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를 믿어야만 구원을 받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마르 16,16)이라 하셨습니다. 즉, 구원의 조건으로 믿음과 세례를 말씀하셨고, 세례 여부는 언급 없이 믿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최후의 심판’ 예화를 들며, 믿음이나 세례가 아니라, 일상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영원한 생명의 조건이라 말씀하십니다.(마태 25,31-46) 게다가 사도행전에서는 ‘경외’와 ‘의로움’이 구원의 조건이라고 가르칩니다.(사도 10,35)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에서는 “신앙 고백과 성사, 교회 통치와 친교의 유대로 결합”된 사람이 진정한 가톨릭 신자이고, “교회의 품 안에 ‘마음’이 아니라 ‘몸’만 남아 있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고 합니다.(<교회헌장> 14항) 즉 가톨릭교회는 세례받고,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며, 사랑을 실천하면 구원에 가깝다고 가르칩니다.
세례를 통해 교회에 소속됨은 구원의 필요조건이고, 믿음을 통해 올바르게 사는 것은 구원의 충분조건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모르지만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구원 가능성이 있습니다.(<교회헌장> 16항) 다시 말해, 올바른 천주교 신자는 구원의 ‘확실성’을 얻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구원의 ‘가능성’이 주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이란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구원이란, ‘이거 하나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고, 하느님 은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선함이 무엇인지 알지만, 항상 거기에 맞춰 살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믿음과 세례는 구원의 필수 조건이고, 동시에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게 해 주는 중요한 방법이자 통로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통해 인간은 완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천주교를 믿어야만 구원받는 것은 아니지만, 천주교를 믿으면 분명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습니다. 아무리 성인일지라도 부끄러운 과거는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죄인일지라도 회개한다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은 있습니다. 성인이든, 죄인이든, 누구든 하느님과 함께한다면 새로운 삶, 의미 있는 삶은 가능합니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아빌라의 대 데레사 성녀가 하신 말씀인데, 이는 구약의 지혜서 5장 14절, “(삶은) 단 하루 머물렀던 손님에 대한 기억”이란 구절에 근거합니다. 이 말씀은 인간 삶이 순간이고, 찰나(刹那)이며, 금방 사라진다고 알려줍니다.
삶이 속절없이 허무한 것임을 알려주는 이 말씀은 동시에 하느님의 영원하심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천년도 지나간 어제와 같습니다.(시편 90 참조) 하느님은 영원하시고, 하느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나 진리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