 15곳을 추가로 늘린다.
자연휴양림의 이용 편리성도 높였다. 지난해 전국 자연휴양림을 한곳에서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웹사이트 ‘숲나들e’를 개설했다. ‘숲나들e’에서는 국립 42곳과 공립 95곳, 사립 9곳 등 운영 주체별로 나뉘었던 예약서비스를 통합 관리한다. 민간 호텔 예약 사이트를 모방해 147개 자연휴양림을 한곳에서 예약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의 ‘국민생각함’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숲나들e’는 검색과 예약시간을 줄였고 수기로 처리하던 환불 등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수수료 및 운영관리비용을 연간 12억 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휴양림별 빈 객실을 쉽게 검색할 수 있어 이용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지난해 1500만 명이 자연휴양림을 찾았다”며 “휴양림별 시설 특성화를 추진하고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