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25]
1. 몸 이야기
몸이 아픕니다. 보험회사에서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진단 표기되어 실비보험이 청구되고 환급받습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원인을 좁혀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충은 허리 신경협착과 목 디스크로 인해 신경과 근육이 저림 증세를 동반한 이상 증세를 보여 하루도 빠짐 없이 스트레칭을 해줘야 겨우 견딜 만합니다. 특히는 발바닥이 모래를 밟는 것 같고 양 새끼발가락 신경이 따로 논다는 느낌입니다.
2. 한동안 뜸했었지~
연구자도 아닌 것이, 분석가도 아닌 것이, 그저 시대의 이야기꾼에 불과한 제가 계속 이어가던 이야기를 멈추고 한동안 침묵을 해온 이유는 몸도 아프고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개떡 같아 만사가 귀찮았기 때문입니다.
장광설을 싫어하고 간단 명료함을 좋아하는 제가 오늘은 답지 않게도 이것저것 넘나들며 거침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
3. 탁구 이야기
두어달 전에, 지금은 애엄마가 된 선수 출신 여코치님께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더랬습니다. 레슨 전에, 제 실력을 진단받기 위해 테스트겸 게임을 청했습니다. 테스트를 했으면 당연히 평가도 뒤따라야 겠죠? 게임이 끝난 후에 제게 해준 말이 각별히 인상에 남습니다.
"이것저것 다 하긴 하는데 뭘 하려는 지를 모르겠어요."
가슴에 크게 와 닿는 이 말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의미는, 탁구를 제대로 하려면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철학적으로는 '지향성'이란 말이 되겠지만.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해서 "도대체 뭘 하려는 지 모르겠다"는 동아일보 김순덕 기자의 말. 물론 이전부터 수많은 분들이 계속 지적했던 말이지.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종건 교수나 우석진 교수 등등.
초등학교(국민학교) 때, 선생님들이 도장에 파란 잉크로 "참 잘했어요"를 노트에 찍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뭔가 잘해보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은 대통령, 그전에, 뭘 하려는 지, 어떻게 하려는 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대통령. 할 줄 아는 건 '입틀막'과 '거부권 행사' 뿐.
4. 영수회담
영수회담이 끝난 후, "답답하고 아쉬워."라는 이재명 대표의 소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 여전히 바뀌지 않았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실망을, 그리고 잘해볼 거라는 기대를, 국민들은 접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생산성 / 사업성 / 성장성
이젠 경제 이야기로 가보렵니다.
'생산'과 '생산성'은 다른 말입니다. 생산성은, "생산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건대?"라는 방향성 혹은 지향성 혹은 경향성을 가리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생산 기지를 한국과 대만에서 자국과 일본으로 옮겨가는 이유와 목적을 상기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재무장관 옐런이 중국에게 생산을 줄이라고 한 말도 미국이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흔히 듣는 "생산성 제고"라는 말도, 그저 생산과 수요의 균형만이 아닌 회사(기업)의 미래까지를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계획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PF 대출 문제의 심각성은 '사업성'이 장기적으로 기대난망 때문이겠습니다. 미분양, 거래절벽, 높은 가격, 저출산 인구감소 등이 총체적으로 건설 사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면서 방향이 크게 틀어졌습니다.
홍사훈경제쇼에서 이효석 대표의 말을 참고로 미국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미국 GDP가 20조 달러에서 현재 28조 달러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무려 1경원 정도의 돈이 더 풀린 셈입니다.
앞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고금리 정책을 쓰면서, 뒤로는 돈을 무지막지 풀어버린 겁니다.
여기에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는데, 세계의 돈들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결과입니다.
이효석 대표의 비유처럼, 전국의 돈들이 강남으로 몰려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이 과잉의 거품 돈들이 거의 대부분 AI와 반도체 등의 첨단 사업들로만 쏠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의 '성장성'만을 보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오로지 사업성 하나만 보고 무작정 PF 대출을 해준 금융사들이 지금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성장성 하나만 보고 AI 첨단 산업으로 유동성 거품이 몰려드는 위험성 또한 작지 않을 거라는 유추입니다.
게다가, 박종훈 경제한방에서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승리를 위해 2, 3분기에는 6개월, 1년 만기의 단기 국채를 대규모로 풀려는 옐런의 정치적 도박도 IMF의 계속된 경고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점도 주목거리입니다.
6. 다시, 탁구 이야기
저보다 잘치는 탁구 실력자들은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만, 저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초보자들께 가끔씩 어설픈 조언을 한두 가지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조언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배움의 한 가지는, 엊그제 새로 개업한 탁구클럽에서 청소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코치께 들은 조언으로는, "칠 공간을 앞에 만들어 놓고 쳐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좋은 그리고 필요하고 적절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제가 해준 조언 한 가지는, 며칠 전 셋이 같이 밥을 먹다가, 아는 형님 한 분이 누님이 되시는 다른 분의 스윙 폼을 교정해주려 하시길래, 그러지 마시라고 만류했습니다.
"형님과 누님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형님은 선으로 치는 스타일이고 누님은 점으로 치는 스타일로, 형님쳐럼 스윙을 하면 누님 탁구 폼이 무너집니다."
제 지론은 이렇습니다. 상대가 친 공이 선 궤적을 그리며 오면 같이 마주쳐가는 선 궤적을 위한 스윙이 필요한데, 라켓 면을 벽처럼 세워 벽에 점으로 와 박히게 해서 그대로 미는, 뒤로 빼는 스윙이 거의 없는 타법(스타일)도 있고, 이것이 수비에는 더 유효할 수 있다는, 소박한 저의 탁구철학입니다.ㅋ
kjm / 2024.4.30