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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강동진 교수팀이 2013년 만든 '2030 동천 시민창의 상상지도'에 공원으로 변신한 55보급창(조감도)을 겹친 그림이다. 현 55보급창에서 서면까지 동천을 따라 유람선이나 수륙양용버스가 다니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
- 부산시민공원 면적의 절반
- 동천·북항 바닷물도 흘러
- 다양한 활용방안 구상 나와
- 해양공원·테마파크도 거론
- BPA, 문화예술 거점 제안
- 각종 군사시설 재활용 방법
- 정치권, 돔구장 건설에 관심
축구장 32개를 만들 수 있는 금싸라기 땅. 부산시민공원(47만3279㎡) 면적의 45%. 산업화의 젖줄인 동천과 북항 앞바다도 흐른다. 부산 동구 미군 55보급창 이야기다. 이곳에 무역정보의 중심인 월드 텔레포트나 돔구장을 건설하면 어떨까. 제2의 부산시민공원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린 부산'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원도심의 애물단지인 55보급창 이전 전략과 미래 청사진에 대한 백가쟁명이 뜨겁다. 부산시는 현재 55보급창 공원화 계획이 포함된 '북항 그랜드 마스터플랜 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태기 부산시 해양경제특별구역추진단장은 "55보급창 일대는 도시계획상 공원(녹지)으로 지정돼 있다. 마스터플랜에는 부산역 철도시설 재배치와 함께 55보급창 이전지 확보를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55보급창은 '그린 부산'의 거점이다. 원도심에 6만 평의 평지공원이 생기면 녹지율이 0.1% 이상 올라간다. 부산시가 2004년 6월 수립한 '55보급창 활용 기본계획'은 항만 전시관을 갖춘 수변공원 또는 해양형 테마파크 구상을 담고 있다.
이동흡 부산시 공원계획팀장은 "2009년 10월에는 동천 생태계 복원과 55보급창 공원화를 연계한 '동천 하구 숲 계획'이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부산발전연구원(BDI)이 2011년 10월 내놓은 '55보급창 공원 조성 타당성 검토'의 결론도 비슷하다. BDI가 부산시민 646명을 설문한 결과 44.2%가 '55보급창은 나무가 많은 휴식 중심의 공원'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운동시설이 많은 체육공원(19.8%)과 놀이 중심의 공원(19.2%)이 뒤를 이었다.
'창의공원' 구상도 눈에 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2013년 '북항 재개발사업 역사문화 잠재자원 발굴 및 활용방안 수립 용역'에서 "각종 군사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자.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부산시민회관과 연계하면 문화 예술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부산시민공원도 하야리아 부대의 클럽·막사를 허물지 않고 역사관·작가공방·도서관·북카페로 재활용하고 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55보급창은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창의형 복합문화공원이 돼야 한다. 버려진 항구와 군수창고는 문화의 보물단지이다. 일본 요코하마는 '미나토미라이(港未來·미래항구)21' 프로젝트를 통해 노후 항만과 폐창고에 문화를 심었다"고 말했다.
■유람선 다니는 해상공원 구상도
동천재생시민모임인 '숨쉬는 동천' 이용희 대표는 '해양 공원'을 주장한다. 그는 "북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내린 크루즈선 승객이 동천을 왕복하는 유람선을 타고 서면으로 쇼핑하러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55보급창에 계류장을 설치하면 미국 볼티모어의 '이너 하버(Inner Harbor)'처럼 명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천은 과거 '풍어천'으로 불릴 만큼 물고기가 많았으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수질이 악화된 상태다.
동천보다 수질이 나은 수영강에선 내년쯤 수륙양용버스를 볼 수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5일 제6차 일자리 정책조정회의에서 수륙양용버스 도입을 결정했다. 광안리 해변에서 출발한 버스가 수상부(수영강 5㎞)와 육상부(영화의전당~벡스코~광안대교 15㎞)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될 전망이다. 수륙양용버스는 미국 시애틀(라이드 덕) 일본 도쿄(스카이 덕) 싱가포르(덕 투어) 등이 관광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 동구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무역의 중심인 '월드 텔레포트' 유치나 해양산업클러스터의 배후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2010년에는 55보급창 면적의 30%를 체육시설로 개방하라고 주한미군에 요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은 공원보다 돔구장 건설에 관심이 많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9대 총선에서 "오는 2017년까지 55보급창을 이전하고 돔구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과 55보급창을 활용한 도심 재생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교수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55보급창 재생에 나서서는 안 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활용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군이 주둔했다가 철수한 일본과 필리핀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유람선 오가고 강변카페 늘어선 '재생 아이콘'…동천 정비 함께 추진돼야
■ 동천과 닮은 日 도톤보리천
일본 오사카와 부산은 항구 도시이자 하천이 많다는 점에서 닮았다. 오사카의 하천은 총 33개(총연장 146㎞)로 48개인 부산(총연장 192㎞)과 큰 차이가 없다. 이·치수 정책은 차이가 난다. 일본과 달리 부산의 하천은 대부분 복개되었거나 단절되어 있다. 55보급창 옆을 흐르는 동천도 상류 구간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55보급창이 부산시민 품으로 돌아와도 동천에서 악취가 나면 죽은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오사카의 4개 주요 하천 중 하나인 도톤보리천(사진)은 동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톤보리천은 1615년에 만들어진 길이 2.7㎞(폭 28~50m)의 운하형 하천이다. 산책로 주위로 들어선 강변 카페와 수시로 오가는 유람선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상품이다.
도톤보리천도 1970년대까지는 동천처럼 오염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2001년 '물의 도시 오사카'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재생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20여 년 하천 정비의 결실이다. 그동안 정비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40억 엔(약 2500억 원).
도톤보리천의 수위는 약 4.6m로 오사카항 수면 기준보다 1.6m 낮다. 유람선 운항을 위해 수문을 달았다. 갑문은 수질관리와 홍수조절 기능을 한다. 파나마운하식으로 개폐된다. 이곳을 지나는 배는 하루 8, 9척. 강변 산책로는 하상에 박은 강철관 말뚝 위 덱을 얹어 확보했다. 하천 여유 공간이 작은 동천이 참고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동천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이므로 하구에 수문을 설치해 유람선을 띄울 수 있다. 55보급창 공원화와 동천 재생을 함께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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