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의 〈천지창조〉는 엿새 동안의 창조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전개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혼돈의 시대를 묘사한 기악 서곡이 끝나고 나면 1부에서는 빛을 창조하신 첫째 날부터 산과 들이 만들어진 넷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에서는 새와 물고기, 육지 동물의 창조와 사람이 만들어지는 여섯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러한 창조의 과정은 하나님의 곁에 선 3명의 천사, 즉 가브리엘과 우리엘, 그리고 라파엘까지 세 천사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그려진다. 소프라노와 테너, 그리고 베이스 솔리스트가 세 천사를 맡아서 아름다운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특별히 동물을 창조한 2부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새들의 날갯짓이며 동물의 울음소리, 그리고 작은 곤충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생동감 넘치는 음악으로 그려낸 하이든의 기지가 돋보인다. ‘힘찬 날개로 독수리가 날아오르네’, ‘땅은 만물의 어머니’와 같은 음악이 등장하는 2부는 전체 작품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부분이다.
한편, ≪실낙원≫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3부에서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는데 에덴동산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플루트의 아름다운 선율로 그려지고, 아담과 이브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 ‘오, 내 사랑, 그대와 내가 함께 있으니’를 부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내용이 펼쳐진다. 천자의 축복을 받은 두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이루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웅장한 합창 ‘주께 찬양하라’와 ‘아멘’으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